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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스」의 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근에 영등포에서 생긴 「개스」중독사건은 그 피해규모가 어마어마하다. 1백가구 2백여며이 눈물을 쏟고 토하곤 했고 오리 두 마리는 즉사, 한 소녀는 구토하다가 졸도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 「개스」가 만일 주물공장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고, 그것이 「메탄·개스」였다면 그 공장은 심산유곡으로 자리를 옮겨서 「메탄·개스」의 양산에 매진함직하다. 왜냐하면 「메탄·개스」를 액화한 것(LMG라고 한다)이 연료「개스」의 원료로서 매우 값싸게 치이므로 일본서는 멀리 「알래스카」에서 장기간 대량으로 수입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같은 수출이라도 인력수출을 잘못 하다간 국내에서 필요한 인재를 빼앗기는 결과가 되지만 「개스」수출은 인재와 인명의 보호책으로서도 권장 할 만하다.
인명이 재천이라, 거의 불가항력으로 치고 모두 체념하고 있지만, 가령 연탄「개스」 때문에 생명을 잃고 갖은 고생을 하는 사람들의 수효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또 이렇다할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중독의 증상은 자꾸만 복잡해져서 일시적인 기억상실과 같은 정신장애를 가져오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연탄보다는 좀더 문화적인 인상을 주는 「프로판·개스」라고 안전도가 더 높은 것은 아니다. 「프로판·개스」로 구운 불고기가 맛이 덜하다는 것은 약과, 가다보면 팡하고 터져서 아닌 밤에 불난리가 나기 일쑤다.
실상 서울의 거리는 「개스」의 거리이다. 문명과 근대화의 혜택을 입는 대신에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인지도 모르지만 그 대가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너무나 값비싼 것이다. 더 잘 살아보겠다고 궁리하다가 목숨을 잃는 결과가 된다면 분명한 이율배반이기도 하다.
무교동이나 청계천 거리를 지날 때 맡고 마시는 「개스」와 영등포의 「개스」가 「메탄·개스」라면 우선 엄격한 공해방지책을 심각하게 연구하자. 그리고는 공장언저리와 지하수에서 그놈을 샅샅이 채취해서 외화획득의 역군으로 전용하는 궁리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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