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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김광식 책세상 주간

중앙일보

입력

'출판사가 자살하는 지름길은 문고판 내는 일' 이란 통념을 깬 책세상 출판사의 김광식(43) 주간.

책세상의 '우리시대' 시리즈는 문고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문학 분야에서 우리 필진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건' 으로 평가된다.

이 시리즈 48권 『역사왜곡과 우리의 역사교육』, 49권『지식인이란 무엇인?? 50권 『우리는 왜 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해야 하는?뺐?주말께 동시에 출간된다.

지난해 4월 첫 권 『한국의 정체성』을 낸 이래 1년5개월 동안 한 달 평균 3권 이상을 펴내며 시리즈 제목처럼 '우리 시대' 의 핵심적 문제들을 계속 제기해왔다.

특히 30~40대 국내 젊은 연구자를 발굴해 그들의 펄떡이는 문제의식을 조율해 낸 이른바 '기획 출판' 은 우리 출판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 베스트셀러 너무 집착 문제

- 번역물이 60% 이상인 출판계에 국내 필자를 발굴해 50종을 낸 의미가 크다. 향후 계획은.
"50종에 대한 비판적 서평집 '우리시대 또 하나의 시각' (가제) 을 10월 말께 펴낼 것이다. 각계 전문가 50명이 새로 쓴 서평을 묶어 내 비판적으로 자축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점검할 것이다. 당장 80종은 더 낼 준비가 돼있다"

- 젊은 필자들이 설익은 원고를 출간하기 전에 좀 더 뜸을 들여야 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50대 중견 학자가 되면 어지간한 성과가 아니면 책을 내기가 힘들다. 30~40대엔 다소 미숙해도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 시리즈는 집필 풍토를 바꿨다고 자부한다. 독서시장에서 독자의 판단을 받아 본 젊은 필자들은 좋은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

- 그동안 문고판이 잘 안된 이유는 무엇인가.
"독자들은 '조잡하다' 며 거부감을 보였고, 출판사는 기획력 부족으로 국내 필자에 대한 불신만 앞세워 외국서 수입하기에만 급급했다. 서점에선 공간만 차지하고 수입은 적어 기피했다. '우리 시대' 문고판은 그런 여러 장애요인을 돌파했다. 50년이 넘은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는 작년부터 다시 펴내기 시작했는데 2천종이 넘는다. '우리시대' 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

- 책세상의 또 다른 시리즈 '니체전집' 같은 경우 규모가 더 큰 출판사에서 이미 했어야 할 작업인데 수지타산은 맞는가.
"아슬아슬하게 먹고는 산다.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나치게 베스트셀러를 의식하는 경향은 출판전체를 볼 때 우려된다는 점이다. 1백만부 팔린 책 1권을 내는 곳보다 3천~5천부 나간 수십 종을 내는 곳이 많아져야 출판계가 튼튼해 진다. "

*** 실용서적 量産도 반성해야

- 현재 우리 출판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시장이 세분화하는 것을 반영하여 기획단계부터 이른바 '유저(user) ' 마인드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 중심주품?잘못 적용되는 경우다. 그 결과는 사색과 성찰을 추동하기 보다 실용 정보 중심의 책 양산으로 나타난다. 가벼운 출판 경향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문학출판의 경우 기획자가 개입하여 멜로물 등으로 유도한다. 인문학의 경우도 출판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지면 엄밀한 인문학 서적과 교양서적은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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