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지 마! 우린 친구잖아!

중앙일보

입력

“새로운 친구를 소개하겠어요. 금성초등학교에서 전학 왔어요.”

저학년 동화 『거짓말쟁이 최효실』(채우리)의 첫장을 열면 이런 이야기가 들릴 거예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던 날,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 때 제 가슴은 두근두근 마구 뛰었어요. 그 아이를 보았기 때문이었지요. 최효실. 그 아이의 이름이에요. 그렇게 예쁘게 생긴 건 아니었지만 통통한 얼굴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요.

꼭 토마토처럼 동글동글한 얼굴에 오똑한 콧등을 가진 효실이. 저는 그 아이를 보자마자 그만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요. 제가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해서 여자 친구와 즐겁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함께 떡볶이도 사 먹고, 놀이터에서 재밌게 놀기도 하고… 히히, 그런 생각만 해도 기분이 막 좋아진단 말이에요.

“광혁이 너, 정말 웃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어요. 누군지 휙 돌아 보니 샛별이었어요. 음, 그럴 줄 알았죠. 원래 저는 샛별이하고 친하게 지냈거든요. 그러던 제가 요즘에는 학교에서 효실이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으니 샛별이가 화를 낼 만도 하지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자꾸 효실이에게 말을 걸고 싶고, 함께 집에 가고 싶은 걸 어떡해요. 게다가 효실이는 집도 굉장히 부자래요. 공부도 무척 잘 하고,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반장도 했었대요. 우와, 멋지다, 최효실! 저는 점점 더 효실이가 좋아졌어요. 그런데요, 그런데 말이죠…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내 친구
“왜 혼나? 우리 집 돈인데.”
저는 드디어 효실이와 친해졌어요. 그래서 효실이와 함께 여기저기를 함께 다녔죠. 그러다가 효실이가 조금, 아주 조금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알고 보니 공부를 잘하기는커녕 오히려 못 하는 편이었고, 예전 학교에서도 반장을 한 적 없었죠. 하지만 어때요? 그 정도의 거짓말은 할 수도 있잖아요? 전학 온 학교에서 기죽지 않으려고 그랬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요, 정말 놀라운 일이 있었어요. 효실이네 엄마는 시장에서 순대 가게를 하시는데요, 글쎄, 효실이는 그곳에서 엄마 몰래 돈을 슬쩍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던 거예요. 자기네 집 돈이니까 아무 상관 없다고… 정말 그럴까요? 저는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너무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효실이가 어떤 때는 무섭기도 했지요.

“너랑 같이 안 놀아. 넌 거짓말쟁이에다 도둑질도 하잖아.”
아아, 전 이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어쩌면 이럴 수가 있어요? 효실이가 제게 이런 말을 하다니요! 평소에 거짓말하고, 돈을 훔치고 그런 게 누군데…

그래도 저는 친구라서 모든 걸 이해하려 했는데… 효실이는 어쩌면 이럴 수가 있나요. 정말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눈앞이 노랗게 변하고 머리가 핑핑 돌았어요. 오늘 체육 시간이 끝나고 교실에서 영란이가 만원을 잃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지금 효실이는 교실에서 없어진 돈을 제가 훔쳤다는 거예요. 물론 제가 교실에 가장 먼저 돌아오긴 했어요. 그렇다고 효실이가 저를 의심하다니… 정말 이럴 순 없어요.

친구야, 다시 마음을 돌리렴
“너, 정말 이럴 거야?”
저는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어요. 그래서 효실이를 막 때려주고 싶었죠? 하지만 효실이는 오히려 자기가 더 큰소리를 치는 거예요.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효실이는 언제부터 저렇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을까요? 작은 거짓말을 하다가 자꾸만 커다란 거짓말을 하게 되었을까요? 공부 좀 못 하면 어때요. 집이 부자가 아니면 어때요. 키 작고 통통하면 어때요. 친구를 사귀는 데 그런 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효실이는 왜 모든 것을 다 거짓말로 뒤덮었을까요? 정말 모르겠어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 거짓말쟁이 효실이의 마음을 어떻게 해야 바르게 돌려놓을 수 있을까요? 이 동화를 읽는 어린이 여러분들! 제게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최덕수/리브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