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후퇴 거듭… 네거티브·시스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그 동안 정부가 검토해온 「네거티브·리스트·시스팀」에 의한 수입자유화방안은 14일 무역위원회의 최종결정에 따라 곧 실시를 보게되었다.
「네거티브·리스트·시스팀」에 의한 수출입기별공고방식은 수출입 무역을 제한·금지·자동·불 표시품목 등으로 다기하게 규제하는 보수적인 현행 「포지티브·시스팀」과는 달리 제한 및 금지품목만을 명시, 나머지 품목을 터놓는 전진적인 수출입 개방제도.
그러나 보다 폭넓은 무역자유화로 가기 위한 이 제도의 실시는 그 목적을 어디에 두고 출발했든 간에 결과 면에서 국내 산업의 위축과 시장의 혼란이란 두려움과 일면 국내기업을 국제경쟁에 붙여 제품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 상충, 그 득실에 대해 정부나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관심거리.
정부는 이 제도실시로 하반기 수입예상액이 5천만불 가량 늘어 약 2백억원(수입대전 1백40억원 관세 70억원)의 통화수축이 가능하고 물자공급량이 그만큼 늘어 안정계획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이점과 관세율 50% 이상인 것을 수입 개방하는 만큼 국내산업을 크게 위축시키지 않으라는 점, 상품경쟁으로 수출상품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업계의 반발은 적지 않게 크다.
업계는 이 제도가 실시되면 ①질적으로 우수한 외국상품이 들어와 국내산업 특히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고 ②시장확보를 노린 외국상사들의 「덤핑」으로 국내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는 점을 크게 우려, 선진국도 3, 4년간의 조정기간을 두어 실시한 전례가 있는 만큼 우리도 3년 동안 조정기간을 두거나 2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71년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
하여간 이번에 확정된 「네거티브·리스트」품목은 당초의 예상보다는 상당히 후퇴한 감이 없지 않다.
13일 무역위 소위원회가 확정, 본 회의에 올린 품목은 금지가 1백51개, 제한이 3백75개로 모두 5백26개.
이중 1백73개 품목은 ①원료로 관세율이 25%인 것 ②완제품으로 관세율이 50% 이상인 것 ③외환대수가 5백대1 이상인 것 등 수입개방선정기준에 들어있긴 하나 소위원회 위원들간의 이견으로 본회의 결정에 일임키로 보류된 것.
무역위 본회의가 수입개방여부를 어떻게 결정지을지는 알 수 없으나 대체로 앞으로 관세율을 조정한 후 점진적으로 개방한다는 방향으로 기울어질 듯.
당초 1차 시안에서의 3천7백10개를 수입억제대상으로 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지마는 삭제된 대부분이 중복·표시의 오류에서 비롯되었을 뿐, 연간수입액이 큰 품목들은 모두 이 1백73개 보류품목에 들어있다. 이 1백73개 품목은 TV·냉장고·선풍기 등 전기 기기·면직물·모직물·견직물 등의 방직제품, 「소시지」·과자류·우유제품 등의 음식품, 판유리, 화장품, 시계를 비롯한 경공업 제품들로서 그 동안 문제품목이 되어왔던 것.
관계자들 사이엔 원료수입을 더 트고, 국내생산을 자극할만한 외국 상품에 대해선 「쿼터」제를 부활, 더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외환부문의 통화수축, 하반기안정대책, 이에 따른 공공 요율의 현실화 등에 목적을 두고 출발했던 무역자유화방안은 현재 국내산업보호라는 벽에 부딪쳐 상당한 후퇴가 불가피해진 것 같다. <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