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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비즈] 500만원이면 나도 … 생각보다 가까운 요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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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늑한 공간에서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요트가 새로운 레저 스포츠로 뜨고 있다. [사진 에쎄가든]

20세기까지 한국인에게 바다는 일터였다. 그러나 21세기의 바다는 놀이터다.

 요트가 뜨고 있다.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새하얀 외관은 바라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내부 선실은 특급 호텔처럼 아늑하다.

 부산 수영만 마리나에서 10분만 요트를 타고 나가도 숨막히는 도시에서 탈출해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일몰을 바라보며 싱싱한 생선회에 포도주나 소주 한잔을 걸칠 수도 있다. 사생활도 완벽하게 보호된다. 골프스타 타이거 우즈(38)가 새 애인 린지 본(29)과 요트에서 데이트를 한 것도 괜한 일이 아니다. 지삼업(64) 부경대 해양스포츠학과 교수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가면 물 위에서 하는 스포츠가 시작되고, 3만 달러가 넘으면 개인이 요트를 사는 시대가 온다”고 설명했다.

 이미 한국에서도 요트는 외국 영화 속에서만 보던 로망이 아니다. 중·상류층에서는 요트가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저가 됐다.

 미국은 국민 17명당 1척의 해상레저기구(요트·모터보트·워터바이크 등)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도 68명당 1척, 스웨덴은 7명당 1척의 해상레저기구가 있다. 반면 한국은 2011년 현재 1만1700명당 1척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2000년 61명에 불과했던 요트 면허 취득자는 3800명으로 늘었다. 해상레저기구 보유도 2005년 4178척에서 2013년 8232척으로 두 배로 늘었다. 요트는 2006년 겨우 2척뿐이었지만 지금은 4000여 척이다. 요트 인구도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요트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회원권도 등장했다. 콘도 처럼 여러 명이 나눠 요트를 즐기는 방식이다. 이우덕 에쎄가든 총괄본부장은 “10만 명의 요트 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저 500만원대에 회원권을 분양하는 사업을 지난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고객은 지난해 선상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 그는 “중국인 바이어와 요트를 타고 미팅을 했다. 부산의 야경과 광안리 불꽃축제를 보면서 저녁을 함께했다. 술 마시며 접대한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관광 코스로 요트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하루에 50만원 정도면 4인 가족이 선상 낚시도 즐길 수 있다.

 요트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길이가 100m에 달하는 초호화 요트 중에는 헬기장과 영화관을 선상에 갖춰놓은 것도 있다. 배라기보다는 ‘바다 위의 호텔’이라고 부르는 게 어울리는 이런 요트는 한 대 가격이 2000억원을 넘나든다. 타이거 우즈의 요트 ‘프라이버시’는 220억원에 구입했으며 1년 유지비가 20억원에 이른다.

 전 세계 해상레저기구 시장은 한 해 500억 달러(약 57조원)를 넘는다. 국내에는 60여 개의 요트 제작업체가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단계였지만, 조금씩 국내 기술로 요트 완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광동 FRB의 최지훈 과장은 “선진국에 비해 10년 정도 기술이 뒤처졌다. 그래도 지난해부터 100% 국내 양산체제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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