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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셋 코리아] “복지수요 감안하면 증세” 법인세 인상 6:3서 8:1로

    [리셋 코리아] “복지수요 감안하면 증세” 법인세 인상 6:3서 8:1로

     ━ 2017 이슈 배틀 ③ 기업 법인세 부담 높여야 하나 한국인은 흔히 ‘다름’과 ‘틀림’을 혼용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가 아니라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진영논리가 판치는 까닭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선 국가 개혁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중앙일보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코리아’의 하나로 ‘2017 이슈 배틀’ 시리즈를 시작한다. 가장 첨예한 이슈를 골라 ‘틀림’이 아닌 ‘다름’의 토론 현장을 배틀 형식으로 생중계한다. 세 번째 주제는 ‘법인세 인상 논쟁’이다.  이슈 배틀10인의 판정단   ━ 1 Round 세계 각국 법인세 인하 경쟁에도9명 중 7명 “인상하는 게 맞다” ◆사전투표=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국정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허니문’은 짧다. 정부조직 구성을 마치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분열의 씨앗이 될 사안이 적지 않다. 법인세 인상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대기업 법인세 감면 정비, 최고세율 인상 등을 공약했다. 국세에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더 걷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와 기업의 부담을 키워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것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우리 사회 지성 10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새 대통령을 맞이 한지 사흘째였던 5월 12일. ‘2017 이슈 배틀’ 세 번째 토론이 열렸다. 이날 주제인 ‘기업의 법인세 부담(비과세 축소나 최고세율 인상 등 전반적인 부담 증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음)을 높여야 하는가?’를 놓고 사전투표를 한 결과 인상론에 무게가 실렸다. 7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인 연방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판정단에서도 ‘의외의 결과’라는 평이 나왔다.  ━ 2 Round “한국만 올리면 세수 줄어들어”인상안 지지 1명, 반대로 돌아서 ◆전문가 의견 청취=인상론을 편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공에 나섰다. “생각처럼 투자와 고용은 법인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법인세율이 1%포인트 낮아지면 투자가 0.05% 정도 증가한다는 게 일반적인 연구 결과다. 반면 1%포인트 올리면 4% 정도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 자본의 해외 유출도 기우다. 투자 입지를 결정할 때 시장의 크기가 중요하지, 세금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자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MB정부가 법인세를 낮췄다지만 반대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입법도 많이 했기 때문에 인하 효과를 제대로 못 봤다”고 말했다.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최고세율은 낮췄지만 최저한세율( 최소한의 세율 아래로는 감면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은 도리어 올렸다. 일부 투자세액 공제율도 낮췄다.” 강 교수는 “세계 각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낮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각종 공제·감면 혜택을 차감하고 실제로 내는 법인세액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4.2%(지방세 포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지만 평균실효세율은 18.0%로 하위권이다. 또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도 3%로 OECD 평균보다 낮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실효세율은 계산하는 방식이 워낙 많아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고 말했다. “법인을 둘러싼 다른 세제를 손보는 게 먼저다. 진짜 문제는 법인의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세금을 제대로 못 걷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배당금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득에도 한국은 과세하지 않는다. 국가별 자본소득세를 비교해보면 한국과 체코, 멕시코 정도만 0%다.” 강 교수는 “자본소득세율 인상에 공감하지만 당장 실행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의 확대, 내수기반의 위축, ‘고용 없는 성장’ 등을 고려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국내총생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로 우리가 이상적 모델로 언급하는 유럽의 복지국가 체계와 전혀 다르다”며 반박에 나섰다. “미국이 최고세율을 35%에서 15%로 내리겠다고 선언했고, 독일·영국 등도 인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만약 인상하면 한국은 현 시점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인세를 올리는 나라가 된다. 다국적기업의 경우 지역별로 이익을 어디서 더 낼 지 조정할 수 있다.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가 자리를 떴다. 두 번째 투표에선 한 명의 판정단이 생각을 바꿨다. 법인세율 인상에 찬성했던 판정단①은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만 높이면 국내외 기업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지적에 공감했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 3 Round “해외사업·수출 비중 높은 대기업만 감면 혜택”“일자리 문제 더해 세금 올리면 기업 큰 부담” ◆집중토론=토론의 출발점은 ‘낙수효과 무용론’이었다. “ 대기업은 각종 공제 혜택을 받으면서 사내유보금도 늘리고 있다.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이익도 제대로 못 낸다. 이런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가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다. 그러니 임금 격차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낙수효과가 사라진 거다. 법인세 인상으로 조성된 세수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득 지원을 위해 써야 한다. 그래야 내수 확충과 세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기업의 법인세 공제·감면액이 9조6000억원 정도다. 이 중 대기업이 받은 혜택이 75%다. 법인세 감면 중 비중이 가장 큰 게 외국납부세액공제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을수록, 수출이 많을수록 혜택을 많이 본다. 당연히 대기업이다. 실효세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대기업이 너무 우는 소리를 한다.” 반대 측에선 ‘왜 많은 기업이 법인세를 못 내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라’고 반박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기업 환경이 너무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기업은 적자를 내면 법인세를 못 낸다. 감면 혜택을 얼마나 받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원을 더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새 대통령이 공정거래질서 확립, 비정규직 문제 해결, 청년 신규 채용 확대 등을 공약했다. 하나 같이 기업엔 부담이다. 이 와중에 세금까지 더 내라고 하는 건 이중규제 그 이상이다. 이게 당장 기업을 압박하면서까지 긁어 모아야 할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근로자의 소득도 증가한다. 왜 투표권 없는 법인만 잡나?” 그러자 판정단⑥은 “소득세수가 가파르게 늘어 법인세수와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조세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5년 전과 비교해 소득세수는 20조원 가까지 늘었지만 법인세수는 그대로다. 게다가 여러 감면 혜택을 줄이면서 국민이 받는 소득세에 관한 스트레스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 상대적 박탈을 그냥 두고 나라다운 나라를 논할 수 있겠나? 법인도 사회적 생명체다.” 반대 측에서 수십 년째 그대로인 부가가치세부터 손 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판정단⑦이 반론을 재기했다. “사회안전망 확대가 중요하다는 것에 국민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다. ‘중부담 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면 단계적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저소득층에 불리해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순서를 뒤로 미루는 게 맞다. ‘법인세→자본이득세→소득세→부가가치세’ 순으로 가는 게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판정단⑧이 기업의 해외 이탈 가능성을 거론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한국이 지금 누구와 경쟁하는지 냉정하게 보자. 전 세계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낮은 법인세로 유인하는 마당에 한국만 빨간불에 건너려는 것이다.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건 정책 후퇴다.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이런 불확실성이다.” 이에 대해 판정단④는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는 이유는 세금 말고도 규제·임금·지가 등 많은 요인이 있다”며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본도 직접 투자보다는 주식시장 등에 몰려 있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에 따른 이탈 충격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판정단②는 법인세율 인상을 중부담 중복지로 가는 트리거(방아쇠)로 삼되 이 참에 지방차등감면제를 도입하자는 기타 의견을 냈다. “ 법인세를 지역별로 달리 매기는 방안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100%를 내고 낙후지역은 덜 내는 개념이다. 법인세율을 인상하면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의 해외 이탈 우려를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참여정부에서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 2시간에 걸친 토론이 끝나고 최종 투표가 시작됐다. 전문가 의견 청취 후 입장을 바꿨던 판정단①은 다시 ‘찬성’으로 선회했다. 판정단⑧도 입장을 바꿨다. 법인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셈이다. 판정단⑧이 공감한 건 이 한 마디였다. “ 어떤 정치인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일만은 안 하겠다는 입장이다. 늘어나는 복지수요 감안하면 우리가 갈 길은 분명하다. 법인세를 시작으로 정치권이 장기적인 증세 패키지를 만들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첨예한 이슈 ‘삼세판 토론’… 합의점 찾기 실험 「 ’이슈 배틀’ 어떻게 진행하나 ‘2017 이슈 배틀’은 치열한 토론 배틀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드러내 가되 합의도 모색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이를 위해 소속 대학과 전공·연령대가 다양한 10명의 교수로 판정단을 구성했다.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한 명의 교수가 사회를 맡고, 나머지 9명이 판정단으로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은 3라운드로 이뤄진다. 1라운드는 평소 판정단의 생각을 드러낸다. 2라운드에선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를 대변할 각 진영의 전문가 설명을 듣고 판정단이 다시 입장을 정리한다. 3라운드에선 판정단이 스스로 참여해 토론해 보고 최종 입장을 정한다. 라운드마다 입장을 바꾼 판정단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밝힌다. 배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첨예한 이슈를 둘러싼 서로 다른 논리와 이해타산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다르고 타협점은 어디인가’를 찾아가게 된다. ‘2017 이슈 배틀’은 중앙일보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안민정책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SSK 네트워킹지원사업단이 주관한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2017.05.29 01:00

