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 경제 대장정] 중국서 날개단 대우중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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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저우(蘭州)시에서 공항까지 30여㎞ 구간에선 요즘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끝없이 펼쳐진 민둥산을 때로는 우회하고 때로는 잘라내며 길을 내야 하는 난공사다.

이 공사장의 굴삭기는 대부분 산둥(山東)성 옌타이(烟台)에서 만든 대우중공업 제품이다. 1996년 중국에서 굴삭기를 첫 생산한 지 4년만인 지난해 대우중공업은 굴삭기 판매 중국 1위로 올라섰다.

진작 중국에 진출한 일본 히타치(日立)나 고마쓰(小松)를 제친 것은 물론 98년 모(母)그룹이 해체된 아픔을 딛고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대우중공업은 서부대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일본등 외국기업들은 사업전망이 안좋다며 꺼리고 있던 틈새를 뚫은 것이다. 시안(西安)지사의 김형택(金炯澤)지사장은 "서부개발에는 중장비가 필수적이란 계산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외상판매의 도입과 철저한 고객관리였다. 외상판매는 물건을 받은 중국업자들이 돈을 떼먹고 도망가기 일쑤라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에겐 무덤으로 가는 지름길로 통한다.

그래서 대당 10만위안(1억6천만원)이나 하는 굴삭기를 전액 현금을 받고 팔기는 어려웠다. 서로 눈치만 보던 중 대우중공업이 먼저 치고 나갔다. 문제는 수금이었다.'대우 돈을 떼먹었다간 발 뻗고 못 잔다'는 소문이 나도록 만들어야 했다.

청두(成都)지사의 박한철(朴漢澈)지사장은 "잔금을 안주는 업자의 장비는 한밤중에 가서 몰래 실어 오기도 하고, 집 앞에서 돈을 줄 때까지 며칠이고 기다리기도 했다"며 "이젠 장비들고 도망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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