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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복붐|「파리」의상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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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림새에 개성이 강하기로 이름난「프랑스」여성도 반드시 마춤옷을 입어야한다는 전통이 깨어진지는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미국적인 대량생산 동질화를 싫어하던 그들도 무한히 뻗는 미국의 힘에는 어쩔수없는듯-.
차츰 모든 생활면에 그들의 강점을 흡수하기 시작, 미국화의 경향은 의식주 어디서나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것이 바로 기성복의 유행이다.
「파리」에선 「크리스천·바이이」와 「자크·들라에」를「모드」계의 배신자로 규정하는 파와 선구자로 보는 파가있다. 프랑스에서 기성복은 주로 20대여성이 독차지. 경제력이 없는 학생, 그러나 몸매가 좋아 무엇이나 걸치기만 하면 척척 어울리는 젊은 여성들에겐 안성마춤인 것이다.
텁수룩한 머리에 낮은 구두, 목까지 올라오는 「셔틀랜드·스웨터」, 무릎위를 훨씬 넘으며 착 달라붙은「미니주프」에다 「스포티」한 「망토」를 걸치고 활보하는것이 20대의 파리의 아가씨인 것이다.
그들의 겨울「모드」란 바로「스포츠· 웨어」이다.
그러나 이20대가 대학을 나온뒤 직장을 갖거나 결혼하여 30이 가까와 경제적 여유가 생기게되면 아름다움에대한 그들의 욕구도 커지게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앳된소녀태를 벗고 좀더 세련되고 좀더우아한 여성미를 내고싶어한다. 이러한 여성들을위한 착안이 고급기성복인 것이다. 보통기성복과 모양에는 큰차이가 없으나, 천의 질이좋고 색깔이 고상하며 이름있는 양재점에서 좀더 공들여 만든것들이다.
지금까지 20대여성을 위한 비교적 싼 기성복 유행가인「셍·제르멩·데·프레」 한복판에 「들라에」와「바이이」가 새로 고급기성복점을 열었다.
「들라에」는 주로 타조털이나 지지미천의 야회복을 만들어 반「셀프·서비스」파로 주목받고있다. 「바이이」는 3∼4백 「달러」의 비교적 선이 간단하나 천이좋은 옷을 만들어 30대여성의 인기를 모으고있다.
기성복의 인기상승은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망토」제작으로 유명한 「푸크」는 61년에 겨우5백50만「프랑」의 매상고를 올렸지만 66년 에는 1천7백만 프랑, 67년에는 2천만프랑이 훨씬넘는 매상실적을 올렸다. (보통 「망토」는5백「프랑]아래이나 고급 기성「망토」는 1천프랑에 가까운값)
중류층이 가장 즐겨찾는 백화점「프랑크·에·피스」에서는 매년「푸크」제 「망토」가 50%씩 더 팔려나갔고 「데작」에서는 올겨울 40%이상을 더 만들예정.
현재 파리에는 이러한 고급기성복점이 35개소나 있으며 이들의 제품은 50여개 백화점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그렇다고 「파리」의 「모드」계가 기성복 천지는 아니다. 「오페라」, 고급음악회장에는 모든여성이 「아스트라칸」이나 「밍크」를 휘감고 나온다. 「아스트라칸」오버가 1천달러,「밍크」「오버」는 자그마치 6천「달러」이상을 주어야한다. 작년 봄·가을 두차례에 걸쳐 열린 「힐턴· 호텔」기성복전시회에서만 8천명의 고객이 5천만프랑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고급층의 현상이고 일반의「모드」는 점점 더 균일화 동질화 미국화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금년 겨울의 「망토」와 장갑과 「핸드백」과 장화의 유행색깔은 밤색,「로브」의색은 10인10색이다.

<파리=장덕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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