  • [리셋 코리아] 왕진·가정간호 확대 … 병원 임종 절반으로 줄이자

    [리셋 코리아] 왕진·가정간호 확대 … 병원 임종 절반으로 줄이자

     ━ 고령화 시대 ‘웰다잉’ 늘리려면   지난 18일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우상조 기자]목에서 나는 그르렁거리는 소리, 가래 뽑는 기계의 소음…. 22일 오전 서울 강북지역 한 요양병원 중환자실 모습이다. 6인실, 12인실, 1인실로 된 세 개의 중환자실에 말기 환자들이 꽉 차 있다. 대부분 인공호흡기를 달고 거친 숨을 몰아쉰다. 한 할머니는 뜻 모를 고함을 계속 지른다. 섬망(譫妄·극심한 혼돈 증세) 증세다. 어떤 환자는 욕창을 예방한다고 둔부를 드러냈고 다른 환자는 동공이 천장에 고정돼 있다. 상당수는 눈을 감고 있다.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병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흔하디 흔한 병상별 천 커튼(칸막이)도 없다. 이렇게 보내다 임종이 닥치면 인근 큰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다. 응급조치를 받으려는 게 아니라 임종하기 위해서다. 말기 질환을 앓는 대다수 노인들의 마지막 모습이다. 종합병원이라고 해서 별로 다를 바 없다. 24시간 환하게 불이 켜지고 의료기기 소음이 끊이지 않는 차가운 병실에서 가족과 분리된 채 마지막을 보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자랑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지만 생의 마지막 관리는 후진국 수준이다. 2003년 병원 사망자, 재택 임종 첫 추월 한국인은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숨진다. 2015년 사망자의 75%가량이 병원에서 숨졌다. 집이나 사회복지시설(요양원 등) 사망자는 19.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고나 사건 등으로 숨진다. 2003년 병원 사망자가 재택 임종을 추월한 이후 해마다 병원 사망이 증가했다. 영국은 2008년 병원 사망이 60%에 가까웠으나 2011년 51%로 떨어진 데 비해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암 환자는 더 심하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15년 암 사망자의 90.6%가 병원에서 숨졌다. 처음으로 90%를 넘었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품위 있는 마무리' 세계 1위 영국, 임종 전 입원 최소화  병원 사망은 선조들이 꺼린 ‘현대판 객사(客死)’다.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연구팀이 2015년 암 환자 352명의 임종을 분석했더니 마지막 일주일이라도 집에서 보낸 사람의 평온한 정도가 병원 사망자보다 69% 높고 고통은 2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의 슬픔도 적었다. 일본 연구팀 조사에서는 ‘잔여수명 2개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집에서 마지막을 보냈더니 병원 사망자보다 일주일 더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복지분과는 치열한 토론 끝에 병원 사망을 절반으로 줄여 품위 있는 마무리를 실현하는 것을 어젠다로 제안했다. 위원들은 “병원 사망을 줄이려면 생의 마지막 관리를 위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송인한 분과장(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의료 서비스와 함께 심리적 지지, 후원기관 연계, 임종 시 지역사회 자원의 지원, 배우자 사별에 대한 이해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의 서비스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우선적 과제로 의사 왕진을 신설하고 가정간호(간병)를 확대해 가정 진료 체계를 갖추자고 제안했다. 왕진은 극소수의 의사가 실험적으로 진행한다. 수가조차 만들어져 있지 않다. 간호사의 방문 진료도 미미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퇴원 환자 140~150명(월평균)만 관리한다. 이 병원 오은경 가정간호사업팀장은 “병원에 있으면 섬망이 오고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암 환자는 대개 집에서 죽음을 맞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하정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들이 환자 임종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며 “임종 전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말기암 환자(75·서울 관악구)의 딸 조모(44)씨는 “전담 간호사가 24시간 응대해 주고 매주 1회 이상 집으로 와서 통증 조절 등의 관리를 해 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짧은 대화를 가끔씩 하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으면서 복부 팽만 불편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가정호스피스 기관이 21개에 불과하다. 독거 노인의 고독사도 문제다. 국립암센터 장윤정 과장은 “독거 노인은 소규모 너싱홈(10명 이내의 환자들을 돌보는 시설), 의료와 주거가 결합된 시설, 요양원·공동생활가정 등에서 생의 마지막 관리를 돕되 장기요양보험이 이런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실정에 맞게 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좋다. 부산시는 저소득층 말기 환자와 가족을 위한 통합적 호스피스 사업을 진행한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 인력 외에 사회복지사·성직자·자원봉사자 등이 집을 방문해서 품위 있는 임종을 돕는다. 신체·심리적 돌봄뿐 아니라 영적 돌봄, 사별 가족 상담, 경제적 지원을 실시한다. 대상자 529명(지난해 말) 중 상당수는 재택 임종을 원해 가정간호(간병)를 활발하게 진행한다. 집에서 산 말기 환자, 병원보다 1주일 더 생존   김정림 부산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 사무국장은 “단순히 고통 완화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 상담과 사후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말기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임종 상황이 닥치면 연명 의료를 거부하겠다고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 두는 것도 병원 사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게 있으면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탈(脫)병원을 촉진할 수 있다. 8월 호스피스·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할 때 법정 의향서 서식(내년 2월 시행)을 앞당겨 활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 검시(檢屍)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 환자가 퇴원 후 48시간 내에 집에서 숨지면 담당의사를 거치지 않고도 병사(病死)진단서가 나온다. 하지만 48시간이 지나면 의사가 검시해야 한다. 병사진단서가 없으면 변사(變死)로 처리돼 수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는 “개업 의사에게 검시 자격증을 줘서 이들이 재택 사망자의 검시를 담당하면 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장례를 치르기 힘들기 때문에 장례는 전문 장례식장에서 치르면 된다. 장례식장이 검시 의사를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일보·JTBC의 시민 의견 수렴 사이트 ‘시민마이크(peoplemic.com)’에도 본인이 사망 장소를 미리 선택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아이디 ‘nkw4****’는 “가장 편안한 집에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조용히 임종을 맞고 싶다. 임종 장소의 자유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은 “삶과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재택 임종의 수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박정렬 기자, 김혜진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2017.05.25 01:52

  • [리셋 코리아] ‘품위 있는 마무리’ 세계 1위 영국, 임종 전 입원 최소화

    선진국들은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를 지원하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대부분 병원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우리와 달리 병원·가정·호스피스 시설 등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 병원과 지역사회가 손을 잡고 단순 치료를 넘어 심리적 안정, 죽음을 바라보는 가치관까지 심어주는 등 서비스의 폭도 넓다. ‘웰 다잉’을 장려하는 인프라와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50년 전 호스피스 개념이 세계 최초로 도입된 영국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15년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죽음의 질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죽기 직전 삶의 질에서 세계 1위다. 한국은 18위에 그쳤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왕진·가정간호 확대 … 병원 임종 절반으로 줄이자  영국 정부는 일찌감치 존엄한 죽음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991년 호스피스국가위원회(현 국가완화의료위원회)를 설립했고 2001년 완화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시작했다. 2008년에는 ‘국가 생애 말기 돌봄 전략’(NEOLCS)을 발표하면서 말기 환자 관리 체계를 확립했다. 여기에선 인간이 모두 ‘좋은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품위 있는 마무리를 위해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받으며 치료를 받고 ▶고통과 병증이 없어야 하며 ▶익숙한 환경에 머물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4대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사망 직전 병원 이송을 줄이고 요양시설·가정에서 미리 임종을 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병원의 말기 환자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부적절한 입원은 최소화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자연스레 임종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전문인력 교육도 강화했다. 서비스도 가정 호스피스, 주간 돌봄 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 지역사회의 참여도 활성화됐다. 전국 10만 명 이상의 민간 봉사자들은 미술·음악 치료 같은 재능기부에 나선다. 시민들은 주변의 호스피스 시설 운영에도 적극 참여한다. 자발적 모금을 통한 기부금이 운영비의 70%로 건강보험 지원(30%)을 웃돈다. 미국에선 호스피스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주로 집에서 임종을 준비하는 환자를 찾아간다. 남은 삶이 6개월 이내인 환자가 대상이다. 노인 요양시설과 호스피스 전문기관에서 임종하는 경우도 흔하다. 환자의 질병 치료보다 이들의 상태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 생명 연장을 포기하는 대신 남은 생애를 바라보는 감정과 현실적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웃 일본도 아시아 국가 중에선 앞선 편이다. 호스피스 대상은 말기 암이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로 규정돼 있다. 다만 서비스 이용일수와 남은 수명에 대한 제한은 없다. 2000년대 들어 가정 호스피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의사·간호사가 직접 말기 환자의 자택을 찾아가거나 병원 내에 가정간호병동을 두고 있다. 특히 일본은 왕진 수가가 높아 의료진의 가정 방문이 활발하다. 지난해 5월 도쿄에서 만난 일본의사회 히로미 아시카와 상임이사는 “오전에 외래 환자 30~40명을 진료하고 오후에 왕진을 나가 7~8명을 본다. 뇌졸중 등 병원에 오기 힘들지만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왕진 대상”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박정렬 기자, 김혜진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2017.05.25 01:40

