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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국조 수순 밟나

중앙일보

입력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물건너갔다. 김대중 대통령의 '사법처리 반대'방침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측이 '정치적 해결'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결국 진상규명 작업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의 성사 여부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일단 한나라당의 의지는 강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정치적 해결은 어림도 없다"고 일축한다.

특히 "지난해 민주당 측이 대북 송금 문제와 관련해 거짓말로 일관, 대선 승리를 훔쳐갔다"는 시각도 한나라당을 강공으로 몰고 있다. 대선 때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찍었던 1천1백여만명의 지지자들도 한나라당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고건 인사청문회 인준과 4천억원 국회 국정조사를 연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자 측이 입을 맞춘 흔적이 역력한 만큼 盧당선자를 괴롭혀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盧당선자가 송금의혹 수사에 반대한 만큼 총리인준과 연계할 충분한 명분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盧당선자 측은 '국익론'으로 맞서고 있다. 캐봐야 국익에 도움될 게 없다는 논리다. 이강래(李康來)의원은 "의혹을 밝혀야 하나 남북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며 "모두 까발리면 남북관계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어 여야가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사실 규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순형(趙舜衡)의원은 "사실규명이 먼저고 통치행위인지 판단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며 "대통령의 통치권 문제를 확대해석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4일 총무회담은 국정조사.특검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총무와 정치적 양해사항으로 넘기자는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의 팽팽한 탐색전이 전개될 것 같다.

자칫하면 盧당선자의 취임식 등 새정부 출범 일정이 헝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정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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