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L 2374원 최고 … 영등포 1863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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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에서 제일 비싼 주유소가 여의도 경일주유소에서 강남의 SK동하석유 주유소로 바뀌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2일 전국 1만3000여 개의 주유소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SK 동하주유소는 휘발유 값이 L당 2374원, 경유 2294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곳으로 나타났다. 서울 평균보다는 L당 각각 371원, 457원을 더 받는 셈이다. 기름값이 가장 싼 곳과 비교하면 휘발유와 경유 값 차이는 각각 516원, 631원으로 벌어진다. <표 참조> 휘발유 5만원어치를 주유한다고 하면 생수 세 통(약 5.8L)만큼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기름값 왕’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에쓰오일 경일주유소(옛 SK 경일주유소)였다. 이곳은 한국석유공사가 2008년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opinet.or.kr)을 만든 이래 4년간 줄곧 전국 최고가였다.

 이번 조사 결과 기름값 비싼 주유소가 강남과 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몰려 있었다. 경유는 가격 상위 1~10위 주유소가 모두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 휘발유 가격 1~10위 주유소 가운데 5곳이 강남 3구에 있다.

 강남 기름값이 여의도를 제친 데는 사연이 있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수급 불일치다. 강남과 서초·송파구에 소재한 주유소는 지난해 말 현재 134곳으로, 2002년(173개)보다 23% 가까이 줄었다. 서울 전체 주유소의 15% 정도다. 하지만 서울시내 등록 차량(약 297만 대) 10대 가운데 2대 이상은 강남 3구에 있다. 차량은 넘치는데 공급량은 줄었으니 강남 기름값이 비싸진 것이다.

 강남에서 주유소가 사라지는 건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강남 지역은 땅값이 비싸고 임대료가 강북보다 40~50%가량 높은데 주유소 마진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며 “2000년대 중반 이후 주유소 부지에 건물을 짓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때 전국 판매 1위를 기록하면서 ‘강남 대표 주유소’로 통했던 SK 삼풍주유소(서울 반포동)는 지난해 상업용 빌딩으로 바뀌었다.

 또 한 가지는 다른 지역보다 높은 서비스 비용 때문이다. 까다로운 ‘강남 손님 눈높이’에 맞춰 이른바 ‘강남 스타일’로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SK 동하주유소 박형남 소장은 “주유 금액의 5% 이상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10만원 이상 주유 고객에게는 실내까지 스팀 세차를 해주는 등 서비스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하루 평균 1만L가량 휘발유를 팔고 있는데 높은 가격에 불만인 고객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강남에서도 가격은 판매를 늘리는 ‘절대 조건’이다. 박 소장은 “사실 3년 전보다 판매량이 40% 가까이 줄었다”며 “그렇다고 값을 내릴 수도 없으니 주유소 운영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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