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갈등 키우는 정당공천제 폐지 적극 추진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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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호 08면

“의회 내에서 적당한 갈등은 괜찮습니다. 이게 장기화되면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너무 많아 문제입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실장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장인 금창호(53·사진) 박사의 말이다. 그는 지자체 내부 갈등의 원인과 해소 방안을 주로 연구해 왔다. 2011년 7월, 사회통합위원회·한국지방자치학회 공동주관 토론회에서 논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간 갈등해소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금 실장은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된 지 22년인데 아직 갈등의 양상이나 해결책은 유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 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지자체 갈등의 원인은 뭔가.
“크게 두 가지다. 지방의회 내 정파 갈등과 지방의회와 시 집행부 간의 갈등이다. 의회 내 갈등은 대부분 정당 사이에 발생하는 이념 갈등이다. 용인시, 서울시, 성남시의 경우가 그렇다. 이 중 상당수는 중앙당 정책과 연계된다. 반면 의회와 시 집행부 간의 갈등은 대개 단체장과 의원들 사이의 다툼인데 주로 명분 때문이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많이 주장하는데.
“기초의회의 경우 2006년부터 공천이 이뤄졌다. 지금까지 보면 그 이후부터 정당 간 정책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공천권이 있는 중앙당에 지역이 예속돼 있기 때문이다. 중앙당에서 시키는 대로만 한다. 정당공천 자체를 없애는 것이 그런 대립을 억제해줄 수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방안이 있나.
“지방자치의 기본 가치는 원칙적으로 다양성이다. 서울시, 경기도, 작은 시·군이 모두 동일한 제도를 가질 이유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완화할 방법을 찾아주고, 중기적으론 폐해가 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장기적으론 의회·지자체 구성 방식을 지역마다 다양화해서, 주민들이 다른 지역을 벤치마킹 하기도 하면서 지역에 맞는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기관 구성 다양화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
“미국은 애초부터 자치단체별로 형태가 다양하다. 영국은 우리와 똑같은 단일 형태를 취해오다 1990년대에 몇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각 지방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줬다. 유형 중에는 예를 들면 의원내각제 형태가 있다. 지방의회 의원만 선거로 뽑은 뒤, 의원 중에서 간접선거를 통해 단체장 등 집행 기관을 구성하는 식이다. 단체장은 아예 외부에서 전문가를 개방형으로 뽑아올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양당 대립 구조는 합리적인 문화를 갖고 있지 않은 한 늘 갈등이 발생하는데 이런 걸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책임정치는 중요하다. 그런데 정당 공천제가 그걸 가능케 하느냐가 문제다. 제도를 갑자기 바꿀 수 없어 현재대로 가야 한다면, 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이 증폭될 때 그걸 풀어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적당한 패널을 추출해서 충분한 정보를 주고 공론조사를 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 결과를 가지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미국·영국 등에서 많이 활용되는데, 우리도 논의가 많았지만 아직 제도 정착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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