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디자이너 브랜드 M&A로 불황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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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콤마보니

패션·소재업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서울 청담동의 디자이너 신발 브랜드 ‘슈콤마보니’를 12월 1일자로 인수한다. 2010년 가방브랜드 ‘쿠론’, 2012년 여성복 브랜드 ‘쟈뎅 드 슈에뜨’에 이은 세 번째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다.

 슈콤마보니는 2003년 디자이너 이보현이 ‘고급 수제 구두’을 표방하며 내놓은 브랜드다. 리본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같은 장식이 많이 달린 ‘과감한 구두’로 입소문을 탔다. 2010년엔 부츠를 유명 여배우들이 신고 나와 ‘고소영 부츠’ ‘한가인 부츠’라 불리며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패션족들에게 ‘한국의 지미 추’라 불린 것도 이때부터다. ‘지미 추’는 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맞춤 구두를 전담했던 말레이시아 디자이너다. 한 켤레 값이 100만원대에서 시작한다. 슈콤마보니는 현재 프랑스 파리의 프렝탕백화점을 비롯해 일본·중국 등 19개국의 백화점 및 편집숍에 입점돼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직영 매장을 포함,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엔 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오롱은 그간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해 성과를 냈다. 쿠론은 2010년 인수될 당시 17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와 올해 각각 120억, 400억원으로 늘었다. 쟈뎅 드 슈에뜨 역시 올해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50% 증가했다. 코오롱의 엄정근 경영지원PU 상무는 “현재 국내 패션시장은 고가의 명품이나 저가 SPA브랜드를 제외하면 거의 죽어 있다”며 “그런 시장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 바로 독창적이고도 탄탄한 제품 라인을 보유한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은 슈콤마보니를 인수함으로써 자체 신발 브랜드를 갖게 됐다. 그동안 코오롱은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 ‘제옥스’만 수입·판매했을 뿐 자체 브랜드는 없었다.

 코오롱은 슈콤마보니 인수를 위해 올초부터 이보현 디자이너와 접촉해왔다. 처음엔 슈콤마보니 쪽에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독창성을 잃는 게 아니냐며 꺼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인수된 쿠론이 독창적인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코오롱의 생산기반 시설과 유통망을 이용해 급속도로 성장한 게 설득 요인이 됐다. 코오롱 측은 “이미 다른 신발 브랜드가 있었다면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 슈콤마보니의 디자인에 변화가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첫 신발 브랜드인 만큼 디자이너의 철학과 기존 디자인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은 앞으로는 신발·잡화 부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이 부문의 점유율은 10년 전인 2002년 13%에서 올해 22%로 늘었다. 엄정근 상무는 “슈콤마보니 인수로 그간 그룹 내 취약했던 신발·잡화군의 포트폴리오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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