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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맵시 받쳐주는 유럽 럭셔리 소형차의 간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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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호 25면

소형차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친퀘첸토. 맵시뿐 아니라 가속력이 좋은 1.4L 엔진을 달아 힘이 넘친다. [피아트]

디자인이 예쁜 차로 유명한 피아트 친퀘첸토(500)가 지난달 한국에 상륙했다. 이 차는 도로를 누비는 운송 수단 가운데 가장 맵시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탈리아어로 친퀘(cinque)는 5, 첸토(cento)는 100을 뜻한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500’이다.

김태진 기자의 Car talk 이탈리아 디자인 아이콘 피아트 친퀘첸토(500)

2009년 이탈리아로 출장 갔을 때다.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는 유독 소형차가 많다. 당시 한국 대표 경차였던 마티즈를 도로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해변가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마티즈 비슷한 빨간색 차량이 멈춰서더니 비키니 차림의 8등신 미녀가 내렸다. 눈길을 확 끈 것은 비키니도 있었지만 그 차의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누구라도 한눈에 사로잡는 차, 바로 친퀘첸토다.

이 차는 실내 크기나 출력ㆍ편의사양같이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으로 따지기는 어렵다. 가장 우선적으로 볼 부분은 뛰어난 외관이다. 디자인을 위해 많은 부분을 포기했다. 넉넉한 실내와 각종 편의장치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내부 모습.

다음으로 이 차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다. 경차 쉐보레 스파크나 기아 모닝의 길이(3595㎜)보다 오히려 40㎜ 짧다. 대신 폭은 45㎜ 넓다. 쉽게 말해 사이즈로 보면 경차와 흡사하다. 크기는 작지만 엔진은 넉넉하다. 경차 배기량(1L)보다 큰 1.4L 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그래서인지 엔진을 끝까지 쥐어짜야 고속을 낼 수 있는 경차와 달리 힘이 넘친다. 럭셔리 소형차인 셈이다. 2007년 하반기 이탈리아에서 출시된 이 차는 지금까지 100만 대 넘게 판매됐다. 일본과 미국에는 2010년 들어왔다. 한국에는 이제야 첫선을 보인 셈이다. 대형차가 주종인 북미에서도 디자인 덕분에 지금까지 8만 대를 판매했다.

‘날 좀 봐줘’ 눈길 끄는 디자인으로 타는 차
친퀘첸토를 타면 혹시 모를 고장도 두렵지 않다. 길거리에 비상등을 켜고 견인차를 기다리더라도 조급한 마음은 별로 없을 게다. 맵시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도로를 달리는 다른 차 운전자의 시선도 이 차에 고정될 것이다.

디자인 원형은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빼어난 외모에다 작은 크기에 틈새를 살린 공간으로 서민들의 소형차로 각광받았다. 신형은 구형 디자인의 유전자를 살린 복고풍이다. 대신 거인이 됐다. 길이나 폭이 모두 한 뼘 가까이 커졌다. 기자는 아직도 구형에 더 애착이 간다. 덩치 큰 유럽인들이 작은 친퀘첸토에 몸을 구겨넣은 우스꽝스러운 모습, 운전대를 살짝 거머쥐고 골목길을 누비는 게 한 폭의 그림처럼 친근하다.

