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아들 살해母 119 음성파일 분석결과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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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엄마가 36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저수지에 유기한 사건에는 공범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창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변창범)는 경찰이 송치한 ‘유아 사체 주남저수지 유기 사건’을 수사한 결과 숨진 아이의 엄마 최모(37)씨와 함께 최씨의 지인인 주부 정모(42)씨, 정씨의 동거남 서모(39)씨를 폭행치사·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최씨에 대해서만 살인 혐의와 단독범행으로 송치한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3시50분쯤 가정 사정 때문에 함께 살던 창원시 진해구 정씨의 집에서 아들 박모(4)군이 자주 울고 떼를 쓰며 음식을 반복적으로 토한다는 이유로 손과 막대기로 때렸다. 함께 있던 서씨도 주먹·손바닥으로 발·정강이·뺨 등을 수차례 때린 후 멱살을 잡아 아래위로 흔들어 머리를 거실 바닥에 부딪히게 했다. 이어 최씨가 다시 박군을 내동댕이쳐 머리를 거실바닥에 부딪히게 했다. 서씨는 최씨와 같이 살게 된 후 공교롭게도 자신의 일용직 일자리가 줄고 박군이 자주 울고 떼를 쓰자 최씨와 함께 수차례 박군을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박군은 결국 머리 부상에 의한 경막하출혈 등으로 숨졌다. 정씨는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으나 최·서씨와 함께 차량으로 이동해 밀양에서 박군을 돌과 함께 가방에 집어넣어 주남저수지에 버리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군은 지난달 27일 오후 3시46분 가방 속에 웅크린 자세로 숨진 채 돌멩이 2개와 함께 떠올라 낚시꾼에게 발견됐다.

 검찰은 ▶최씨가 범행 장소로 진술한 진해루공원의 여자화장실은 낮시간대에도 사람이 붐비는 곳인데도 목격자가 없다는 게 의심쩍고 ▶살해 후 사체를 유기할 때 최씨 혼자 실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박군이 숨지기 직전 최씨가 119 전화로 구조를 요청할 당시 정씨의 목소리가 녹음된 사실을 발견해 사망 현장에 정씨가 함께 있었고, 사망 장소도 진해루공원이 아닌 정씨의 집이었음을 밝혀냈다. 최씨는 119신고를 했다가 박군이 사망하자 정씨와 협의해 119신고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들은 박군이 숨지자 최씨가 단독으로 범행한 것으로 가장한 뒤 최씨가 자수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이혼 소송으로 남편과 별거 중인 최씨는 지난 9월 자녀 3명 가운데 둘째인 박군만 데리고 집을 나와 평소 알고 지내던 정씨 집에서 더부살이를 해왔다. 최씨는 박군이 자신과 너무 닮아 집에 남겨두면 가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할까봐 함께 집을 나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최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어릴 적 친척 집에 맡겨져 고아처럼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지검 박은석 차장검사는 “최씨가 고의로 박군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서씨와 함께 공동으로 폭행하다가 박군이 사망하자 함께 내다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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