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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자연적?|석가탑 파손에 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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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석가탑(일명 무영탑) 훼손원인을 둘러싸고 문화재 관리위측의 조사단과 현지 경찰, 불국사측의 견해가 엇갈려 주목을 끌고 있다. 문화재 보존위원 황수영(석축전문) 문교부 임봉식 문화재과장 등 일행은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의 현지조사 끝에 『훼손원인이 자연적인 것이었다』는 이제까지의 주장을 뒤엎고 사리를 탐낸 도둑의 소행이라고 결론, 경찰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황 위원은 도둑의 소행이라고 단정한 이유로써 탑 2, 3층 군데군데 「재키」를 사용한 흔적이 있고 탑 2, 3층이 「직재그」꼴로 된 것은 도둑들이 사리를 탐내 훔치려 했으나 탑이 건조된 연도로 봐서 「사리」보존위치가 석가탑의 하층이기 때문에 도둑들이 미처 몰라 사리를 도둑맞지 않은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이같은 진단과는 달리 현지 경찰은 인위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했고, 불국사 총무 역시 지진으로 인해 부서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국사 총무는 지난 9월 28일을 전후해서 3일동안 미진이 있었을 때 참선단 위에 둔 불경이 떨어질 정도였다고 전제, 『이때 그 진동으로 부서진 것』이라고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당초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단정한 경북도 경찰국은 13일 황위원의 의견을 중요시하고 장동식 경북경찰국장 자신이 이수태 수사과장과 형사진등 3명을 대동 현지에 출장, 인위적인 행위라는 단서가 잡히면 광범위한 수사를 펼칠 방침이다.
황위원의 조사결론대로 사리 등 유물을 탐낸 고적도둑의 소행이라면 고적도둑들만이 탑고 7.83「미터」나 되는 거대한 탑을 부숴가면서 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인지가 의문으로 되어있다.
한 수사관계자는 석가탑의 위치와 총무소는 불과 3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불국사내 일부인사의 묵계없이 도둑이 그렇게 대담한 짓을 할 수 있을지 수사경험상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
치안국은 13일 상오 불국사 석가탑(국보 제 21호)을 파손한 도둑이 있다는 정보에 따라 치안국 수사지도과장 정상천씨를 경주에 급파, 수사를 지휘하도록 했다.
석가탑이 입은 상처를 조사하고 12일 돌아온 황수영 문화재위원은 『탑 도둑이 절경내에까지 침입하게 됐으니 산간에 방치해있는 탑들은 더군다나 그 안전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하면서 전국의 탑 보호에 강력한 조처를 취해야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석가탑 파손이 사리장치를 탐낸 도둑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경주 일대는 「탑도둑」을 전문으로 하는 큰 규모의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재키」를 댄 솜씨가 여간 익숙하지 않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거기에는 나무토막·사다리 등 도구가 많이 필요하므로 적어도 7, 8명이 작당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리장치의 안부에 대해 『과히 염려할 것까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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