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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케이 인수전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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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라이브도어는 2월8일 후지산케이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라디오 방송국 닛폰방송의 지분 35%를 사들이면서 후지산케이 인수전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에서 800억엔의 현금을 확보한 라이브도어는 닛폰방송이 가지고 있는 후지TV 지분(22.5%)을 이용, 후지TV 등 후지산케이 그룹의 경영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라이브도어에 먼저 빌미를 내준 것은 후지TV 측이다.

지난 1992년 창업자 시카나이(鹿內) 일가를 몰아내고 회사를 장악한 히에다 히사시(日枝久) 현 회장은 지주회사인 닛폰방송의 상장을 폐지해 창업자 일가의 영향력을 없앨 방침이었다. 그러나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시가보다 훨씬 싸게 책정하는 바람에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선뜻 응하지 않았으며, 라이브도어가 이 허점을 이용해 고가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일거에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후지산케이그룹도 반격에 나섰다. 후지 측의 영향력 아래 있는 닛폰방송 이사회는 기존 주식의 2.5배에 달하는 주식을 새로 발행해 이를 모두 후지TV에 넘기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는 경영권 유지를 위한 불공정 행위라는 법원의 판결로 좌절됐다. 하지만 반전은 다시 일어났다. 방어책을 모색해오던 닛폰방송은 이달 24일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계열사인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SBI)를 '백기사'로 동원해 후지TV 보유지분을 SBI에 5년간 빌려줬다. 라이브도어가 닛폰방송을 장악하더라도 후지TV의 지분이 없어져 후지산케이 그룹에 영향을 미칠 방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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