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측면’과 ‘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배를 건조하거나 건물을 지으려면 우선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설계도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정면도(正面圖)·배면도(背面圖)·측면도(側面圖) 등이다. 정면·배면·측면을 쉬운 우리말로 하면 앞면·뒷면·옆면이다. 여기에다 윗면과 아랫면을 더하면 어떤 물체의 전체적인 외관(外觀)을 알 수 있다.

 측면은 이렇게 정면·배면과 함께 쓰일 때 그 개념이 정확히 드러난다. 그런데 신문 기사 등에서는 이 측면을 ‘사물이나 현상의 한 부분 또는 한 분야’라는 뜻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문화적으로는 선진국 못지않다. 삼성이 애플과 다투고 싸이도 전 세계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세상이지 않나. 그런데 유독 남녀평등 측면에선 여전히 격차가 심하다.” “정신적으로 높이 올라갈수록 달리 보일 뿐 아니라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다르게 나타나는 실재(實在)의 측면이 있다.” “이름을 잘못 붙이는 바람에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측면이 있다.”

 다른 예문을 살펴보자. “인천시는 녹색기후기금(GCF)이 출범하면 세계은행이 초기 3년간 기금관리를 맡게 돼 업무 연계성 면에서 송도국제도시가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노조에 가입해 있는 생산직 근로자는 수익 면에서도 사무직 근로자보다 유리하다.” “아파트 상가에 투자할 때는 입지별로 임차 수요와 수익률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을 감안해 접근해야 한다.”

 이처럼 신문 등에서 ‘측면’을 ‘면(面)’의 뜻으로 계속 사용해 와서 그런지 표준국어대사전도 ‘측면’에 ‘사물이나 현상의 한 부분 또는 한쪽 면’이란 풀이를 해 주었다. ‘측면’과 ‘면’이 같은 뜻이 돼 버린 것이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말하면 ‘측면’은 ‘정면’이나 ‘배면’ 등과 함께 쓰일 때 가장 적절하다. 축구에서도 중앙 공격과 측면 공격을 얘기하듯이 사물을 측면에서 보는 것과 정면에서 보는 것이 다르다고 말할 때 쓰는 게 자연스럽다. 굳이 정면과 측면을 가릴 필요가 없는 경우 ‘면’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바람직하다.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