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북핵 해결 당사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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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북핵 사태가 고조된 가운데 제9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오늘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북측은 핵사태는 북.미간 문제라고 미리 못을 박아 우리의 당사자 입장과는 정면으로 부닥치고 있다.

북측이 회담에서 핵 사태의 조기 해결을 촉구할 남측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북측 수석대표 접견이 이뤄질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북측은 북핵 사태와 관련해 민족공조를 통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꺾어야 하지만 핵 문제는 철두철미 북.미간 해결사항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북측의 이 같은 주장에는 착각과 자가당착적 논리가 깔려 있다.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는 남북간 및 북.미간 합의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은 지난해 10월 8차 장관급회담에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던 것이 아닌가.

또 핵 문제의 여파로 한반도에서 불행하게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측 주장대로 "그 참화를 입는 것은 우리 민족 전체의 문제"인 데 어떻게 남측이 이 중차대한 문제에 방관자가 될 수 있는가.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여러 종류의 대북지원책에서 남측은 핵심 부담국으로 지목되고 있는 현실적 측면에서도 남측은 당연히 당사자가 돼야 한다.

1994년 남측이 배제된 가운데 맺어진 북.미간 제네바 합의의 최대 부담국은 남측이었다. 이런 엉뚱한 구조가 이번 북핵 사태에서도 재연돼서는 결코 안된다.

북측도 남측을 당사자로 존중해 때로는 남측에 도움을 요청하고 또 활용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옳다. 그야말로 민족공조의 정신을 살리는 길이다.

북측이 핵 문제와 관련해 남북공조를 통해 미국과 대결하겠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盧당선자도 말했듯이 한국은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지, 북핵 자체를 인정하는 것은 결단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공동목표에서 미국과 한치의 어긋남이 없다는 사실을 북측이 착각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