  • [시론]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세 가지 착각

    [시론]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세 가지 착각

    김태유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요즈음 4차 산업혁명이 너무 유행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국 근대사가 망국과 치욕으로 점철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조선이 1차 산업혁명에서 소외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화혼양재(和魂洋才)를 부르짖으며 메이지 유신으로 1차 산업혁명 대열에 재빨리 편승할 때 조선은 위정척사(衛正斥邪)를 외치며 산업혁명을 거부했다. 산업혁명에 의한 근대적 철강산업과 공작기계 기술로 제조한 총포로 무장한 일본군을, 조선 관군이 대장간에서 만든 화승총으로 대적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새 정부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다. 국가와 민족의 명운을 걸고 꼭 성공시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산업혁명에 관한 오해와 착각들이다. 첫 번째 착각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아 국가가 지정하고 집중 지원하면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1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른 산업을 희생해서라도 국가가 집중 육성해야 할 필수 산업이 있었다. 석탄·직물·화학·전기·철강 등 기간산업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런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3D프린터·사물인터넷(IoT)·생명공학·나노기술 등 수없이 많은 신산업과 신기술들이 단기간에 생성하고 소멸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서로 초연결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가 특정 분야를 지정하고 집중 지원에 나서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4차 산업혁명의 일익을 담당하게 될 생명공학, 그중에 줄기세포가 과거 한때 한국의 희망으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1999년 복제 송아지 영롱이로 촉발된 황우석 신드롬의 비극적 결말은 특정 분야에 대한 과잉 기대와 몰아주기식 지원이 빚은 정책적 참사였다.   예를 들면 야구는 수퍼스타 한 명을 집중 지원해서 홈런 한 방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안타가 많이 나와야 이길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경우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성공사례가 터져 나와야 한다. 산업과 기술을 선택하는 것은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발로 뛰는 기업가와 과학 기술자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에 맡겨야 한다. 두 번째 착각은 ‘4차 산업혁명이 대량 실업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 ‘직업의 미래’에 따르면 인공지능·로봇·기계화 등에 의해 2020년까지 약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500만 개의 직업이 없어지면 그들이 모두 실업 상태로 내몰릴 것이라고 믿는 것은 매우 큰 착각이다. 1차 산업혁명 당시 영국에서는 해고된 노동자에 의해 ‘러다이트 운동’이라는 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날 만큼 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었지만 기계로 대체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새로운 고용이 창출됐다. 다른 한편, 기계에 의한 노동의 대체는 대량 실업을 초래하기보다는 1인당 노동시간을 단축시켰다. 토머스 무어는 하루 6시간 노동하는 나라를 ‘유토피아’(1516년)로 묘사했다. 당시 하루 12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시절을 기준으로 보면 현행 주 40시간 노동은 유토피아에 이미 근접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주 4일, 주 3일 근무제의 진정한 유토피아를 향해 성큼 다가가는 것이다. 세 번째 착각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지도 모를 부작용에 대해 대비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장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해 4차 산업혁명을 지연시키는 것은 후손에게 죄를 짓는 일이며 조선의 위정척사를 답습하는 것이다. 1760년 불과 74만 명이던 런던의 인구가 1차 산업혁명 후 100년 만에 319만 명으로 불어났다. 주거·교통·위생·치안 등 엄청나게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서 영국이 산업혁명의 추진을 주저했더라면 대영제국의 영광은 결코 쟁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산업혁명의 가장 큰 속성 중 하나는 선발국과 후발국 간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양극화 현상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경우에도 ‘선착의 효(先着-效)’가 끝까지 유지돼 먼저 시도한 나라가 결국 승리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인류 문명은 1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대분기(great divergence)를 시작했다. 산업화한 나라는 지배자로 군림하고 산업화하지 못한 나라는 정치적·경제적 식민지로 전락해 갔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선생의 충고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번째 대분기 시대의 도래가 한민족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먼저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인류 문명의 발전과 인간의 행복을 향한 진정한 축복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범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2017.05.22 02:51

  • [리셋 코리아]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충분한 공론화 뒤 로드맵 내야

    [리셋 코리아]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충분한 공론화 뒤 로드맵 내야

     ━ 새 정부에 바란다  서울 도곡동에 사는 김모(46·회사원)씨는 중2 아들 고교 진학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아들은 중학교 입학 전부터 외국어고나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진학을 목표로 공부해왔다. 그런데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보고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씨는 “어느 학교를 대상으로 언제,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몰라 답답하다”며 “교육청·학교·학원에 물어봤지만 모두 ‘깜깜이’였다”며 불안해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약집 등을 통해 “복잡한 고교 체제를 단순화하고 일반고와 특목고·자사고 신입생을 동시 선발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방향만 제시됐을 뿐 전환 시기나 방식·대상 등은 새 정부 출범 후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외고와 자사고를 지망하는 학생·학부모와 해당 학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교육분과 위원들은 외고·자사고를 포함한 고입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외고·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먼저 뽑아가는 불공정 경쟁과 이들 학교 진학을 위한 사교육 과열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렇지만 학교 다양화에 대한 수요도 여전해 접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팽팽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외고·국제고 38곳과 자사고 46곳의 재학생은 6만8545명(지난해 4월 기준)이다. 일반고 1545곳의 재학생 125만 명의 5.5% 정도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의 37%가 외고·국제고·자사고 출신이다. 김경근 고려대 교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하자는 도입 취지와 달리 외고·자사고가 명문대 진학의 통로가 됐다”고 지적했다. 교육 정책은 한 번 바꾸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충분한 공론화와 사전 예고가 필수인 이유다. 위원들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공론화 과정에는 교육부·교육청·교사·학부모·전문가뿐 아니라 외고·자사고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동훈 고려대 교수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할 경우 거기에 논의를 맡기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내년 초까진 구체적 시행시기·방법 제시를”   새 정부의 로드맵은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제시돼야 한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상당수 외고·자사고가 2019, 2020년 학교 운영 실태를 평가받아 형태 유지를 결정하는 재지정(5년 단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입장에선 재지정 심사 1~2년 전에 정책 방향을 알 수 있어야 대비할 수 있다. 고입에도 대입처럼 ‘3년 예고제’를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중1 단계에서 고입 전형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고·자사고의 존폐 여부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과학고까지 일반고로 전환하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자율권을 보장하자”(주석훈 교장)는 주장과 “다양한 유형의 학교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김태환 미래교육연구원장)는 의견이 맞섰다. 반면 특목고와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먼저 학생을 뽑아가는 방식을 개선하자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특목고·자사고와 일반고 전형을 함께 진행하자는 것이다. 현재 고입 전형은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특성화고(모두 전기고) 선발이 끝나야 일반고·자율형공립고(후기고)가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안상진 소장은 “학업 성적이 좋은 학생은 일단 특목고·자사고 입시를 준비하고 탈락하면 일반고에 가는 경향이 생겼다”고 밝혔다. 학교 유형은 ‘강제 전환’보다 학교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자”고 했다. 등록금 수입 감소나 그간의 투자비 때문에 일반고 전환을 망설이지 않도록 ‘당근’도 주자는 것이다.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잠자는 교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위원들은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다양한 수업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경계했다. 정제영 교수는 대통령 공약인 고교학점제가 일반고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듣는 제도로 미국·영국 등에서 시행 중이다. 학생에 따른 맞춤형·수준별 수업이 가능하지만 수업 종류와 교사 수를 늘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정 교수는 “인접 학교 간 공동 수업과 온라인 수업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교 전환은 강제 말고 스스로 결정하게”   일반고를 살리려면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태완 원장은 “일반고도 ‘학습 혁명’이 가능하도록 프로젝트 수업, ‘플립 러닝’(거꾸로 수업)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도 “학생 교육도 지식 암기보다는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 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고 혁신을 위해선 교사의 연구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김경근 교수는 “일원화된 교사의 승진 트랙을 개선해 잘 가르치는 교사가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갖추자”고 제안했다. 이화성 교장은 “공교육 투자를 늘려 30명이 넘는 일반고의 학급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25명대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영유 논설위원, 천인성 기자, 이영민 인턴기자 yangyy@joongang.co.kr

