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향학열…찬바람도 비껴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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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영등포구 시흥2동 난민촌 가파른 언덕위에 세워진 교실 2개짜리 「블록」건물이 지붕도 못올린채 11일 낮 난민촌 주민들과 연세대학 봉사대「이마누엘」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준공식을 가졌다. 난민촌 주민들 간에 「연우중학」으로 불리는 이 학교는 지난 여름 모 제약회사가 보태준 10만원의 성금을 바탕으로 어린이들과 봉사대원들의 땀으로 이룩된 가장 작고 가난한 학교.
이날 봉사대원 대표 비희남(23·연세대학 3년)군은 『비록 창문을 못달아 찬바람이 여러분의 여윈 살갗을 싸늘하게 식히고 지붕을 못 얹어 서리가 교실안을 적셔주지만 내리쬐는 햇빛으로 찬몸을 녹이며 어느 다른 어린이보다 열심히 공부하자』고 어린 제자들을 격려했다.
이 학교는 작년 겨울 연세 대학 봉사대원들이 처음으로 가난 때문에 중학 진학을 포기했던 이곳 난민촌 어린이 5명을 모아 남의 집 방 한간을 빌어 공부를 시킨 것이 금방 소문이 번져 만 1년 만인 지금은 이곳을 찾아든 어린이가 1백 20명(남80·여40)이 넘는다.
지난 여름 봉사대원 10명은 시유지 일부와 주민으로부터 대지 50평을 확보, 학교짓기 운동을 벌여 어린이들과 봉사대원들은 「블록」을 나르고 자진해서 나온 부형들이 문짝을 짜고 「블록」을 쌓아 올려 교실은 간신히 지었다. 봉사대원들이 나머지 비용 20만원을 보태려고 서울 시내에서 가정교사 노릇까지 하여 벌어온 돈까지 공사비에 보탰으나 교사완공을 위해서는 너무나 힘에 겨운 노릇.
준공식을 마친 뒤 어린이 1백 20명은 『지붕도 창문도 우리 손으로 달기 위해 신문팔이와 학용품 행상을 벌이자』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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