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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은 역사의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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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일러스트=심수휘]

‘스승은 범죄의 어버이셨다’ 이 문구는 대한민국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한 TV 뉴스의 자막이었다. 이 시대를 사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기 그지없다. 어쩌다 스승이란 단어가 이런 조롱 섞인 질타의 대상이 됐는지 모르겠다. 방송국만 탓할 수도 없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스승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행태가 문제인 탓이다.

교육계 비리 사건인 장학사 선발 문제가 엉뚱하게 교육감 직선제 폐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본말이 전도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여론 형성으로 교육감 직선제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대두되고 있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이라는 헌법정신의 구현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려 지방교육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로 규정돼 있는 교육자치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자치 완성도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교육감 직선제의 정착을 위해 그동안 많은 사회적 비용과 교육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얻어진 최선의 사회적 성취물인 교육감 직선제를 비리사건이 발생했다고 하여 교육자치의 본령을 훼손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면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물론 교육감 비리는 충남지역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중 8명이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거나 재판 중이라고 한다. 인천시교육감은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무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검찰이 집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으로 불리는 김응환 전북도교육감과 민병의 강원도교육감 역시 부당 승진에 개입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상대 후보를 매수한 죄로 교육감 직을 잃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가 교육감 직선제 때문에 발생했다고 하는 것은 억지 논리일 뿐이다. 그럼 학교운영위원들에 의한 교육감 간선제 시절, 교육위원들의 호선에 의해 선출되던 시절, 임명직 교육감 시절에는 교육감 독직이나 비리 사건이 전무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기록이 증명하고 있다. 교육계 비리의 문제는 교육감 직선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교육에 문외한 이들이 내리는 전혀 황당무계한 잘못된 결론일 뿐이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은 역사의 후퇴일 뿐이다.

교육계비리 근본적인 문제는 잘못된 내부 승진시스템 때문이다. 학교는 특수 구조를 가진 조직사회다. 한 학교에 아무리 많은 교사가 있어도 교장 1인, 교감 1인 밖에 없다. 자리는 극히 한정돼 있는데 모든 교사가 승진 대열에 서고 있다. 이러다 보니 승진을 위해 온갖 편법이 생겨 날 수밖에 없다.

권광식 도하초등학교 교사

무한 경쟁을 유발시키는 이 내부 승진시스템을 교장 5년 단임제 등의 획기적인 개선책들을 마련해 시행해 나갈 때 교육계의 잘못된 모든 관행과 악습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아이들과 같이 느끼고 호흡하는 교사가 우대 될 수 있도록 교육계 내부 시스템의 정비가 그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이유를 오늘 교육감의 각종 비리가 웅변해주고 있다.

권광식 도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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