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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화 천안 김샘수학학원 부장이 말하는 수학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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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초등학생 때 수학을 잘하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수학과 중등수학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해서다.

입시에서 수학의 중요성은 논할 필요가 없을 만큼 강조되고 있다. 내신·수능·수리영역·논술·구술까지 거의 모든 요소에 수학에 가중치를 주는 대학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임정화 천안 김샘수학학원 부장을 만나 변화하고 있는 수학교육과 평가에 대해 들어봤다.

수학교육에 대한 평가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공계 인재양성이라는 국가적 과제와도 맞물려 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일까. 최근 들어 ‘융합형 인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여러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을 두루 갖추고 이를 융합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이른바 STEAM(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예술 Arts, 수학 Mathematics) 형 문제는 바로 융합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것이다. 수학교육과 평가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초·중등 때부터 철저하고 확실하게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 수학 시험에서는 90점 밑으로 내려가지 않던 아이가 중학교 수학 시험에서는 실력 발휘를 못 한다는 이유로 고민하는 학부모님들이 많다. 이는 초등수학과 중등수학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방법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등수학은 일반화 과정보다는 조작과 나열 등을 통해 답을 찾는 귀납적 접근 방법이다. 반면 중등수학은 추론을 통한 일반적 결과를 예측해 답을 찾는 연역적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합이 26이고 차가 4인 두 자연수를 구하시오.’ 라는 문제에서 초등수학은 예상하고 답하기(가정하기), 표 만들어 해결하기, 선분도 이용하기 등을 통해 큰 수와 작은 수를 구한다. 하지만 중등수학에서는 큰 수를 x, 작은 수를 x+4로 놓고 x+x+4=26이라는 식을 세워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고 과정이다.

 중등수학을 잘 알지 못 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초등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초등적 사고를 하려는 경향이 많다. 중학생이 되어도 연역적 접근법이 아닌 초등학생 시절 익숙했던 방법을 고집하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중등에서 고등학생이 되면 수학을 포기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비록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라 할지라도 사고의 변화와 끈임 없는 논리적 사고의 훈련을 위해서 중등적 접근 방법으로 문제 푸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

 또한 초등수학은 기호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하더라도 □, △의 단순한 문자뿐이다. 하지만 중등수학부터는 답을 찾기 위한 x, y뿐 아니라 매 단원마다 새로운 기호들이 등장한다. 이런 수학적 약속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에도 기호의 적응 능력이 약한 학생들은 당연히 수학을 잘 할 수 없게 된다. 반복 학습을 통해 기호에 익숙해져야만 수학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물론 수학적 사고만이 수학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핵심인 스토리텔링 수학과 융합 수학을 점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분야의 원리와 소재를 활용하고 융합할 수 있는, 문제풀이 중심에서 원리 이해나 배경지식 중심을 먼저 접해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수능 언어 영역에 과학 영역의 지문이 등장하면서 문과 학생들이 많이 당황했다. 화학에 관한 지문인데 관련 지식이 부족하면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논술 문제도 학생들이 고등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면서 얻게 되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입시 전반에 실생활 연계된 융합형 문제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추세가 확실하게 정착되고 있다. 초·중·고의 모든 학생들은 수학에 관련된 독서를 꾸준히 함으로써 수학적 원리를 발견하는 활동을 더불어 해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학문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학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역량 있는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따라서 창의성과 전문성 그리고 리더로서의 능력을 갖춘 미래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과정마다의 차이를 인정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학습 방법이 될 것이다.

정리=장찬우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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