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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가는 길, 샛길은 없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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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기자] 1990∼2000년대에 이어 다시 전원주택이 인기다. 이번엔 다르다. 과거 중상류층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중산층 가세가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베이비 부머 은퇴 본격화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원주택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최소한 어린시절이라도 시골생활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민가는 각오로 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꿈에 부풀어 전원생활에 도전했다가 좌절하고 다시 돌아온다. 현실로서가 아니라 막연한 환상으로 전원생활을 꿈꾼 결과다. 전원주택 부지 마련에서 건축, 전원생활까지 유의할 점을 주 1회 시리즈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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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전원주택 한 채 짓는다는 것은 그리 녹녹치 만은 않은 일이다. 손바닥만한 땅 한 필지에도 수십 여 개의 법령이 뒤얽혀 있기 때문이다.

토지 이용 규제 관련 법률만 총 120여 개에 달한다. 이들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규제의 종류만 400여 개다. 10여개의 관청이 이 같은 토지 규제를 관리한다.

때문에 전원주택을 지을 때 관청에서 받아야 하는 인허가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예를 들어 관리지역 농지를 전용해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치자. 이때 수요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물론, 농지법·산림법·건축법·상하수도법·수질오염관리법 등 관련 법령을 어느 정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편법'이다. 복잡한 인허가를 피해 손 쉽게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샛길' 말이다.

대표적인 전원주택 인허가 관련 편법이 '수허가권 변경'이다. 외지인이 까다로운 땅 관련 인허가 절차를 피하기 위해 원주민이 이미 허가를 받아 놓은 '허가권'을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이다.

한때 용인·남양주 등 인기지역에서 이 허가권 프리미엄은 500만∼600만원 정도에 거래된 적도 있다.

예컨대 외지인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땅을 사려면 전 가족이 현지에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원주민 명의로 허가를 받아 놓은 땅은 주소지 이전 없이 전원주택을 지은 다음 땅(대지 상태) 소유권을 넘겨 받을 수 있다. 개발 허가권자와 건축주가 동일하면 전원주택 건축이 가능하다는 법률을 활용한 사례다.

한때 전원주택 시장에서 성행했던 '이축권' '폭탄분할' '쪼개 허가받기' 등도 모두 마찬가지로 복잡한 인허가를 피해 땅을 사고 집을 짓기 위해 동원됐던 편법들이다.

하지만 '나는 편법' 위에 역시 '나는 정부' 있다. 편법이 교묘해질 수록 정부의 단속도 집요해진다. 신종 편법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막기 위한 규정도 새로 나오기 마련이다. 편법은 비록 불법은 아니지만 자칫했다가는 막대한 비용 손실 등의 낭패를 볼 수 있다.

▲ 경기도 이천시 마장동에 있는 전원주택단지.

수허가권 변경의 경우 이미 한 차례 허가권 명의변경이 있으면 추가 변경이 어려워 웃돈만 떼일 수 있다. 편법 분할 등도 잘 못했다가는 과태료 폭탄을 맞을 우려도 크다.

게다가 정부의 단속망도 갈수록 첨단화·지능화하는 추세다. 특히 정보통신의 발달이 전원주택 시장에 불러온 변화는 혁명적이라 할 만 하다.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생생한 현장 정보가 우르르 쏟아진다.

인터넷은 토지 인허가 관련 불법을 적발하는 데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일부 시·군에선 다음·구글·네이버의 지도검색 시스템과 자체적으로 제작한 토지정보통합도를 함께 연동시켜 만든 지적편의시스템을 활용해 각종 인·허가에 따른 경미한 지형 변화까지 알아 낸다.

그러다 보니 요즘 일부 시군에선 담당 공무원 등은 이 시스템을 통해 농지나 임야의 불법 전용 사례를 적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네가 땅에서 남 몰래 한 짓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토지정보시스템(KLIS)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 등의 첨단 땅투자 감시망도 가동 중이다. 정부는 이들 첨단 감시망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상 거래 징후가 있으면 득달같이 해당 지자체에 정밀 조사를 통보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바로 정공법이다. 수고롭고,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샛길'보다는 '본류'로 가야 한다.

그래야 만에 하나 치를 수 있는 비용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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