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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관람객 하루 15명꼴 울산 옥현박물관 문 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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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폐관을 앞둔 울산 남구 무거동 옥현유적전시관. 내년부터 다른 시설로 바뀔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울산 옥현유적전시관이 세금만 낭비한 채 개관 10년 만에 문을 닫는다.

 울산시는 올해 말까지 옥현유적전시관을 운영한 뒤 다른 시설로 전환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폐관 뒤 사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도서관이나 어린이집, 복지관 등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시는 내년 초 활용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폐관 후 전시관에 있던 모조품 유물은 모두 버리기로 했다. <본지 3월 5일자 24면>

 폐관하는 옥현유적전시관은 대한토지주택공사(LH)가 2002년 5월 13억7000만원을 들여 1만2800여㎡ 부지에 지상2층 총면적 533㎡ 규모로 지은 뒤 울산시에 기부채납한 것이다. 이 일대에 아파트를 지은 LH가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내놨다.

 시는 이 지역의 옛 지명인 ‘옥현’에서 나온 유물을 전시하는 곳으로 꾸몄다. 기원전 700년 무렵의 논터와 청동기 움집터, 환호(環濠·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구덩이) 등을 발굴 당시 모습대로 재현했다.

 그러나 전시관 운영은 엉망이었다.

 지상 2층 본관 전시관, 1층 별관 전시관, 야외공연장, 움막 재현시설로 이뤄진 전시관에는 발굴 유물 모조품 30여 점이 전시돼 있을 뿐이다.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와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 등의 유적 모형과 청동기시대 조상의 생활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 정도만 갖췄다.

 옥현 유적에서 나온 토기와 석촉, 석창 등 진품유물 10여 점은 지난해 6월 개관한 울산박물관(남구 신정동)에 전시돼 있다. 이전까지는 발굴기관인 경남대 박물관에 대여 형식으로 보관됐었다. 옥현전시관이 국립박물관 규정에 맞게 온도·습도 조절기능 등 유물 전시여건을 갖추지 못한 데다 야간에 경비직원을 배치할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옥현전시관의 연간 관람객은 지난해 4542명(하루 15명), 2010년 4285명(14명), 2009년 4537명(15명)으로 하루 10여 명 수준이었다. 올해는 이보다 20%쯤 더 줄었다. 이마저도 방학 때 집중되는 초등학생의 단체관람을 합한 숫자다.

 관람객들은 옥현전시관을 제쳐두고 5㎞가량 떨어진 울산박물관을 주로 찾는다. 울산박물관에서는 옥현 유적의 진품을 볼 수 있어 하루 평균 1000명 정도가 찾고 있다.

 이처럼 전시관 기능은 상실했지만 울산시는 관리비를 계속 쏟아 부었다. 전시관 인건·관리비(전기료 등) 등 운영비는 매달 350만원쯤이다. 관람료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10년간 매년 4000여만원씩의 세금을 쓴 셈이다.

 울산시는 지난 3월부터 폐관 수순을 밟았지만 일부 역사학자의 반대로 미뤄오다 최근 확정 지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시민 누구나 만족할 만한 시설로 새롭게 꾸미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 동래구 복천동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유물을 전시한 부산 복천박물관은 관람객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고고학과 어린이 체험강좌, 특별전시 등이 계속 열린다. 복천박물관 유물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도 따로 운영한다. 복천동 고분군에 대한 학술서적도 펴낸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복천박물관에는 하루 평균 700여 명이 찾고 있다. 1996년 10월 개관한 복천박물관에는 진품 유물과 모조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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