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 협정 선진적 개정 미국 의회가 관심을 가져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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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이 한국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할 수 있게 선진적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미 의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밥 코커(공화당)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를 만나 이같이 당부했다. 이에 대해 코커 간사는 “한국에서의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며 “상호 호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1974년 체결돼 2014년 3월 19일 시한이 끝나는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동의 없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도발 위협이 높아지면서 우리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핵의 평화적 이용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선진적 개정’은 한국이 세계 원자력산업의 핵심 기술 국가가 된 만큼 그런 세계적 상황을 고려해 협정을 개정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자력 능력이 있는 나라도 얼마 되지 않는 만큼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원자력 선진국이라는 것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에서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미국의 포괄적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핵 확산에 민감한 워싱턴의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협정 비준권을 쥐고 있는 미 의회가 핵무기 비확산 정책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원자력 협상에 정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한·미 관계가 매우 우호적이었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며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북핵 위기 속에서 미국의 공조를 얻어내야 하고, 원자력 협상에서 또 미국의 양보를 얻어야 해 쉽지 않은 국면”이라고 말했다.

◆골드 스탠더드 언급되지 않아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의 원자력 협상 실무 과정에서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금지의 명문화)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며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 협상을 앞두고 우리 정부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신용호·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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