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장 없이 경제위기 극복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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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중앙일보가 30대 그룹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년은 ‘투자 빙하기’가 될 것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그룹은 6개뿐이다. 투자를 줄이겠다는 그룹이 8개로 더 많다. 나머지 16개 그룹은 올해 투자액만큼 투자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무려 22개 그룹이 신규사업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새 정부의 출범 원년부터 우리 경제는 암울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사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부진해진다. 이는 다시 저(低)투자로 이어지면서 나라 경제는 악순환에 빠진다. 문제는 저투자가 내년에만 그칠까 하는 점이다. 김대중(DJ) 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민주통합당의 전신) 국회의원을 지낸 강봉균씨는 어제 “차기 정부 5년 내내 3%의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고 했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공약만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다. 우리가 줄곧 주장해 왔던 얘기이기도 하다. 사회 일각에선 낙수(落水)효과가 없기 때문에 성장 우선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고 한다. 틀린 얘기다. 물론 낙수의 양극화 심화현상은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성장과 낙수가 있고 난 후의 일이다. 성장이 되지 않으면 양극화 완화는 불가능하다. 성장을 통해서는 분배의 공정을 도모할 수 있지만 공평한 분배로는 성장을 기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 강 전 장관도 “경기부양보다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쪽으로 경제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차기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다. 3.8%의 현 수준으론 절대로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음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