    2017.05.22 01:56

  • [리셋 코리아] 검찰 포함한 정치개혁 절차 공개해야

    [리셋 코리아] 검찰 포함한 정치개혁 절차 공개해야

    정치 개혁은 새 정부 최대의 화두임과 동시에 소명이다. 그러나 정치 개혁은 다루는 내용과 관련된 영역이 포괄적이고 상호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과거 정치 개혁에 대한 논의가 빈번히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새 정부가 정치 개혁에 대한 소명을 실현하고 국민의 열망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정치 개혁의 목적을 뚜렷이 해야 할 것 같다. 현재 한국 정치에 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개혁의 필요성·범위·근거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그에 따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개혁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정치 개혁은 앞으로 헌법 개정 여부를 포함해 검찰 개혁, 선거 제도 개혁 및 정부기구 개편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체적인 혁신을 다루게 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각 영역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집착하는 경우 개혁은 사회 세력 간 경쟁논리에 의해 표류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문제점에 대한 진단뿐 아니라 문제가 되는 사항이 관련된 기타 정치·사회 영역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큰 틀에서의 시각과 그에 따른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검찰 견제할 공수처 … 그에 대한 견제 장치도 마련해야  둘째, 정치 개혁의 국민적 열의를 수용하기 위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선거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강조했다. 공약의 실현과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의를 수용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은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개혁협의회를 만들고 이들과 여야 정당 및 정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형식과 절차를 통해 개혁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또한 개혁협의회 내적으로도 단일한 안이 강제되지 않도록 복수의 안을 검토, 조정하는 과정을 보장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들이 투명하게 국민들의 시야에 들어오고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지닐 수 있도록 정치 개혁의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의 정치 개혁 논의 과정은 다양한 방식에 따른 시도와는 별도로 국민들과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새 정부는 이러한 과거 문제점을 해소하고 정치 개혁 과정을 국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치 개혁의 로드맵을 작성하고, 그에 따라 특정 시점의 정보에 쉽게 접근 가능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바란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05.19 02:30

  • [리셋 코리아] 비정규직 0, 과속하면 탈나 … 노동계에도 양보 요구해야

    [리셋 코리아] 비정규직 0, 과속하면 탈나 … 노동계에도 양보 요구해야

     ━ 새 정부에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장에선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우리도 해달라’는 요구다. 서울대 비학생 조교가 무기 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들어갔고, 환경미화원과 집배원들도 성명을 냈다. 공공기관 역시 바빠졌다. 기획재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에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실태 조사를 의뢰했다. 이 결과에 따라 하반기 중 비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17일엔 간접고용이 많은 10개 공기업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고용노동분과 위원들은 ‘비정규직 축소’라는 문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체로 공감했다. 단 “옳은 길로 가도 과속하면 탈이 난다”는 지적과 함께였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을 차츰 줄여가되 기관별 업무 특성과 환경을 정확히 반영해 꼼꼼하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근로자들도 정부가 방침을 밝혔으니 세부안이 나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체계적인 정규직 전환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문 대통령의 고용노동 분야 핵심 공약이다.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선언은 했지만 난관이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직접 고용이 3만6499명, 파견·용역 등 간접 고용이 8만2264명으로 모두 11만8763명이다. 정규직이 약 28만 명인 것과 비교할 때 적지 않은 숫자다. 공공기관(공기업 포함) 정규직(무기 계약직 포함)의 인건비는 예산으로 지급한다. 정규직 전환으로 늘어나는 인건비만큼 정부 부담도 커진다. 돈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기관별·직무별로 비정규직의 업무 성격이 제각각이라 일률적 전환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온전한’ 전환을 강조한다. 사내 정규직 신분으로 바꿔달라는 요구다. 현실적 장애물이 적지 않다. 특히 파견 근로자 전환이 논란거리다. 파견 근로자의 정년 문제, 일부만 대상으로 할 경우의 차별 우려, 기존 인력 공급 업체의 생존 문제 등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무기 계약직이나 기간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파견 등은 자회사 정규직 형태로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문재인표 고용 정책은 ‘늘·줄·높’으로 요약된다. ‘일자리는 늘리고, 근로시간과 비정규직은 줄이며, 고용의 질은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일자리는 문 대통령이 내세운 ‘사람 중심 성장 경제’의 출발점이다. 소득을 늘리고, 이게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생산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분과장인 주완 김앤장 변호사는 “일자리와 소득 중심으로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는 계승·발전을” 근로시간 단축은 ‘디테일을 다듬으라’는 조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실질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로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반드시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근로자나 시간당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수입 감소(수당 감소)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생활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일자리 나누기의 모델로 ‘광주형 일자리’를 꼽았다. 노·사·민·정이 대타협을 통해 연봉 4000만원대의 적정 임금을 받는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나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에선 성공했다. 한국에 제대로 이식하려면 노사정이 한 발씩 물러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완 분과장은 “특히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관건”이라며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동계의 양보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문화를 개혁해야 근로시간 단축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는 지난 정부 고용정책 중 그나마 호평받은 것”이라며 “꼬리표라 생각하지 말고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 근로시간이 1500시간 미만으로 짧은 편인 독일·네덜란드는 한국에 비해 파트타임 비중이 2~3배 높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도 15%포인트가량 높다. 권혁 교수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걸 당연시하는 관행을 바꿔야 일하고 싶은 여성에게 기회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고용할 때 특정한 조건에 부합할 때만 허용하는 사용사유 제한은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렸다. 산업 현실을 면밀히 살핀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70~80년대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했던 유럽 국가들은 경기 변동에 따른 대처능력이 떨어져 기업이 위기에 빠진 후 제도를 없앴다”며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일자리를 늘리려면 결국 민간이 움직여야 하는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해줄 규제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위원회, 합리적 대안 찾을 것 기대”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청년의무고용할당제는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헌법 위배(연령차별) 논란이 있다. 기업임금분포공시제도는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한 근로여건을 조성한다는 취지지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자리위는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다. 부위원장에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이용섭 전 의원을 임명하면서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은 “노동계(비정규직 포함)와 경영계 대표와 전문가가 참석하고, 대통령이 직접 신경을 쓰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이영민(이화여대 언론정보학4) 인턴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2017.05.18 01:28

  • [리셋 코리아] “공공일자리 수요 파악이 우선, 81만개 숫자에 집착 말라”

    [리셋 코리아] “공공일자리 수요 파악이 우선, 81만개 숫자에 집착 말라”

