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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주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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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부터 시중은행의 주주총회가 열린다. 명색이야 주주총회이지만 실질적으로 시중은행을 지배하는 것은 정부이므로 주주총회라기 보다는 시중은행운영에 대한 정부의 주기적인 추인행위라는 것이 보다 적절한 표현일지 모른다.
금융질서가 혼란의 극을 달리고 있다는 공화당의 평가가 나올만큼 오늘의 금융계는 무리와 불합리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금융계가 혼란과 파동의 소인을 내포하게된 연유의 대부분은 정책적 과오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금융인들이 투철한 양심과 국민경제적 고려를 우선시키는 양식을 갖추고 있었던들, 오늘날과 같은 무질서와 혼란의 씨를 심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적되는 모순을 절감하면서도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융계 인사들의 사회적 책임은 어느 날엔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무리한 지보로 파행된 가불·대불·편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은 당국자들의 경영태도도 문제이지만 이를 감독하고 지도해야할 중앙은행을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지보금액을 은행법 15조 한도에서 부분적으로 제외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15조 한도를 임시로 늘려줌으로써 이를 조장시켜준 어처구니없는 짓을 감행하여 왔다.
뿐만 아니라 은행법 규정에 따른다면 형사적 책임까지도 면할 수 없는 계수조작을 감행하고 또한 그를 묵인한 금융계는 은행이 생명으로 하는 공신력마저도 헌신짝처럼 버린지 오래다. 금리현실화의 모순으로 파행된 적자경영을 호도하기 위해서 연체이자를 증자로 회수하고 이자보전을 분식하는 따위로 흑자결산을 해서 13% 배당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불합리가 누적되면 될수록 금융계는 혼란요인을 축적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자본??식으로 시대적 요청인 내자동원체제의 강화를 외면하게 되고 만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금융계에 새로운 기풍이 일어나야 할 필요성은 절실한 것이며 이번 주주총회를 계기로 금융정상화의 길이 틔어야 할 것이다. 이미 경제개각으로 정책적 전환이 시도되고 있으므로 금융혼란을 조성시킨 정책적 여건이 해소될 전기에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외자도입의 재검토를 비롯하여 금리재조정도 면밀히 검토되고 있으므로 금융정상화의 기운은 성숙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여건의 호전과 보조를 맞추려면 금융계 내부의 정비가 불가피한 것이며 그 수단의 하나로 인사쇄신을 기하는 것도 우선의 과제일 것이다.
획기적인 증자와 인사쇄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이번 주주총회는 명실공히 금융정상화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하겠음을 특히 강조하고 싶으며 대주주인 정부도 이런 각도에서 주주총회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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