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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중국 경제 대장정] 화교기업들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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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상인'에서 지금은 교포기업인을 가르키는 말로 주로 쓰이는 화상(華商)은 '주식회사 중국'의 가장 든든한 돈줄이다.

화상들은 전세계가 '차이나 리스크'때문에 주저했던 개혁.개방초기부터 고국 중국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지난해말까지 중국의 외자기업 2만8천여개중 60% 가까운 1만6천5백개가 홍콩.마카오.타이완에서 투자한 회사다.

또 91~99년 중국이 실제 유치한 외자 1천5백억달러중 절반정도인 7백60억달러가 홍콩에서 들어왔다. 여기에 타이완과 싱가포르 등 양대 화상 국가에서 투자한 돈도 1백억달러가 넘는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 1.2위를 기록한 미국(1백29억달러).일본(1백22억달러)의 투자액을 훨씬 넘는다.

덩샤오핑(鄧小平) 선전(深□).주하이(珠海).샤먼(廈門) 등을 경제특구로 가장 먼저 지정한 것도 홍콩.마카오.대만에 인접한 이들 도시로 화교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는게 정설이다.

실제 화상의 경제력은 웬만한 나라를 능가한다. 중국대륙밖에 사는 화교는 모두 5천6백여만명. 아시아 1천대기업중 5백17개가 화상기업이고 이들의 총자산 규모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5천억달러정도다. 화상기업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돈도 2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화상중 최고갑부로 꼽히는 홍콩의 리카싱(李嘉誠)일가는 홍콩증시 상장주식의 3분의 1을 갖고 있을 정도다.

화상들의 주무대는 타이완(臺灣).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일대로 세계 5백대 화상기업이 모두 이 지역에 몰려있다. 미국.유럽 등지로 나간 중국인이 많은데도 굵직한 화상기업이 동남아에 있는 것은 경쟁보다 협력을 우선하는 화상들만의 독특한 문화때문이다.

화상들은 다섯개의 연분(五緣)에 기초해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 혈연(血緣).지연(地緣).업연(業緣.동업).신연(神緣.같은 종교).물연(物緣.같은 상품 취급)등이 그것이다.

이런 연분으로 뭉친 화상의 힘은 단순한 경제력을 넘어선다. 80년대 세계를 휩쓸었던 일본 기업들이 유독 동남아시장에선 예상밖으로 고전한 것도 화상 네트워크의 결속력때문이었다는 평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팀 박한진과장은 "화상들은 같은 업종이라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공존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세계경제의 흐름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 '한국용'공단 만들고 유치 작전

첨단산업 도시 열풍은 닝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엔 국가가 조성한 과학기술개발구가 53개이고, 각 성별로도 별도의 개발구가 있어 성정부, 중앙.지역정부간에도 첨단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닝보시 동쪽 과학기술원구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시민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여의도의 4배가량인 32㎢부지에는 터닦이 공사가 한창이다. 아직은 허허벌판인 이곳에 닝보시는 첨단기술 종사자 자녀를 위한 국제학교부터 먼저 지었다. 이달말엔 창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션센터도 개장할 예정이다.

닝보시는 특히 한국.일본의 벤처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일본과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해 직접 기업 유치에 나섰고 부지내에 별도의 한국공단도 마련했다.

과기원구 황이페이(黃一飛)부사장은 "이미 50여개의 벤처캐피탈이 들어와 있다"며 "공단 조성이 마무리되면 국제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벤처들이 둥지를 틀기에 유리하다"며 투자권고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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