     ━ 새 정부에 바란다  새 정부의 1호 공약인 일자리 창출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공공부문 일자리 수요를 철저히 따져보고 수치 목표를 줄여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일자리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설치되고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일자리 100일 플랜’과 함께 ‘일자리 현황판’을 만들기로 한 만큼 새 정부의 성패가 달린 공약이 됐다. 대통령의 첫 외부 행사도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이 없어져 점차 민간에도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경제분과는 이 같은 일자리 공약 방향이 큰 틀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현재 통계 작성 방식 이후 최악인 11.2%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117만 명을 돌파했고, 이 중 청년이 54만 명에 달할 만큼 심각하다. 당장 정부가 소방수가 돼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문 대통령 역시 인천공항 방문 때 “노동자들이 한번에 다 받아내려 하지 말라. 노사정 대타협을 거쳐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며 점진적 방안 마련을 당부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81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대신해 설치하기로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조정 작업을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사람 중심의 경제정책을 편다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J노믹스’는 일자리 창출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그 핵심 원동력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다. 그중에서도 핵심 기둥은 소방·사회복지·교사·경찰·부사관·근로감독관 등 공공부문 일자리 17만4000개다. 문재인 정부는 또 보육·의료·요양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수탁부문 일자리 34만 개, 인천공항처럼 위험안전 업무의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해 30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정규직 전환 해달라” 비정규직 요구 빗발 [단독] 청소·주차·이주노동자도 모두 정규직 … 매출 9배로 뛴 삼진어묵 이와 별도로 민간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해 임기 중 모두 13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일자리 공약의 골자다. 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린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사람에게 투자하면 성장과 분배가 조화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서비스가 필요한데도 시장의 수익성이 높지 않은 곳은 단기적으로 공공부문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교육·의료·안전환경·문화예술·학교교실 현대화가 대표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관건은 실행 가능성이다. 리셋 코리아 경제분과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정책에 대해 방향은 타당함에도 실행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 재정 부담이 너무 크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일보·JTBC의 여론 수렴 사이트 시민마이크(peoplemic.com)에서도 850명이 응답했는데 ‘공약 실천이 가능하다’는 22%였고, ‘실천 불가능하다’가 78%였다. 따라서 리셋 코리아는 81만 개가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 정밀한 검토부터 하라고 제안했다. 경제분과장인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수치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분야별 공무원 수요부터 차분하게 파악해 규모를 조정하라”고 말했다. 조성욱 서울대 교수는 “선진국과 비교해 국민 서비스 수준과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문을 늘려야 한다”며 “인건비 증가와 연금까지 포함해 장기적인 재정 부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건비·연금 등 재정 부담 대응책 필요” 소방·사회복지·경찰 등 국민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 1151명을 채용해 한 달 뒤 시내 283개 동 주민센터에 긴급 배치했다. 이 덕분에 동별 2~3명에 불과했던 사회복지담당자가 7~8명으로 늘어났지만 복지 담당 공무원의 일은 여전히 많다. 경찰도 파출소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려도 제압이 어려울 만큼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462명으로 독일 320명, 미국 401명에 비해 많다. 소방 역시 불만 끄는 시대가 아니라 모든 재난·재해 현장에서의 인명 구조와 응급환자 구급 업무, 피해 복구 지원까지 영역이 확장되면서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근로감독관도 부족하다. 지난해 임금 체불 규모는 1조4286억원으로 5년 전보다 31%나 증가했지만 근로감독관 부족으로 사업장 감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당의 경제정책을 총괄해 온 윤호중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하고 ▶공공 일자리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1.8%에 달하지만 한국은 7.6%에 그쳐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20대 청년의 심각한 실업을 고려해 공공 일자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 일자리 비율을 3%포인트만 끌어올려 OECD의 절반 수준만 되면 실업이 크게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고용 창출 핵심은 민간, 창업 지원 강화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는 “숫자 달성에 집착하면 실제로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일자리가 아니라 행정적 편의를 위한 일자리 확대가 되면서 재정만 낭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 때도 고용률 70%를 내세웠으나 정교한 일자리 수급을 파악하지 않아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공공부문은 고용 창출의 핵심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공약의 또 다른 축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고, 신생 기업의 열기가 가득한 창업국가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고려대 교수는 “민간부문의 근로시간 단축은 어느 정도 실효성이 기대된다”고 봤다.  결국 공공 일자리는 실업대란을 완화하는 완충재로만 활용하고 지속적인 부가가치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일자리 증대가 고용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 리셋 코리아 경제분과의 제안이다. 강영재 KSP 공동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 때도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발전을 충분히 고려해 공공부문 서비스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은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호 논설위원 이영민 인턴기자 dongho@joongang.co.kr

    2017.05.17 01:55

  • [시론] 시민 참여 개헌으로 대한민국 재설계해야

    [시론] 시민 참여 개헌으로 대한민국 재설계해야

    김선택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월 10일 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부터 진행된 촛불혁명은 국정을 농단한 정부를 교체한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촛불을 들었던 주권자들은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헌정체제도 수술할 것을 바라고 있다. 구체제를 비정상적으로 왜곡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체제 를 건강한 민주주의로 혁신하기 위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헌정사를 돌아보면 헌정체제를 일신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1960년 4·19혁명과 87년 6·10항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4·19혁명 때는 ‘선 개헌 후 총선’ 구호 아래 종전 집권세력이 다수 포함된 국회 주도로 12일 만에 개헌안이 만들어졌다. 6·10항쟁 때는 집권세력과 민주화세력을 대표한 여야 8인 정치회담에서의 타협으로 1개월 남짓한 단기간에 개헌안이 성안됐다. 4·19혁명의 주역인 학생들도, 6·10항쟁의 주역인 시민들도 개헌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국민은 혁명 과정에서 많은 희생을 감수했으나 혁명의 결실인 헌법은 종전 집권세력이나 새 집권세력의 전리품이 됐다. 대선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4·19혁명과 6·10항쟁이 미완으로 끝났으나 촛불혁명은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한 사람 바꾸는 것으로 촛불혁명이 완성될 수 없다고도 했다.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한 그의 대통령 당선은 국민에게 이번만큼은 우리나라의 만년대계를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해 줬다. 이번만큼은 혁명 주역인 국민 주도하에 헌법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그렇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국민은 새 정부를 지켜볼 것이다. 현행 헌법은 헌법을 제정하는 것도, 개정하는 것도 국민의 권력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 또는 대통령에게만 발의권을 주고, 국회 의결을 거친 후의 헌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표결권만을 국민에게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헌법 개정 권력의 보유자인 국민이 헌법 개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느냐다. 완성된 헌법 개정안에 참여하지 못한 채 찬반만 결정하는 고무도장으로 국민을 전락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헌법 개정안을 국민 주도로 만들 수는 없을까. 아이슬란드 국민은 2008년 금융위기가 정치권의 모럴 해저드 때문이라 보고 도덕적 혁신을 위해 헌법의 기본 가치부터 새롭게 정립하는 헌법 개정을 요구했다. 2009년 집권한 새 정부는 헌법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로서 헌법심의회(Constitutional Council)를 전원 비정치권 인사 25인으로 구성했다. 이 심의회가 주축이 된 헌법 개정 심의 과정은 웹사이트와 함께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민들과 공유됐고, 시민들은 댓글·트위터·e메일·우편 등으로 토론에 참여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아이슬란드의 개헌 과정은 인터넷과 SNS를 활용한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헌법 개정안을 작성한 최초의 사례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한 정보기술(IT) 강국이며 인터넷이 전 국민에게 보급돼 있다. 헌법 개정을 국민 주도로 진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기반이 확보돼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헌법 개정을 리드할 기구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이미 ‘국민 중심의 개헌 원칙’ 아래 정부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특위 산하에 국민의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국민 참여 개헌논의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이 공약이 실천에 옮겨지기만 한다면 오프라인 플랫폼의 구축도 문제없을 것이다. 개헌특위와 국민개헌기구를 중심으로 하고 온라인·오프라인을 활용하여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 그 의사에 따라 개헌이 추진될 것으로 국민은 믿고 있다. 민주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헌 논쟁이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다. 대부분 당시 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소모적인 논쟁이었다. 역대 국회에서도 의장 직속으로 개헌특위가 설치되곤 했는데 대부분 단기간에 개헌 쟁점을 스크린하는 데 그쳤다는 인상을 준다. 현재도 국회에 개헌특위가 설치돼 활동 중인데 정치권이 중심이 되고 국민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모양새다. 개헌특위 위원 전원이 국회의원이고 자문기구도 그 성격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정치권 중심의 개헌 논의는 매번 통치 구조니, 정부 형태니 하면서 정치권의 권력게임 룰에만 집중해 왔다. 대한민국이 미래지향적으로 추구해야 할 헌법적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우선 결정하고, 다음으로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영역에서 필요한 사항들을 검토한 후, 마지막으로 권력 구조 문제를 따져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번 정치권에서는 역순으로 일을 하거나 권력 구조 외에는 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만 개헌 문제를 맡겨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촛불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국민이 자신과 나라의 미래를 동일시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일에 나설 수 있도록 기구를 정비하고 절차를 만들고 실제로 가동시키는 일이 시작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촛불혁명을 완성할 도구로 써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국민은 그를 선택했다. 이제 그가 답할 차례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5.15 02:59

