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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수준의 가늠자 액체 수소 로켓 미·일·중·러·EU만 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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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우주 로켓의 ‘꽃’으로는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로켓’이 꼽힌다. 로켓 중에서 가장 효율이 좋지만 개발하기가 어렵고 개발비도 많이 들어 로켓 기술 수준의 가늠자라고도 불린다.

 액체로켓에 사용하는 연료는 등유· 액체수소· 알코올· 하이드라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액체수소만큼 특성이 좋은 것은 없다. 부식성이 없고 추진력도 세다. 현재 수소로켓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EU(유럽연합) 등 5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은 소형과 우주왕복선 메인 엔진용 등 두 종류의 수소로켓을, 중국은 창정 로켓의 3단용 수소로켓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과 러시아도 일본·중국에 앞서 개발했다. 일본은 주력 로켓인 H2A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H2A는 우리나라 아리랑 위성 3호를 올 5월 성공적으로 발사한 로켓이기도 하다.

 액체수소는 다루기가 어려워 이를 사용하는 대형 엔진 개발은 더더욱 쉽지 않다. 수소로켓 보유국들이 상대적으로 소형인 2단이나 3단용 수소로켓을 먼저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쌓은 뒤 1단 로켓 개발에 나선 이유다.

 우주용 로켓은 어느 것이든 연료를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우주에서도 연료가 연소되도록 액체산소나 산화질소·초산 등을 별도로 사용한다. 즉 연료와 산화제가 궁합이 잘 맞아야 로켓 성능이 좋아진다. 액체수소는 액체산소와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조합이다. 그래야 힘도 세다. 독성과 환경 오염이 심한 히드라진과는 달리 청정 연료이기도 하다.

 문제는 다루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분자량이 가장 적고, 액체수소의 온도가 섭씨 영하 253도로 극저온이기 때문이다. 수소는 화학 시간에 배우는 원소 주기율표의 가장 앞쪽에 있다. 분자량이 적다는 것은 작은 틈새로 잘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로켓은 연료나 산화제 주입 때 각종 부품의 온도 변화가 극심하다. 이럴 때 작은 틈새가 생길 수 있다.

 극저온도 수소로켓 개발의 난제다. 영하 253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기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물질은 헬륨밖에 없다. 일반 공기와 산소 등 다른 기체나 액체는 액체수소에 닿으면 즉시 얼어버린다. 엔진 주변에 소량이라도 공기가 남아 있으면 이렇게 얼어버려 밸브 작동을 방해한다. 수소로켓의 발사 연기를 일으키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일본 로켓의 중흥기를 이끈 고다이 도미후미(五代富文) 박사는 나로호 1차 발사 뒤 방한해 “일본의 수소로켓은 온갖 시련을 겪은 끝에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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