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악동'로드맨, 조용한 목소리로 "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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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미 프로농구(NBA)를 대표했던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52)이 스포츠 외교를 위해 북한을 찾았다.

 AP통신은 로드맨이 26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로드맨은 올 4월 미 케이블 채널 HBO에서 방영될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유명 묘기 농구팀 ‘할렘 글로브트로터’ 소속 선수 3명 및 대중매체 바이스(VICE) 촬영 스태프들과 함께 방북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코와 입술 피어싱을 한 모습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로드맨은 평소와 달리 조용한 목소리로 “농구를 가르치고 이곳 주민들과 대화하기 위해 왔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VICE는 일전에도 북한에서 촬영을 한 바 있다.

 로드맨의 전격적인 북한 방문은 농구광으로 유명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취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시절 로드맨을 동경해 그의 등번호 91이 새겨진 시카고 불스 유니폼을 입고 농구경기를 즐긴 일화는 유명하다. 로이터통신은 “김정은은 10대 시절 시카고 불스 및 LA 레이커스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VICE 역시 “북한에서 어린이 농구 캠프를 진행하고, 북한 선수들은 물론 시민들과도 친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라며 “ 김정은도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86년 NBA에 데뷔한 로드맨은 파워 포워드로 활약하며 전설적인 리바운더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코트 안팎에서의 기괴한 행동 은 그에게 ‘벌레’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로드맨은 94년 두 달여 동안 마돈나와 데이트하며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그는 훗날 자서전에서 “마돈나가 내 아이를 갖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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