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섹시한 경찰 제니퍼 로페스의 '엔젤 아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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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성잡지 FHM의 '가장 섹시한 여성' 2차례 선정, 얼마전 한 영국 연예지의 독자설문에서 '세계 최고의 몸매'로도 뽑힌 제니퍼 로페스는 이 시대 최고의 섹시 스타. 배짝 마른 1990년대의 모델들을 뒤로 하고 풍만한 건강미를 새 세기의 미녀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만능 엔터테이너다.

올 초 'J.Lo'라는 솔로 앨범과 자신이 주연한 영화 '웨딩 플래너'가 빌보드와 박스 오피스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는 전례가 없던 기록을 남기며 전성기를 누린 그녀의 본업을 굳이 밝히자면 영화배우다. 그런 그녀가 멜로물 '웨딩 플래너'의 기세를 몰아 올 여름 발표한 영화가 바로 '엔젤 아이스'.


영화에서 제니퍼 로페스는 건강미 넘치는 시카고의 경찰로, 상대역인 짐 카비젤이 그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트럼펫 주자로 등장한다. 이쯤되면 누구나 그렇고 그런 뻔한 애정물을 상상하겠지만 영화는 전작처럼 편안한 멜로만을 지향하진 않는다.

'엔젤 아이스'는 '사랑과 영혼' '시티 오브 엔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 등을 만든 제작자 마크 캔튼과 '페노메논' '인스팅트' 의 작가 제랄드 디페고가 의기투합하며 싹을 틔웠다. 이들이 염두에 둔건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는 대형사고 현장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1년 후 당시 사고로 가족을 읽고, 휴유증으로 과거의 기억과는 철저히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캐치(짐 카비젤). 자신을 구조했던 샤론(제니퍼 로페스)을 우연히 보게 된 그는 강한 인력을 느끼고, 오히려 갱들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그녀를 구해낸다.

어릴적 겪은 가정 폭력 때문에 가족과도 떨어져 외로운 삶을 살아가던 샤론은 자연스럽게 캐치에게 마음을 열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그의 삶은 다가설수록 답답할 따름이다. 평이한 멜로의 전개를 답습하던 영화는 샤론이 캐치와 자신의 과거를 알아내면서 부터 교훈을 강조한 '가족 드라마'로 바뀐다.

샤론은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한 오빠에게 좌절하고, 가족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그녀를 질책한다. 설상가상으로 캐치의 기억을 되돌리려는 그녀의 성급한 노력조차 수포로 돌아갈 처지.

하지만 그녀는 연인과 가족을 동시에 잃을 위기에서 마음을 열고 남을 배려하는 순수한 사랑을 실천하고, 결국 위기를 극복한다. 마지막 엔징 크레딧이 올라갈 땐 한 편의 공익광고를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

세련된 옷차림의 커리어 우먼에서 방탄조끼에 흰 티셔츠, 화장기 없는 얼굴의 터프한 경찰로 변신한 제니퍼 로페스의 모습이 훨씬 잘 어울린다. 비교적 폭 넓은 감정의 변화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상대역 짐 카비젤은 제2차세계대전을 그린 영화 '씬 레드 라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당초 배역엔 조지 클루니, 톰 크루즈 등 톱 스타들이 거론됐었지만, 그의 이전 작품에 반한 제니퍼 로페스가 직접 카비젤을 지목했다고 한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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