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옷 색깔이 밝게 변하고 있다. 여야가 국정공백의 주범이었던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합의처리키로 한 17일 이후 무거운 계열의 색깔보다 밝은 색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19일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같이했다. 회색 재킷 차림이었으나 차이나 칼라 부분에 자주색을 덧대 포인트를 줬다. 앞서 18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땐 밝은 노란색 재킷에 초록색 계열의 바지를 입었다. 바지 색깔과 맞춘 가방도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사람들은 “대통령의 옷 색깔은 정치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박대통령은 시간(Time)과 상황(Occassion),장소(Place)에 맞는 옷을 고른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옷 색깔을 보면 그날 대통령의 심리 상태나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첫 수석비서관 회의(2월 27일) 때 주황색 재킷을 입은 이후 서초동 하나로마트(3월 13일)를 방문할 때를 빼곤 짙은 초록색 재킷(3월 4일, 대국민 담화)이나 회색 재킷(3월 12일, 알티캐스트 방문)을 입는 등 밝지 않은 색깔의 옷을 주로 입었다.당시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처리되지 않아 국정공백이 계속되던 때였다.
대통령 취임식(2월 25일)과 장교 합동임관식(3월 8일), 경찰대 졸업식(3월 14일) 땐 똑같은 옷을 입었다.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국방색 재킷이었다. 단호함과 강인함이 배어있는 군복 색상의 패션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에 대한 권위 등이 강조된 것으로, 박 대통령이 직접 고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옷의 색상을 통해 우회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예는 또 있다. 증권거래소를 방문했을 때는 주가상승을 의미하는 붉은 재킷을 입었고, 아웅산 수지 여사를 만났을 땐 오렌지색 차이나 칼라로 ‘희망’ 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된 뒤 대통령이 입던 옷 중에서도 주로 밝은 계열의 옷을 고르고 있다”며“1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선 본격적으로 자신의 통치 스타일과 색깔을 드러내려고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은 옷 색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색깔정치를 한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핵 머리에 이고 못 살아”
박 대통령은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등 종교지도자 7명과 오찬을 하고 “북한의 핵위협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며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도발한다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길로 나온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해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종교지도자들에게 “북한의 문호 개방 등 올바른 선택에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했다.
정부조직법 파행으로 비상체제로 운영되던 청와대는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매주 두 차례(수·금요일) 하고 시간도 오전 8시에서 30분 늦추는 등 정상 체제로 전환한다. 국정운영의 중심이 청와대에서 내각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신용호·강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