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론 복지 공약 못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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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새누리당이 지하경제 양성화와 고소득자에 대한 최저한세 도입 등 다각적으로 세수(稅收) 확보에 나설 모양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한 공약을 앞당겨 실천함과 동시에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사전 포석을 해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리는 새누리당의 이 같은 세제개편 및 징세 강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 목표는 새누리당이 의도하는 세수 확보와는 다르며, 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정책 모두 세수를 늘리는 효과는 작은 반면 경제정의의 확립과 세제의 정상화에는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약 372조원으로 보고, 이 가운데 6%만 양성화해도 연간 1조6000억원가량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고소득 자영업자와 기업의 탈루 소득에 대한 징세를 강화하면 추가로 연간 1조4000억원의 세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고소득자에 대한 각종 비과세·감면혜택의 상한을 3000만원으로 묶는 최저한세를 도입하면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세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해서 더 거둘 수 있는 세금은 연간 3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세수 증대분은 모두 합쳐 연간 예산의 1% 정도로 박근혜 당선자가 약속한 5년간 복지비용 소요액 131조원(연간 약 26조원)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다 새누리당이 추계한 지하경제의 규모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감안하고 징세 비용을 차감하면 세수 증대 효과는 연간 3조원에 못 미칠 공산이 크다. 지하경제 양성화나 징세 강화로 세수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고소득자에 대한 최저한세 도입을 들고 나왔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결국 박 당선인이 약속한 복지 공약을 다 지키려면 증세가 불가피하고, 증세를 하지 않으려면 복지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복지재원 마련은 증세나 적자재정 등 정공법으로 풀고, 그게 어렵다면 복지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