  • [시론] 취임 50일이 대통령의 경제 성공 좌우한다

    [시론] 취임 50일이 대통령의 경제 성공 좌우한다

    김우철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국회예산정책처 심의관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되신 것을 미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5000만 국민의 운명을 양 어깨에 걸머진 중압감보다 무거운 것은 없습니다. 강철 같은 의지의 정치인이라도 감당하긴 쉽지 않을 것이니 힘내시기 바랍니다. 취임 초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은 향후 5년의 성공을 좌우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50일 안에 경제정책 운용의 큰 방향과 틀을 정하고 이를 실현할 추진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경제정책의 청사진 마련에 도움이 될 조언을 드립니다. 우선 200개 안팎의 공약을 20개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 조기 대선의 광풍 속에서 숨 가쁘게 만들어진 정책들을 임기 중에 그대로 가져가선 안 됩니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과제들은 대통령의 선택과 집중을 방해하고 리더십을 약화시킬 뿐입니다. 노회한 관료 집단이 부처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가장할 수 있는 장치로도 이용되기 쉽습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공약들을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전문가들로 하여금 50일 안에 공약들의 실효성을 재평가해 취사선택하게 한 후 이를 현실에 맞도록 다시 재단하시길 바랍니다. 표현의 차이는 있겠으나 새 정부의 국정과제들은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혁신, 조세·재정 개혁을 통한 복지 확립, 그리고 노동·규제 개혁을 포함한 경제구조 개혁으로 압축되기를 기대합니다. 청년 일자리 만들기와 중소기업 혁신생태계 조성은 국정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꼭 들어가야 합니다. 고용과 중소기업 문제는 사실 한 가지입니다. 현재의 청년실업 문제는 지속적인 부가가치 생산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부문을 혁신해야만 해결 가능합니다. 재정과 세제로 단순 지원하는 과거 방식은 잊어야 합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혁신 인력을 직접 선발해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기술과 신상품의 연구개발이나 디자인,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인재를 정부가 뽑아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비상한 대책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간 인력만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가 인적자원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주도적으로 양성해 혁신중소기업에서 일하도록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단기적 해법 차원에서 산업혁신공사를 설립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역량을 갖춘 인력들을 공사 직원으로 선발하고 중소기업에 채용되도록 하는 정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에게 공사 직원에 준하는 기본 연봉과 연금을 보장해주고, 중소기업은 자사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를 평가해 성과수당을 제공하는 민간·공사형 일자리 창출 방안을 검토할 만합니다. 국정과제 도출 과정에서 복지정책들이 대폭 정비돼야 합니다. 노인 빈곤 가구 위주의 기초생계보장 확대와 아동 보육 지원을 위한 재정 비용은 감수하더라도 나머지 복지공약에 대해서는 인색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건강보험과 장기노인요양 확대는 보험료 수입 확충에 따라 인내를 갖고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지혜가 필수적입니다. 공공임대주택 건설도 긴급한 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당장 국민연금에 손을 대기보다는 먼저 저금리 시대의 대규모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묘안을 전문가들이 모여 궁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복지정책의 관건은 중장기적 시계하에서 재원 확보를 포함하는 현실적 재정운용계획을 설계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서 우리나라는 사실 멕시코·칠레와 더불어 최저부담-최저복지 국가에 속합니다. 향후 10년 이내에 이를 영국과 일본 수준의 저부담-저복지로 이행한 후 20년 이내에 독일과 네덜란드 수준의 중부담-중복지 국가를 달성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계획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대통령과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복지와 조세정책은 실현 가능성과 지속성이 없습니다. 삼권 분립과 견제로 정치적 긴장관계가 높은 대통령제 국가들이 최저부담-최저복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노동 개혁과 규제 개혁과 같은 경제구조 개혁도 대통령 일방주의는 사회적 대립을 불러올 뿐입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포함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소, 서비스업의 규제 완화,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 등에 대한 해법들은 우리 사회에 내재하는 대립적 이념에 의해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외쳤던 사회적 대타협과 국민적 합의를 노동·규제·조세·재정 개혁에서부터 이뤄내지 못하면 대통령께서 어렵게 키를 잡은 대한민국호는 5년간 다시 표류하고 말 것입니다.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안이 도출되도록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 정당이 추천하는 다수의 전문적 인사들이 경제개혁공동위원회나 별도의 재정협치기구에서 정책 수립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복지와 조세부담의 중장기적 목표에 대한 합의와 경제구조 개혁의 실현 가능한 타협안을 도출해낸다면 당신께서는 분명 역사가 평가해줄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국회예산정책처 심의관

    2017.05.08 02:35

  • [리셋 코리아] ‘소통령’‘미세먼지 감축’ 주요 후보 5명 모두 “반드시 시행”

    [리셋 코리아] ‘소통령’‘미세먼지 감축’ 주요 후보 5명 모두 “반드시 시행”

     ━ 국가 개혁 어젠다 15개 평가  리셋 코리아 어젠다, 문 14개 홍 10개 안 15개 공감주요 대선후보들이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어젠다에 대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차기 정부의 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리셋 코리아가 3월 20일부터 지난 6일까지 중앙일보에 보도한 15개 주요 어젠다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14개, 홍준표 후보는 10개, 안철수 후보는 15개를 공감한다고 밝혔다. 5당의 주요 대선후보들은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가 올해 3월 20일부터 지난 6일까지 15차례 보도한 주요 어젠다에 대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후보들은 지난 2월 8일부터 3월 14일까지 13차례 보도한 리셋 코리아 어젠다 38개에 대해서도 동참을 천명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주요 대선후보 진영에 리셋 코리아의 주요 어젠다 15개에 대한 입장을 물어 답변을 받았다. 그 결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5개 주요 어젠다에 대해 모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5개 어젠다 중 ‘군 PX·취사 등은 민간 아웃소싱하고 현역병은 전투 임무에 집중하자’(4월 13일자 14면)을 제외한 14개에 대해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각각 12개의 어젠다에 대해 긍정 평가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0개의 어젠다에 대해 시행할 뜻을 밝혔다.  ‘야당 의원들과 자주 만나고 토론하는 소통령(소통하는 대통령) 뽑자’(4월 19일자 12면)는 어젠다에 대해 문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고 대통령의 일과 24시간을 공개하며 책임 총리와 책임 장관제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한 달에 두 번꼴로 하고, 인터뷰도 600회 넘게 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수준으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리셋 코리아가 제안한 청와대 비서실 축소와 민정수석실 폐지도 그대로 수용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 비서동으로 옮기고 회의에 행정관급까지 참여시키는 한편 야당과의 회동을 정례화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 후보는 “분기별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사전 각본 없는 ‘프리토킹’식 기자회견을 하고 정무장관을 부활하면서 그 자리에 제1야당 인사를 앉혀 국회와의 대화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유 후보도 “자주 언론과 만나고 현장을 방문해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매주 1회 대통령 브리핑과 정부기관 정보 공개를 보장하고 연간 200억원이 넘는 청와대 특수활동비는 즉각 폐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외교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리셋 코리아 제안에도 모든 후보가 공감했다. 문 후보는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제시했고, 안 후보는 ‘주변 4강과 21세기 파트너십 주도’를 다짐했다. 유 후보는 ‘유럽·동남아와의 유대 강화’를, 심 후보는 ‘6자회담 등 다자 협력 확대’를 제시했다. 북핵에 대해선 문·안 후보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 또는 순차 추진’ 방식의 해법을 제시했다. 반면 홍 후보는 “돈으로 평화를 거래하는 행태가 아니라 힘에 의한 평화가 필요하다”며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억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유 후보도 전술핵 재배치와 함께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개성공단 재개와 5·24 조치 해제를 통한 남북관계 진전’을 주장했다.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증세를 하는 대신 불로소득 과세와 기업 비과세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어젠다에 대해선 문·안 후보가 원론적 공감을 표시했다. 문 후보는 낭비성·권력예산 삭감과 상속증여세·자본이득세 인상 등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기업·고소득자에게 집중된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11조원 넘는 추가 재원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홍 후보는 “복지는 기업의 기를 살려 성장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보편적 복지’ 대신 ‘서민 복지’가 필요하다”고 각을 세웠다. 하지만 각론에선 불로소득 과세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다짐해 리셋 코리아와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유·심 후보는 “지금의 한국은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하고 그러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는 조세부담률을 현행 19%에서 21.5%까지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금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종업원 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어젠다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문 후보는 특별법을 제정해 종업원 대표제를 강화하고 성과공유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 10만 명에게 2년간 매달 50만원을 지원해 대기업 초임의 80%선을 보장하겠다”고 제시했다. 유 후보는 비정규직 사용총량제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다짐했다. 심 후보는 초과이익공유제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약속했다. ‘2030년까지 미세먼지 기준치 초과지역 제로화’ 어젠다엔 후보 전원이 전폭 지지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대통령 직속으로 미세먼지 특별기구를 설치해 직접 챙기겠다고 공약했다. 미세먼지를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격상시킬 방침임도 밝혔다. 홍 후보는 “미세먼지 규제기준을 현행 1㎥당 50㎍에서 20㎍ 이하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리셋 코리아 어젠다에 대해 긍정 평가하며 어젠다들이 차기 정부의 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리셋 코리아의 15개 분과위원들은 논의를 통해 각 분야에서 한국 사회의 변혁을 위해 시급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어젠다로 선정했다. 리셋 코리아는 37명의 운영위원과 120명의 분과위원, 16명의 본지 논설위원·선임기자로 구성돼 있다.  강찬호 논설위원 stoncold@joongang.co.kr

