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론 쏟아진 인수위 재벌개혁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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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집단소송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과세, 금융기관 계열분리청구제, 출자총액제한, 금융 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다섯 가지를 도입.시행하겠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이동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은 4일 오후 자문위원 및 시민단체들과 재벌개혁 간담회를 한 직후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엔 참여연대.경실련 등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재계 쪽에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이인권 박사가 나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재벌개혁은 정권 초기에 해야 한다. 인수위가 벌써부터 초심을 잃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과 권영준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은 "재벌개혁 관련 입법의 국회 통과가 힘들다고 자포자기해선 안된다.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속전속결로 해야 한다. 벌써부터 기업달래기를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민단체의 '속전속결' 주장에 대해 이동걸 위원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李위원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밝힌 재벌개혁 3원칙인 '점진적.자율적.장기적'추진에 대해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도입된다고 재벌개혁이 끝나는 거냐. 그것은 단계일 뿐이다"고 해석했다.

한 인수위원은 "당선자는 최근 '한계가 있으면 조금 천천히 할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재벌개혁 의지가 후퇴했거나 재벌개혁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날 한경연의 이인권 박사는 "재벌이 역사의 산물인 만큼 필요성도 있지 않으냐"고 항변했지만, "80년대 후반 이후 재벌계열사의 효율성이 독립기업보다 떨어진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눌렸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인수위가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시민단체들과 함께 재확인한 자리가 된 셈이다.

또 盧당선자가 3일 재벌개혁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맞물려 폭과 속도를 조절한다는 인상을 줘온 새 정부의 재벌개혁 방법론이 강성 흐름으로 전면 수정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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