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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작은 도서관 … 아이들 꿈 키우는 행복한 사랑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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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천안시 동남구 용곡동 세광1차 엔리치타워내에 마련된 ‘꿈나래 도서관’이 아파트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지역 내 작은 도서관의 모델이 되고 있다.

“비록 도서관은 작지만 아이들이 큰 꿈을 키워가는 행복 나눔터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지난 9일 낮 12시. 천안시 동남구 용곡동 세광1차 엔리치 타워에는 아파트 주민들과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나온 아이들 수십 여명이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인 ‘꿈나래 도서관’으로 몰려 들었다. 지난해 천안시 중앙도서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 만들기에 선정된 뒤 올해 또다시 지원 대상에 선정되며 자축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인근 아파트에 비해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린이가 많은 아파트 특성상 꼭 필요한 공간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아파트 내 마땅한 공간이 없어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비좁은 공간에 도서관을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초 입주자대표들이 자신들이 사용해 오던 입주자대표 회의실을 선뜻 내놓으면서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꾸며졌다. 이제는 보다 쾌적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열심히 책을 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특히 새롭게 개관한 꿈나래 도서관은 개관(오후 1~5시, 방학 중 오전 11~오후 3시) 시간 내내 따뜻한 햇빛을 마주할 수 있는데다 굳이 형광등 불빛이 아니어도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어 어린이는 물론 주부들의 마음까지 사로 잡았다.

 꿈나래 도서관이 새롭게 개관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는 김경안(47·여) 입주자대표 부회장은 ‘꿈나래 도서관’이 아파트 내 최고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며 뿌듯해했다.

“우연히 천안시에서 각 지역마다 작은 도서관을 개관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쫓아다닌 결과 지난해 우리 아파트에도 중앙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도서관을 열게 됐어요. 하지만 지난해에는 아파트 내에 도서관을 설치할 공간이 없어 다소 불편한 곳에 도서관을 설치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입주자대표 및 운영위원들과 상의한 끝에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의 공간을 내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데 공감하고 지금의 자리로 도서관을 옮기게 됐어요. 정말 뜻 깊은 일이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도서관을 더 많이 가꿔가야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큰 꿈을 키워가길 바랍니다.”

꿈나래 도서관은 모든 것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도서관의 허드렛일을 맡고 있는 20여 명의 주민들은 사서·운영·재무팀으로 나눠 각자 맡은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유아용에서 성인용 도서까지 3500여 권이 넘는 수많은 책들을 일일이 분류해 비치해 놓는 것도 이들 봉사자들의 몫이고 책 선정부터 책 대여까지 도서관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봉사자들은 아무 불평 없이 처리해 나가고 있다.

운영팀을 맡고 있는 유은정(44)씨는 작은 도서관이 자원봉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복한 사랑방 같다고 말한다.

“자원봉사자 모두가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이곳에서는 봉사한다는 생각보다 아이들은 책을 보고 엄마들끼리는 자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다지는 사랑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래서 도서관에 있는 시간을 오히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어린이를 위한 책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엄마들은 봉사도 하고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읽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답니다.”

 꿈나래 도서관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만 결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매월 10만원 가량의 책 구입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책 선정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책을 많이 읽은 어린이를 선정해 시상하는가 하면 더욱 다양한 도서를 비치하기 위해 후원자 및 후원기관과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일반 도서관 못지 않은 많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숨은 재주를 가진 주부들을 발굴해 재능기부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특히 지금은 전업주부지만 과거 미술이나 논술, 영어 교육 등과 관련된 일을 했던 주부들을 섭외해 미술 아카데미, 논술 교실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작은 도서관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장광옥 관장

장광옥(44) 관장은 “꿈나래 도서관에는 집에서 쉽게 구입하기 어려운 시리즈 도서부터 최근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도서까지 다양한 어린이 도서와 성인 도서들이 비치돼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작은 도서관을 모두 채울 만큼의 도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올해는 더 많은 도서를 비치하기 위해 주민 모두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관장은 이어 “꿈나래 도서관은 비록 처음 시작이 미약했지만 지금은 지역 내 그 어떤 작은 도서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며 “앞으로 꿈나래 도서관이 더욱 활기차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도서관 활용이 절실한 만큼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천안시 중앙도서관은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2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지역 문화수준 향상을 위한 주민밀착형 도서관 운영으로 전국에서 손꼽는 수준의 도서관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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