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북동 '삼청각' 문화공연장으로 손님맞이

중앙일보

입력

1970~80년대 선운각.대원각과 함께 '밀실 요정 정치'의 원조격인 서울 성북구 성북동 삼청각(三淸閣) (http://www.samcheonggak.or.kr)이 오는 29일 전통 문화공연장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마무리 단장이 한창이다.

도교에서 신선이 사는 집을 의미하는 태청(太淸) .옥청(玉淸) .상청(上淸) 에서 이름을 딴 삼청각은 72년 지어진 이후 주요 국빈 접대와 정치적 회담 등을 위한 고급 요정으로 운영됐다.

7.4남북공동성명 직후 남북적십자대표단의 만찬 장소로 유명하며, 과거 고위 정치인들이 밤문화를 향유하며 정사(政事) 를 뒷거래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강남에 룸살롱이 생겨나면서 밤문화의 대표 자리를 내주게 됐다.

변화된 정치환경 속에서 청와대 등과 가까워 신분 노출을 꺼린 정치인들이 발길을 끊은 것도 쇠락의 원인이 됐다.


삼청각은 96년 '예향'이란 일반음식점으로 바뀌었으나 적자에 허덕이다 99년 한 건설회사에 매각됐다.

건설사측은 이곳에 가옥당 35억원에 달하는 고급 빌라를 지으려 했으나 북한산 소나무숲과 삼청각을 보존하자는 여론에 밀려 실행하지 못했다.

이후 문화재 지정 여부를 놓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삼청각은 지난 1월 서울시에 강남구 개포동 시유지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인수됐다.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에 운영을 맡겨 대지 5천8백여평.연건평 1천3백31평 규모의 한옥 6채인 삼청각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왔다.

과거 정권 실세의 연회장과 피로연장으로 유명했던 일화당에는 문화공연과 국제회의 등을 위한 2백6석 규모의 공연장과 한식당.전통찻집이 들어선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연중 전통공연이 열리게 된다.

소연회장이었던 청천당(聽泉堂) 과 천추당(千秋堂) 은 전통문화체험장으로 바뀐다.다례.도자기공연.자수 등 전통문화교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통 찻집이었던 정자 유하정(幽霞亭) 은 판소리.민요.대금.가야금 등 전통음악을 배우는 곳으로,민속주점이던 취한당(翠寒堂) 과 동백헌(東白軒) 은 안방.사랑방.마루 등이 갖춰진 고급 한옥 숙소로 각각 변모한다.

세종문화회관측은 29일 국악인 이생강씨의 연주회 '대(竹) 바람소리'를 시작으로 11월 11일까지 2주간 일화당에서 개관축제 공연을 한다.

삼청각 운영부 김승업 부장은 "주변에 있는 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한옥마을.인사동 등과 연계해 전통문화 벨트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종문화회관측은 기존 79대 규모의 주차장을 더 늘리지 않는 대신 교통편의를 위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세종문화회관~프라자호텔~교보문고~경복궁~삼청각을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세종로 주차장과 서울프라자호텔 주차장을 4시간에 1천원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