실내에 앉으면 또 한번 ‘와우’ 소리가 나온다. BMW가 만든 미니 쿠퍼의 인테리어 테마인 동그라미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모가 없는 곡선 속에 깜찍함이 느껴진다. 시트는 1m80㎝가 넘는 키 큰 사람이 타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작은 차는 높게 앉아야 편하다. 유리창을 여는 스위치는 도어가 아닌 계기판 우측 중앙 부위에 달았다. 한국인을 위한 편의사항도 추가했다.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다. 서스펜션은 한국인 취향에 맞게 미국 모델보다 덜 물렁거리게 했다. 내비게이션은 아예 달 곳이 없다. 좁은 실내공간을 해칠 뿐만 아니라 디자인 컨셉트를 망가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적어도 이 차를 타는 사람이라면 깔끔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어울리지 않을까 한다. 지붕을 열 수 있는 컨버터블 500C의 뒤태는 이탈리안 디자인의 참맛이 느껴진다. 차체의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지붕만 접이식으로 열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이다. 일반 컨버터블의 단점인 횡풍을 제대로 차단해 준다. 시속 60㎞에서도 열고 닫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차는 피아트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다. 멕시코는 아직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안 돼 8%의 관세가 붙는다. 그래서인지 가격은 다소 불만스럽다. 가죽시트 없는 기본형이 2690만원, 고급형 2990만원, 500C는 3300만원이다.

경쾌한 토크에 쫀득한 핸들링 일품
빨간색 시승차의 시동을 걸고 달려봤다. 공회전 상태에서 정숙성은 흠잡을 데가 없다. 액셀을 밟으면 가솔린 특유의 ‘우웅-’ 하는 엔진음을 내며 상쾌하게 튀어 나간다. 소형차로도 무게(1110㎏)가 가벼운 데다 가속을 결정하는 토크가 좋아서다. 시속 140㎞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무리가 없다. 고속에서도 맞바람 소리나 잡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유럽에서 갈고 닦은 차체는 시속 100㎞가 넘어도 안정적인 주행능력을 보여준다.

시내에서는 연비가 11㎞/L 내외, 시속 100㎞ 이상 달린 고속도로에서는 15㎞/L가 가뿐하게 나왔다. 주행성능 가운데 백미는 핸들링이다. 딱딱한 독일차와 달리 적당히 무른 서스펜션인데도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껌처럼 도로를 꽉 물고 늘어진다. 적당히 휘청거리면서도 자로 잰 듯한 핸들링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는 신장 1m75㎝ 이상에 75㎏이 넘는 어른 네 명이 탔다. 2개뿐인 도어를 열고 앞 시트를 제치고 탑승할 때는 역시 불편했다. 시트에 몸을 파묻고 나니 생각보다 공간이 여유롭다. 이유는 차고(車高)가 높아서다. 높이 1555㎜로 기아 박스카인 경차 레이(1700㎜)를 제외하고는 소형차 가운데 가장 높다. 출발은 예상보다 경쾌하다. 220㎏ 이상 중량이 더해졌지만 답답함은 없다. 40㎞를 한 시간 정도 달렸다. 연비는 10㎞/L로 혼자 운전한 시내주행 때보다 10% 정도 나빠졌다. 한 시간 더 달리면 비좁은 뒷좌석 탑승자들의 비명이 나올 게다.

또 다른 즐거움은 주차다. 주차선을 보고 대충 차를 넣어도 양쪽으로 여유가 있다. 앞뒤는 너무 많이 남아 다른 차들이 빈 곳인 줄 알고 찾아온다. 이런 게 작은 차의 매력이다.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갈 수 있는 차폭뿐 아니라 주차장에서 마음이 편해진다. 작은 차를 거들떠보지 않는 ‘큰 차 지향적 소비자’가 느끼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그렇다면 친퀘첸토에 딱 맞는 사람은 누굴까. 골드 미스, 개성에 목숨을 건 사람, 풍족한 신혼부부나 노부부가 가장 멋스러울 것이다. 승용차 하면 도어는 꼭 4개의 세단 골프백 4개가 들어갈 트렁크 열선 핸들과 시트 같은 편의장치를 구매의 잣대로 꼽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고급형 현대 쏘나타를 살 수 있는 가격에 경차만 한 소형차를 산다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게다.

4, 5월이면 매년 수도권에 달갑지 않은 봄 손님 황사가 찾아온다. 뿌연 도심 속에 친퀘첸토 같은 예쁜 차들이 거리를 누벼준다면 잠시 기분이나마 상쾌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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