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개조한 무대에 1000여 명 들썩들썩”

중앙선데이

입력

백화점과 클럽. 쉽게 떠오르지 않는 등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클럽을 백화점 영업 현장에 적용해 재미를 보는 곳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2009년 경기도 부천 중동에 영패션 전문관인 유플렉스를 개점하면서 클럽 마케팅을 접목했다. 분기에 한 번꼴로 매장 내에 클럽 무대를 꾸며 젊은 소비자를 위한 파티를 연다. 이 회사의 영업전략실 김대현(52·사진) 전무에게서 클럽 마케팅 전략을 들어봤다. 그는 1985년 입사해 중동점장과 부산점장을 거쳐 올 1월부터 영업전략실 부실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장 전문가가 말하는 클럽 마케팅

-반응은 어떤가.
“오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열린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00명 넘는 고객이 모여 서로를 배려하며 흥을 돋운다. 늘 성황리에 끝난다. 백화점을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재미와 흥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클럽 마케팅의 장점이라면.
“우선 젊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한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로서 백화점의 매력은 크지 않다. 소비자들이 이곳에서 더 오래 머물며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백화점을 방문하는 횟수가 더 늘어날 것이다. 무대에서 춤을 추는 건 20대지만, 30대 이상 소비자들에겐 볼거리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들썩들썩하는 분위기 자체가 흥을 돋우는 것이니까.”

-직원들 입장에서는 어떤 효과가 있나.
“전문 업체를 통해 매장 내부를 클럽 스테이지로 바꾸는 것인 만큼 부담은 별로 없다. 유플렉스처럼 무대를 꾸밀 만한 공간이 있는 점포는 직접 매장 내부에 무대를 만드는 게 좋다. 그런 공간이 여의치 않은 점포는 주변의 클럽 한 곳을 빌려 행사를 한다. 직원들은 클럽 행사를 준비하면서 젊은 층의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는 학습 공간이 된다.”

-클럽 마케팅은 30대 이하 젊은 층뿐이라는데.
“맞다. 백화점은 20·30대뿐 아니라 40대 이상 고객층도 아울러야 한다. 분위기가 어색한 고객을 위해 점포별로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참가하는 동호회 형태의 클럽을 운영한다. 통상 클럽이 협소하고 볼거리가 많다면 동호회 클럽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서로 간 모임을 통해 커뮤니티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장점이 있다.”

-클럽 마케팅을 위한 현대백화점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고객들이 백화점이 아니라 진짜 클럽에 온 것같이 느낄 수 있도록 조명부터 인테리어까지 신경 쓴다. 이를 위해선 고객들의 목소리를 사전에 최대한 듣는 게 중요하다. 분기별 한 번 열리는 행사지만 초청 가수나 행사 진행방식, DJ 섭외 등에 있어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핫(hot)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충분히 조사한 다음 섭외에 들어가 만족도가 큰 게 특징이다. 덕분에 실제 홍대 인기 클럽에 온 것 같다는 고객들의 반응이 상당수다.”

-동호회 클럽은 현재 몇 개 정도인가.
“점포별로 30~50개 동호회 클럽이 운영된다. 여행이나 맛집·육아 관련 등 주제도 다양하다. 동호회 클럽을 통해 소비자들은 비슷한 생활 수준과 관심사를 갖춘 사람들끼리 자연스레 만나 친분을 쌓을 수 있다. 자녀의 나이가 12세 이하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육아 카페인 i-club(아이클럽)의 경우 현재 온라인 회원만 1만5000명이 넘는다.”

-클럽 운영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가.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백화점 같은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기업 입장에서 충성고객 확보가 최대 화두다. 고객들이 클럽 활동을 하려면 백화점을 찾아야 하는 ‘고객 확보 유발효과’가 있다. 백화점으로선 일 년에 한두 번 찾아와서 거액을 쓰는 소비자 못지않게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소중하다.”

-올해도 내수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마케팅의 주안점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은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고객을 세분화해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마케팅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클럽 마케팅이나, 모든 연령대를 위한 동호회 성격의 클럽 모두 방문 횟수를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게 자체 조사결과다. 클럽 마케팅은 이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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