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겠어요, 소년은=김행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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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풀빛 생각이 고와서, 수정(수정)보다 맑은 사슴눈을 가져서 좋겠어요, 소년은. 꽃같이.
한 자락의 바람소리에도 흘려 귀 기울이는데 느릅나무 그늘에 앉는데 눈은 구름 밖 하늘로 두고 좋겠어요, 거기 사는 소년은. 새같이.
허리가 재려 오지요? 알아요. 알았다니까요? 밀밭을 쏘다니며, 눈(설) 발 속을 내달으며… 노래하고 싶은 거지요? 좋겠어요, 소년은. 바람같이.
저것 봐! 차양을 늘인 얼음과자집에서 웃고, 떠들고 하네요. 것두 알지요. 가슴 밑을 후벼대는, 뜨거운 참 뜨거운 것 때문이겠죠. 왜야요? 왜, 그럴까요? 아마 불씨가 쌓이는가 보죠? 늘 훈훈해서 좋겠어요, 소년은. 해 같이.
좋겠어요. 소년은. 달밤엔 괜히 눈물이 나다가도 금시, 거리에 나서서 보란 듯이 거리에 나서서 어깨를 들썩대고 휘파람을 뽑고… 주욱 죽. 담장이듯 뻗는 소년은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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