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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 부정 사건과 독직의 조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나라 범죄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가진 철도청 부정 사건은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그 추악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에 관련되어 구속된 부정 공무원의 수만 해도 역장급 3명을 포함하여 무려 57명에 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인원이 구속될 가능성조차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공표된 바에 의하면 이들의 부정 행위는 각자의 단독범으로 시종한 것이 아니고 광범위한 조직망을 가지고 수행되었다는 것이 명백한 것 같다. 이리하여 보도된 바를 가지고 판단한다면 수사를 어떤 한계 내에서 국한시키지 않는 한 어디까지 이것이 파급될는지 알 수 없다는 인상마저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상급 공무원들이 소위 「상납」을 받고 하급 공무원들의 부정 행위를 묵인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번의 독직 사건은 실로 놀라운 규모와 조직을 가지고 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건은 적어도 국고에 백억 이상의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사건이라는 것을 염두에 넣고 생각할 때 우리가 판단 할 수 있는 것은 그 범죄가 반드시 교묘한 조직망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면 소위 「상납」이라는 것도 필연적으로 수반되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대의 소위 「화이트·칼러」 범죄가 점점 조직화의 경향을 띠고 있다는 것은 형사학상의 원리가 되어 있지만 이번의 우리 나라 철도청 부정 사건보다 조직적이며 대규모적인 범죄는 세계에서도 희유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범죄라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독직이 이처럼 조직화되고 대규모화하였다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심각한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바 있다.
철도청의 범죄상이 이렇다면 과연 다른 관청에는 부정이 전무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우리는 한가지 사실만을 보고 의심암귀를 낳게 하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에 다른 관청에도 유사한 범죄상이 존재한다면 이것은 일대 결단을 요하는 중대 사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정부 고위층은 관기 숙정을 위하여 추상같은 용단을 내린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지연된다면 부결한 독직의 균은 그칠 줄을 모르고 만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실상 구우일모에 불과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그 많은 관련자 중에서 유독 자기들만이 수사를 받게 된데 대하여 오히려 억울하다는 느낌조차 가질는지 모른다. 설사 그러한 사정이 있다손 치더라도 당국은 엄격한 수사의 손을 조금도 이완시키지 말아주기를 절실히 요망한다. 뿐만 아니라 수사의 범위가 상상외로 확대되어 감을 우처할 필요도 없다. 혐의 있는 자의 수가 수천명이든 수만명이든 오로지 염직이라는 공무원의 도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법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철저한 수사를 감행해야 할 것이다.
전국민이 지금 국가의 건설을 위해서 총진군하는 이때에 일부의 부패 분자들이 특히 그것도 국가 공무원들이 이토록 염치없는 죄악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용서될 수 없는 일이다. 공무원의 기강, 아니 전국민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엄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같이 이 사건의 처리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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