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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동교동-비동교동 갈등계속

중앙일보

입력

10일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는 전날 김근태 최고위원이 주장한 '동교동계 해체' 주장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2시간30분동안 열린 당무회의는 진통 끝에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건의한다' 는 조건으로 한광옥 전 청와대비서실장을 당대표로 인준했다.

이 과정에서 김근태 최고위원이 반발, 퇴장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61명의 당무위원 중 조순형.김근태.정대철.정동영.천정배.신기남 등 6명이 "대표 인준을 연기하라" 고 주장했다. 한대표의 대표 취임은 일단 성사됐으나, 당내 동교동.비동교동계 갈등은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은 당무회의를 전후한 당무위원들의 발언록과 전용학 대변인 브리핑 내용.

<당무회의 전>

▶김중권 대표 = 인사에 관한 건이니 토의를 비공개로 하겠다.

▶박광태 = 동교동계 해체하라는 말은 납득이 안간다. 동교동계는 인위적으로 끌어모은 게 아니라 민주화세력이 모여든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투쟁하고 감옥가면서 희생했지만 정권교체후 장관 한 사람도 없고 요직에도 없다. 목소리도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체하란 말이냐. 누가 배후에서 좌지우지하나. 김근태 최고위원이 지극히 개인적.사적 감정으로 하는 소리다. 당에 여러가지 (자리를)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그 양반 인격 때문에 여기서 얘기하지 않겠다. 진심으로 당과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최재승 = 도대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불쾌한 표정) .

▶박양수 = 실체도 없는 데 뭘 해체하나.

(김근태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신기남.천정배.이재정 의원등 초재선 의원들 위주로 악수를 나눈 뒤 동교동계를 외면하고 착석해 냉랭한 분위기)

<당무회의 발언>

▶조순형 = 의사진행 발언 하겠다. 대표 인준을 연기하자. 국민적 관심사인데 쇄신이 미흡하고 당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송훈석 = 인준안을 유보.번복하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차질 빚어지고 더 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다. 그 대신 특정집단에 영향을 받지 말고 후속인사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

▶김옥두 = 동교동계라는 명칭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시절 DJ이름을 못쓰게 해 기자들이 동교동계.상도동계라고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도 사진도 못쓰는 어려운 시대였다. 언론용 표현이다. 현재 당에 계보란 없다. 대통령이 잘못되면 성공한 국민의 정부를 만들 수 없고 어떻게 정권재창출과 일류국가를 이룰 수 있겠는가.

▶이해찬 = 당.정.청와대가 책임질 부분이 있는데 당에 비해 청와대쪽의 책임은 짚어지지 않았다. 비서진 개편을 당무회의 이름으로 건의하자.

<당무회의 뒤>

▶한화갑 = 절차상의 문제 없다. (표결 안하는 것은) 정당운영상의 패턴이고 관례였다. 동교동계는 편의상 붙여진 이름이다. 하루이틀 아니고 평생동안 붙여졌다. 사안에 따라 잘잘못 따지지 말고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 당내 모임이 딴 사람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당에 건설적 역할을 한다면 바람직하다.

▶김근태 = 당무회의에서 표결하는데 걱정이 많았다. 그리고 국정쇄신 요구도 있었다. 박수가 나오기 전에 퇴장했다. 당 내부에서 다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실질적 다수가 형식적 다수가 돼야 한다. 결코 권력투쟁이나 개인적 욕심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결정한 것을 인정하나 마음으로부터 승복하지는 않는다. (동교동계 해체 요구에 대해) 단 하나의 계보만 있다. 명백히 잘못하는 경우 계속 주장할 것이다.

<전대변인의 당무회의 내용 브리핑>

오전 8시30분부터 10시 52분까지 장시간 열렸다.

조순형 김근태 신기남 이재정 천정배 의원이 "인사개혁을 통한 국정쇄신이란 국민기대와 당내 의사의 취합에 미흡한 점이 있기 때문에 오늘 인준절차를 연기하자" 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협 김태식 한화갑 김옥두 박상천 송훈석 이규정 정균환 이해찬 설훈 임채정 김원기 의원 등이 "지금 당이 어렵고 오늘 인준절차를 연기할 경우 대통령의 지도력에 훼손을 가져올 뿐더러 국정책임지는 집권당이 불안한 모습으로 비춰져 국정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중으로 인준절차 매듭짓자" 는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오늘 매듭짓자는 의견과 연기하자는 의견을 거수로 표결한 끝에 61명의 참석 당무위원중 연기찬성 5명, 나머지 다수가 오늘 결정하자는 의견이었다.

오늘 당무위원 발언으로 제기된 의견을 당.정.청와대가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공적인 시스템에 의해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쇄신을 이룬다는 내용을 결의로 담아 한광옥대표 인사안을 처리했다.

이같은 내용을 정리한 끝에 김중권 대표가 인준을 선포했다.

한광옥 신임대표는 당무위원회의서 인준안이 처리된 뒤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앞으로 국정개혁과 당내화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는 뜻 밝히고 당무위원과 전 당원의 참여와 성원을 호소했다.

한대표는 "30년 넘게 당에 몸 담아온 사람으로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1년 10개월 동안 청와대에 근무하다 친정으로 돌아왔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최고위원과 당 대표최고위원에 인준해준 대통령과 당무위원에 감사한다.

오랫동안 당 지켜오며 당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뇌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해했다. 여러 당직을 거치며 집권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일익을 담당했다고 자부한다.

지금 당과 국가의 현실이 모두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될 시기를 맞고 있다. 개혁과 화합이라는 큰 원칙으로 당을 운영해 나가겠다.

국가적으로 경제를 회생시키고 국정을 개혁해야 할 역사적이고 중차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역사의 소명감을 갖고 대표로서 임무에 충실해 나가겠다. 역사는 우리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일이라고 책임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혁이 필요한 것이고 개혁 위해서는 당내 화합이 중요하다. 개혁과 화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앞으로 대통령을 받들고 당무위원 모시고 모든 문제를 조화하고 조정하고 대화하는 심부름꾼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그동안 여러가지 목소리가 제기됐으나 민주정당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의 민주성을 바탕으로 생동하는 집권정당되고, 이런 목소리가 정권재창출에 에너지로 작용해야 한다. 끊임없는 대화로 당을 운영해 나가겠다. 당이 정권재창출을 견인하고 개혁의 기관차로 기능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

인준안을 의결한 뒤 김중권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취임한뒤 나름대로 열과 성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성취도 있었고 아쉬움 남는 대목도 있는데 그동안 당 운영에 협조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고 대과없이 물러날수 있도룩 도와준데 진심으로 감사한다" .

한대표는 오늘 임명장 받고 내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내일 중으로 당직개편안을 매듭짓고 당무 집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양수 기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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