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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아파트 이젠 '거대한 가전품!'

중앙일보

입력

벽걸이 TV(1천만원).냉장고(2백20만원).식기세척기(1백50만원).가스레인지 및 오븐(90만원).세탁기(1백10만원).김치냉장고(65만원).주방 액정TV(40만원)….

대림산업이 지난달 서울 방배동 지하철 7호선 내방역 인근에서 분양한 '대림e-편한세상' 아파트(61평형)에 붙박이로 설치한 가전제품 목록이다. 이른바 '빌트인(built-in)' 가전제품들로 값은 총 1천7백50만원. 분양가(7억7천5백만원)의 2.3%에 달한다.

아파트는 더 이상 건축물이 아니다. 첨단전자제품의 결정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기본이고 수천만원대 전자제품을 빌트인하는 아파트까지 선보이고 있다.

◇ 아파트는 전자제품 덩어리=초고속 정보통신.무인경비 시스템.홈 오토메이션.이동통신 중계설비.단지 입구 출입통제 시스템 같은 부대 서비스는 기본에 속한다.

여기에다 고급 오디오.비디오 기기로 거실을 극장처럼 꾸미는 고급 홈 시어터 시스템(2천만원대)과 고급 조명기구 등을 더하면 전자제품 값은 그야말로 수천만원대로 뛴다.

분양회사 쪽에서 이런 제품을 선택형으로 내거는 경우가 많아 아파트 한 채에 전자제품 값이 분양가의 5%를 넘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강태융 상무는 "아파트가 주택이면서 커다란 전자제품으로 변모해 가전업계의 큰 틈새시장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주택의 붙박이 가전제품 수요는 지난해 3천5백억원 규모였으나 5년 후엔 1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대림산업의 송시권 상무는 "분양가 자율화로 중대형 아파트 보급이 늘고 고급주택 수요가 늘면서 고객들이 집의 구조나 마감재 이외에 내장 가전제품이나 홈 오토메이션 설치 여부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LG건설의 경우 지난해 8월 경기도 용인 수지 LG빌리지 3차 아파트를 분양하고 물량이 남자 빌트인 냉장고 등을 분양가에 포함해 재분양한 결과 거의 다 팔 수 있었다.

빌트인 가전제품이 고급 아파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반 아파트도 가스레인지.김치냉장고 같은 가전제품과 초고속 정보통신망.비디오폰 정도는 분양가에 넣어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 가전업계 각축장='전자 아파트'시장을 노리는 관련업계의 각축전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24일 삼성건설과 공동으로 서울 논현동에 1백60평 규모의 '삼성 빌트인 전시장'을 개장했다.

홈 네트워크.붙박이 가전.시스템 에어컨 등을 30.45.60평형대 아파트에 각각 어떻게 배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설 전시장이다.

특히 지난 8월 경기도 용인 수지 삼성아파트에서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전력선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적극 판촉하기로 했다.

이는 전화선 없이 전기선을 통해 집안의 가전제품을 원격 조작할 수 있는 장치다.

이밖에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지에 설치한 시스템 에어컨(냉방기 한 대로 에어컨 여러 대를 작동할 수 있는 제품) 판촉에 열심이다.

LG전자는 독일 밀레 등의 수입품이 장악한 호화 빌트인 시장을 겨냥해 가전.주방가구를 일체화한 1천만원대의 '벨라지오'패키지 브랜드를 내놓았다. 빌트인 가전시장을 넓히기 위해 전용 홈페이지(http://www.lgbuiltin.com)도 마련해 고객들이 인터넷 상에서 주방을 꾸며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통신.에스원 등 통신.보안업계도 초고속통신망이나 보안시스템 수주를 위해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홍승일.황성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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