    2017.05.08 01:59

  • [리셋 코리아] 노동부 “종업원 대표제 등 4차산업혁명 성공 위해 필요”

    “환경부도 미세먼지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해 관련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하반기에 완료되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을 거쳐 환경기준 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이민호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이 실장은 리셋 코리아의 ‘2030년까지 미세먼지·소음 등 환경기준치 초과 지역 제로화’(4월 26일자 10면)와 관련 “환경보건 정책은 다양한 건강 위해 요소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부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15개 분과가 올 3월 20일부터 지난 6일까지 15회에 걸쳐 보도한 어젠다에 대해 정부 부처와 전문가·시민들은 “대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잘 짚어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보국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비정규직도 목소리 내게 종업원 대표제 도입하자’(4월 18일자 12면)에 대해 “노동시장 내부의 문제와 진단이 기사에 잘 녹아 있다”며 “(리셋 코리아 고용분과) 위원들이 제시한 과제 목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생각한다. 차별 해소 없이 한국이 재창조될 수 없다는 공감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리셋 코리아의 ‘미·중 편중외교 탈피, 러시아·호주·동남아와 네트워크 외교를’(4월 6일자 21면)에 대해 “당연히 국익 확대를 위해서는 외교 다변화가 필수”라며 “정부도 이 같은 인식하에 믹타(MIKTA,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가 참여하는 중견국협의체) 등 소다자 외교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고 동시에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주요국들과의 전략적 유대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외교의 상황에서 네트워크 외교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호원 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18세 이하 입원진료비, 나라에서 95% 보장을’(4월 3일자 14면)에 대해 “미혼모 같은 다양한 가족을 포용해야 한다는 걸 잘 지적했고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혼모 아이를 기초수급자로 보호해 18세까지 안전하게 자라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18세 이하 아동 진료비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주거 등의 다른 분야 지원도 늘려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게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셋 코리아의 ‘해외 첨단인력 끌어들이게 기술창업비자 벽 허물자’(3월 31일자 14면)와 관련, 강준하 산업부 통상정책심의관은 “미래 산업 육성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성장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와 이것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공감했다. 김태훈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관은 ‘DMZ, 5·18 아픈 역사’ 블랙 투어리즘 ‘관광자원으로’(4월 28일자 12면)에 대해 “맞는 제안이다. 중국인 단체 중심의 국내 관광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정부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내 관광 활성화가 현재 관광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영우 여행박사 이사는 “국내 여행사는 지금까지 해외 관광 중심이었는데 최근 한계를 실감해 왔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국내 관광 콘텐트를 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재난·안전·일자리 등 생활 밀착 업무, 지자체로 빨리 넘기자’(5월 2일자 8면)에 대해 이인재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지방자치발전기획단장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절히 잘 다루었다”며 “국가사무의 신속한 지방 이양을 위해서는 일괄이양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증세에 앞서 포퓰리즘 비과세·감면부터 폐지하자’(3월 20일자 10면)에 대해 “리셋 코리아가 제시한 대로 비과세·감면을 먼저 해소하고 세율 인상을 고려하는 게 타당하다”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낮추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등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주요 대선후보들이 증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복지를 확대하려면 비과세·감면 폐지를 비롯한 재정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리셋 코리아의 논의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2017.05.08 01:28

  • [리셋 코리아] 북한 상황 예측 곤란, 난민사태 대비할 ‘통일도시’ 준비 필요

    [리셋 코리아] 북한 상황 예측 곤란, 난민사태 대비할 ‘통일도시’ 준비 필요

    통일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의 오랜 염원이기는 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칠 경우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장밋빛 주장을 펼치지만 북한의 도발 위협과 호전적 태도를 떠올리면 통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두려움과 위기감이 밀어닥친다.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체제에 급작스러운 변화가 닥친다면 우리 사회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김정은 체제 특유의 권력구조는 내부 정치 혼란에 취약하다. 급변사태로 통칭되는 북한 내 정정 혼란은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 정치탄압 등으로 이어져 대규모 인구이동을 촉발시킬 공산이 크다. 중국 당국이 북한으로부터의 대규모 난민 유입을 우려해 군사적 대응 조치를 주기적으로 훈련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여야 + 시민 '통일위원회' 만들어 중장기 대북전략 짜자 [리셋 코리아] “통일부총리 부활 등 부처 위상 강화해야” 우리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북한 내 위기상황에 대한 동포애적 인도주의 조치가 필요한 데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조건 때문에 북한 주민의 유입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 주민의 대규모 이동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임시 주거단지 조성 계획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지적도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다. 대량 난민 사태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건설 계획, 즉 ‘통일도시’의 건설이 고려돼야 한다. 이 계획은 탈북 난민에 대해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통일도시는 70년간 심화된 남북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탈북 주민들에게는 중간지대의 낯설지 않은 환경에서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자연스럽게 배워나갈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이 같은 통일도시가 개성공단과 같은 산업시설과 연계될 수만 있다면 도시의 경제적 자립은 보다 쉬워질 수 있다. 이는 주거·교육·문화·경제·의료·행정 등의 도시기능을 고루 갖춘 자립형 도시가 되는 것이며, 또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통일의 상징적인 도시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군사·안보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대응책을 세워나간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준비된 통일’을 축복 속에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석 한국건설관리학회 한반도통일건설산업위원장·애드건축 대표

    2017.05.06 01:00

  • [리셋 코리아] 여야 + 시민 ‘통일위원회’ 만들어 중장기 대북전략 짜자

    [리셋 코리아] 여야 + 시민 ‘통일위원회’ 만들어 중장기 대북전략 짜자

     ━ 대북정책 협치 제도화 해야   4월 위기설은 넘겼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긴장 파고는 가라앉지 못하는 형국이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보다는 산적한 국정 현안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통일·안보와 대북정책은 그 중심에 있다.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비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새로운 대북 접근 청사진을 둘러싼 갈등이 오는 10일 당선증을 받아들 새 대통령과 정부가 맞닥뜨려야 할 난제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통일분과는 지난 3월 “보수와 진보가 함께,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질 대북정책을 만들자”는 제언을 내놓았다. 상호 인정과 상시 대화, 상생(相生) 인도 지원 등 ‘3상체제’를 가동해 새 정부가 남북 대치 국면을 뚫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후 11명의 통일분과 위원들은 추가적인 논의와 수렴 과정을 거쳐 차기 정부의 대북 접근과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냈다. 김병연(서울대 교수) 분과장은 “통일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민간이 맡아야 할 부분도 있다”며 “민관(民官)이 함께하는 정책, 참여형 시민으로서의 역할 등에 논의의 주안점이 두어졌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북한 상황 예측 곤란, 난민사태 대비할 '통일도시' 준비 필요 [리셋 코리아] “통일부총리 부활 등 부처 위상 강화해야” 분과 위원들은 우선 통일·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치(協治)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진보와 보수, 여와 야의 양보와 조화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박영호(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원대 교수는 “현란한 공약을 해도 정권을 잡으면 결국 ‘자기주도식 정치’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당선자는 가칭 ‘통일위원회’ 같은 성격의 협의 기구를 운영하겠다는 구체적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통일위원회가 중장기적 대북 전략 기조를 계획하고 남북 교류 지원책을 짜면 된다”고 말했다. 통일위원회는 여야·시민사회 등을 포함한 7~9인의 인사로 구성되는 기구로, 리셋 코리아 통일분과가 구체적으로 내용을 가다듬고 있는 모델이다.   교류 협력 승인 권한, 민간에 이양 필요   유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통일위원회가 임의적 기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통일부와의 관계 등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자문위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태용 연세대 교수는 “지금껏 통일은 정부 주도였고, 통일부가 시민 단체를 지원하는 구조였다”며 “시민 참여든 민간 주도든 지금껏 정부가 했던 구도와는 다른 형태를 시험해보자”고 주장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당장 5월 이후가 되면 민간에서 방북 신청 등 다양한 제안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며 “어디까지 허용해줄지 분명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고, 기존 교류 협력을 평가·반성할 때 중요하게 부각되는 게 민관 분리”라고 강조했다.   분과위원들은 북한과의 경협이나 교류·지원에서 금지 항목만을 지정하고 나머지는 포괄적으로 허용해주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핵심은 1990년대 만들어진 남북교류협력법을 바꾸는 것”이라며 “규제 중심의 법을 고치면 민간 책임감이 그만큼 커지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유욱 변호사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건 유엔 제재나 남남갈등 유발 등의 문제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란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교류 협력 승인 권한은 민간 이양 등의 방식으로 줄여나가면서도 통일부의 위상은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분과위원들은 무게를 실었다. 박영호 교수는 “통일부총리가 힘을 갖고 정책전략을 만드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69년 국토통일원으로 출범한 통일부는 노태우 정부 때인 90년 12월부터 김영삼 정부 집권시기까지 부총리 체제였으나,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인 98년 3월 장관급 부서로 바뀌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5일 “실세 통일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수장(首長)을 맡아 외교부와 국방부 등 부처 이견을 조율하던 시기에 대북정책 추진이 균형감 있게 이뤄졌다는 평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이영종(통일전문기자) 소장, 고수석 연구위원, 정영교 연구원, 이경주·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lee.youngjong@joongang.co.kr

