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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경영으로 연매출 3조, 유럽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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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피에르 파브르

“한국에 아토피재단을 곧 세우겠습니다. 한국 청소년의 25%가 아토피를 앓는다더군요. 우리 목표는 상업적 성공만이 아닙니다. 사회 공헌 활동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26일 낮 1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프랑스의 글로벌 제약·화장품기업 ‘피에르파브르’의 한국 직진출을 발표하며 스티븐 콩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디렉터는 매출 목표 대신 한국 학계와의 공동연구 등 ‘상생’ 방안을 설명하는 데 열중했다. 온천수 약국화장품 ‘아벤느’와 프리미엄 헤어제품 ‘르네 휘테르’로 유명한 이 회사는 2011년 기준 매출 19억2000유로(약 3조원), 140여 개국에 진출한 거대 글로벌 기업이다. 회사 지분의 65%는 공익 재단 몫이고, 자사주를 보유한 직원은 92%에 이른다. 콩키 디렉터는 “1961년 창업주 피에르 파브르(88)가 회사를 세울 때부터 지역 사회 공헌, 혁신과 윤리 경영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어떻게 공익 재단이 매출 3조원대 글로벌 기업을 운영하게 됐나.

 “원래 창업주가 100% 소유한 비상장 회사였다. 창업주는 후손이 없는데 프랑스는 제3자 상속세가 50%나 된다. 고령의 창업주가 별세하면 회사 자본 절반이 넘어가 휘청거릴 위험이 있었다. 90년부터 지분 5%로 운영하던 공익 재단에 2008년 창업주가 지분 60%를 추가로 넘겼다. 회사와는 완전히 별개인 재단으로 이사회에 정부 관계자도 있다. 2005년부터 사원지주제도 시행했다. 7%가 직원 소유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그런 소유 구조로 경쟁이 가능한가.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졌다. 공익성이 강조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 또 회사가 창업주 유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안정감도 강화됐다. 사실상 전 사원이 주주라 100명의 사원대표단을 통해 회사 정보와 비전을 전 조직이 공유하면서 충성도와 효율도 높아졌다. 프랑스에서도 유례가 없는 신경영 모델이다.”

 - 남프랑스의 소도시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약사인 창업주가 약국을 처음 열었던 지역의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프랑스는 중앙집권국가고 모든 게 파리 중심이라 지방에서 기업 하기 어렵다. 그러나 혁신적인 제품과 기업 윤리를 통해 지역 기업도 세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증명했다. ▶시장에 이미 있는 제품을 내놓지 마라 ▶제품의 질이 보장 안 되면 하지 마라 ▶소비자한테 필요 없는 마케팅을 하지 마라는 철학을 지켰다. 피부과학(더마톨리지)과 화장품(코스메틱)을 결합한 더모코스메틱(약국 화장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유럽 1위의 비결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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