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술상의 한계를 드러낸 선수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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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선수 보유 수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이사회 결정에 불복, 지난 4일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이하 선수협)가 결정, 발표한 금년 포스트 시즌 보이콧은 결국 6일, 선수협의 양보로 일단은 잠정적으로 해결되었다.

선수협과 KBO 는 6일 오후 KBO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02 시즌이 종결된 후 협의하기로 했던 외국인선수 축소 문제를 오는 11일로 앞당겨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에 출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KBO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분명하게 외국인선수를 축소한다는 쪽으로 구체적 명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지난 5일 KBO 이사회의 결정과 아무런 변화가 없을 시에 선수협과의 갈등의 소지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사태에서 선수협은 상당한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그것은 바로 선수협의 지지기반(支持基盤)인 팬들에게 비난을 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선수협의 결정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 팬들도 있었으나 소수의견일 뿐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한국 프로야구 창설 20년 동안 전례가 없었던 선수들의 포스트 시즌 보이콧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면할 수 있게끔 한 공신은 무엇보다 팬들이었다.

지난 2000년 1월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선수협이 설립된 이래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던 팬들이 ‘포스트 시즌 보이콧’ 이라는 초강수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는 등 점점 선수협에 등을 돌리는 조짐이 보이면서 선수협 집행부는 당혹해 하였으며 이에 선수들도 우왕좌왕할 수 밖에 없었다. 선수협의 최대의 기반인 팬들의 외면은 결국 선수협의 존립자체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선수협은 ‘포스트 시즌 보이콧’이라는 초강수의 실력 대결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KBO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버티기 보다는 애매모호하지만 ’11일에 용병 문제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한다.’고 한걸음 물러섰던 이유 역시 팬들의 눈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여론의 지지가 약했던 이유는 단체행동에 대한 시기 선택이었다. 사실 준플레이오프 시작을 목전(目前)에 두고 현안 문제 해결을 요구를 한다는 것은 철부지 어린아이들의 응석으로 밖에 치부될 수 없었고 또한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는 힘의 논리로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밖에 해석될 수 밖에 없었다.

즉 이번 사태에서 선수협 집행부와 사무국의 무능력과 전술상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수협 집행부와 사무국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기 보다는 좀 더 신중하고도 심사숙고(深思熟考) 하여 결정을 하며, 또한 팬들은 언제까지나 선수협에 지지만을 보낼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가지고 팬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는 방법까지 강구해야 할 숙제를 얻게 되었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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