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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인 정일근·안도현
울산의 정일근(46) 시인과 익산의 안도현(43) 시인이 첫 대면한 것은 1980년이다. 대구 영남대에서 주최한 천마문학상에 안씨가 시부문에 당선되고, 정씨가 소설 부문에 당선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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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단편 릴레이 편지] 구름 위의 천사
맑은 날, 모든 게 투명하여 속까지 훤하게 들여다보일 것 같은 그런 날은 슬퍼집니다. 아름답고 완벽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만 한없이 초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일까요. 그럴 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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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 詩 한수…정일근씨 시·사진展
2년 전부터 경북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 '시골'에 파묻혀 시작(詩作)에 매달려온 정일근(45)시인이 6일 틈틈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은현리 풍경사진에 시편을 곁들인 시사진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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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신간] 노래의 날개 外
◇ 노래의 날개(이윤기 지음, 민음사, 8천5백원)='언어의 고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작가 이윤기의 소설집. 요절 시인 박정만의 삶을 그린 '전설과 진실'을 비롯해 창자가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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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옛날자장'
정일근(1958~ ) '옛날자장' 전문 추억처럼 옛날도 힘이 된다 울산 달동 사거리 자장면 집에서 손으로 두들겨 뽑은 옛날자장에 불현듯 식욕이 솟는다 자장면이 희망이었던 옛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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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중앙신인문학상] 김재홍 당선소감
그제는 제가 자란 울산 장생포에 갔습니다. 마을은 모두 사라지고 제가 살던 집은 무너진 채 골조만 남아 있었습니다. 흥청대던 고래잡이 항구는 이름만 남았습니다. 제가 난 강원도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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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구월을 기다리며
여름편지를 보내기 위해 걸어갔던 산골마을 우체국으로 가는 길에 접시꽃은 지고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합니다. 오래지 않아 쑥부쟁이도 피고 구절초도 필 것입니다. 바람도 순해지고,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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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시인 정일근 vs 소설가 방현석
행정구역 상으로는 울산시에 속해 있지만, '이장님 방송'이 동네 구석구석 울려퍼지는 시골 마을인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에서 자연을 벗삼아 시어(詩語)를 가다듬어 온 정일근(45)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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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그 말씀에 나는 시인이 되어
제가 '월영동 449번지'의 어린 나뭇잎이었을 때, 시인을 꿈꾸는 붉은 나뭇잎이었을 때 스승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의 많은 나뭇잎들이 다 푸를 이유는 없다. 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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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사십대 염색론
여름 내내 머리에 염색을 하고 다녔습니다. 두 번 탈색을 하고 노란 머리가 된 뒤에 은회색으로 물을 들였습니다. 시간이 흘러가자 물도 빠지고 검은 머리도 솟아올라와 황금색 관을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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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바다에 갈매기 돌아오고
푸른 바다에 다시 하얀 갈매기들이 보입니다. 여름철 내내 사람들에게 바다를 내어주고 갈매기들은 가까운 산 속 저수지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갈매기를 쫓아냈다고는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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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직녀에게
가수 김원중의 노래 '직녀에게'는 저의 애창곡입니다. 음치로 판정 받은 제노래 실력이지만 그 노래만큼은 열심히 부릅니다. 그 노래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노래가 아니라 통일노래이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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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구요?
내일이 처서(處暑)랍니다. 돌아보니 은현리 들판으로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우리 마을의 푸른 느낌표들인, '!' 같은 미루나무들도 그 바람에 차르르 차르르 윤기나는 대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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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도라지 사랑
도라지는 여름에 꽃을 피웁니다. 흰꽃도 피고 보라색 꽃도 핍니다. 요즘에도 꽃이 좋아 도라지 꽃밭을 지날 때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시골사람들 텃밭에다 도라지를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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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우리 동네 이발소
은현리(銀峴里)라는 시골마을에 산 지 2년이 되어갑니다. 친구들은 더러 고무신 신고 울산 시내에 나오는 저보고 시골사람 다되었다고 합니다. 시골 사람 되었으니 저도 이발을 하러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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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벌초를 하면서
이 땅에 산소를 가진 후손들 벌초(伐草)를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따라 벌초를 다닐 때 한가위 벌초는 음력 칠월이 끝나기 전에 마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8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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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내래 강건군사학교 1기야'
'내래 강건군사학교 1기야' 평양에서 있었던 전국노래자랑을 보면서 아내는 눈물을 훔칩니다. 젊은 아내의 눈물은 분단을 아파하는 그런 거창한 의미의 눈물이 아닙니다. 북에서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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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태극기를 달면서
광복절 아침 태극기를 답니다. 일제 36년을 경험하지도 않았고 전쟁의 아픔을 겪지 않은 젊은 전후세대지만 태극기를 다는 광복절 아침 제 가슴이 뜁니다. 저 태극기를 다시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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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넌 외롭지 않니?'
'저 초승달은 누구 눈썹을 닮았나. 넌 외롭지 않니?' 차를 좋아하고 도연명의 시를 좋아해 다연(茶淵)이란 펜네임을 쓰는 친구가 내게 보내온 핸드폰 문자메시지입니다. 무심코 눌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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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은을암에서 범종치기
울산시 울주군 척과리에 은을암(隱乙庵)란 신라 고찰이 있습니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부인이 새가 되어 숨은 곳이라는 충효의 전설이 전하는 곳입니다. 은을암도 새처럼 작은 절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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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어머니를 위하여
오늘은 음력 칠월 보름, 백중입니다. 백중은 여름농사 짓느라고 고생한 머슴들에게 하루 쉬게 한 날입니다. 온갖 음식을 갖추고 술을 권하며 여름 내내 땀을 흘린 그들을 위로하기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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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여름공부
선방 스님들 여름공부가 끝나고 있습니다. 음력으로 사월보름에서 칠월 보름까지 스님들은 '하안거'란 여름공부를 합니다. 통도사 선방에서 여름공부 들어가는 친구 도심 스님과 작별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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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입추 아침에
아침 햇살이 여전히 뜨거운데 가을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른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立秋)입니다. 대서와 처서 사이 가을은 시작되고 태양의 황경(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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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젊다는 이유 하나로
제주 이시돌 목장 안에 자리한 '젊음의 집'에 안 글로리아 수녀가 일하고 있습니다. 글로리아 수녀는 저에게는 외사촌 누이가 됩니다. 우리는 어려서 한 집에서 같이 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