    2017.05.06 01:00

  • [리셋 코리아] “통일부총리 부활 등 부처 위상 강화해야”

    [리셋 코리아] “통일부총리 부활 등 부처 위상 강화해야”

    통일연구원(원장 손기웅·사진)이 지속 가능한 통일·대북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통일부의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새로 출범할 정부에서는 이전보다 전향적인 대북 협력·지원이 모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대표 발제를 맡은 이규창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의 통일 준비 이행 상황을 전반적으로 감독·평가하기 위한 통일 업무 평가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통일부총리 제도의 부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의 통일 관련 정책보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통일수석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통일연구원은 제시했다. 북핵 위기 등에 대응해 기존의 외교와 군사·안보적 해결 노력과 함께 북한의 변화와 통일을 접목시키는 방안의 강구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여야 + 시민 '통일위원회' 만들어 중장기 대북전략 짜자 [리셋 코리아] 북한 상황 예측 곤란, 난민사태 대비할 '통일도시' 준비 필요  통일연구원은 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통일정책심의위원회 구성이 검토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남북 교류협력과 통일 교육, 북한 인권 등 분야별 통일 업무를 총괄하고 변화무쌍한 통일 환경에 대처하려면 ‘통일추진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고, 그 추진 기구로 통일정책심의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구의 위원장은 총리가, 부위원장은 통일부총리가 맡는 아이디어도 가능하다는 게 통일연구원의 설명이다. 남북교류협력 재개 방안과 관련해 연구원 측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현금이 제공되는 교류협력은 지양하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예외조항(인도적 목적 등)을 활용한 우회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기웅 원장은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할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어떤 대선후보, 어떤 성향의 유권자도 공감할 수 있는 통일·대북 정책의 기본틀을 제시하려는 취지에서 이번 정책 제언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이영종(통일전문기자) 소장, 고수석 연구위원, 정영교 연구원, 이경주·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lee.youngjong@joongang.co.kr 

    2017.05.06 01:00

  • [리셋 코리아] 561조 국민연금 기금, 공사로 분리해 독립 운용하자

    [리셋 코리아] 561조 국민연금 기금, 공사로 분리해 독립 운용하자

     ━ 국민연금, 정부 간섭 줄여야  국민연금기금 독립 운용해야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은 높은 수익을 목표로 돈을 굴리는 게 정도다. 그러나 주요 대선후보는 국민연금을 정책의 도구로 활용하고 싶어한다. 리셋 코리아 기업지배구조분과는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려면 연금운용공사를 설립해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561조원의 자산으로 세계 3 대 투자자가 된 국민연금이 잘 운용돼야 국민의 미래가 보장된다.   지난달 중순까지 경제부처와 금융권, 조선업계의 눈길은 온통 국민연금에 쏠려 있었다.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조건으로 채권 보유자들에게 ‘절반 출자 전환, 절반 3년 유예 수용’을 요구했다. 그러지 않으면 일종의 법정관리인 P플랜에 돌입하겠다는 압박도 했다. 요구를 받아들이면 국민연금은 채권 3800억원의 3분의 2인 2600억원을 날린다. 그렇다고 거부하면 자칫 90%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장고를 거듭하다 출자 전환에 동의했다. 대우조선도 일단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국민연금, 민간에 투자 위탁 땐 의결권까지 맡길 필요  진통은 있었지만 과정은 정상이었다.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침묵했다.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국민연금을 압박한 흔적도 없다. 하지만 이번 일로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됐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이례적인 상황이 낳은 이례적인 과정이었을 뿐이다. 지금은 누군가 총대를 메고 노골적으로 간섭하기 어려운 대통령 부재 상태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던 일로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맞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국민연금의 자체 결정이 가능했을까. 외부 전문가와 국민연금 관계자들 모두 고개를 가로젓는다. 청와대에서 실무자에 이르는 층층시하의 간섭 구조, 국민의 노후자금을 정부의 쌈짓돈으로 취급하는 현실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세계 3대 투자자, 삼성전자 최대 주주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기업지배구조분과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구조적으로 보장할 방안이 절실하다’고 결론 내렸다. ‘삼성 합병’과 같은 정치적 후유증만을 우려해서가 아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다. 적립액이 늘고 있는 지금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지 않으면 고갈 시점이 빨라지게 된다.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면 최선의 투자가 필수다. 수익률이라는 시장의 관점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기업 투자 때도 이런 원칙을 지키면 기업지배구조 개선도 자연스레 촉진된다.   국민연금엔 지난 1월 말 현재 561조원이 쌓여 있다. 이미 세계 3대 투자자다. 삼성전자 등 국내 상당수 대기업의 1대 주주이기도 하다. 총수 개인 지분보다 보유 주식이 훨씬 많다. 5년 뒤 1000조원, 2043년 2500조원으로 덩치가 불어나면 그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투자의 효율성에 국민의 노후와 투자 대상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운영 방식엔 허점이 너무 많다. 효율적인 투자를 위한 자율성은 적고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정부 간섭이 너무 많아서다. 제도와 관행 모두 그렇다. 법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관리·운영권은 복지부 장관이 갖고 있다.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 전반을 관리한다. 국민연금도 이사회를 두고 있고 그 아래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대대로 정치권과 전직 장관들이 맡아왔다.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층층시하로 간섭을 받는 지금의 구조로는 거액의 기금을 효율적으로 굴리거나 제대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도 국민연금에 눈독을 들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국민안심채권’을 국민연금이 매입한 후 그 재원으로 어린이집·임대주택 등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청년공공임대주택채권’에 투자해 차기 정부 5년간 청년들에게 25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기금 운용을 전담하는 국민연금운용공사를 분리하자는 주장이다. 남는 국민연금공단은 가입자 관리와 수납·지급 업무를 맡는다. 펀드 판매와 환매를 증권사가 맡고 운용은 자산운용사가 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이러면 투자에 필요한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 실패나 정치적 외압의 책임을 묻기도 쉬워진다.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복지부 산하 보건사회연구원도 지난해 국민연금 분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 측 안엔 큰 문제가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은 조직만 분리한다고 확보되는 게 아니다. 투자 전문가들이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복지부 안은 또 다른 층층시하 구조다. 지금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사실상 독립기관으로 만들어 복지부와 기금운용공사 사이에 두자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상설 사무국과 분야별 소위까지 두고 기금운용공사의 업무를 세세하게 통제할 수 있다. 공사 이사회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복과 비효율도 그대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복지부 안은 지금의 국민연금처럼 정부와 이익단체가 담합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얘기와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를 피할 대안은 전문가로 구성하는 기금운용위를 공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통합하는 것이다. 또 운용위를 투자 전문가들로 채워야 한다. 지금처럼 위원을 주요 부처 차관과 경제단체 및 양대 노총의 부위원장들이 맡아선 전문성이 확보되기 어렵다. 자율적인 투자를 보장하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연금의 가입자 대표성은 위원 추천권을 노사정에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 운영은 복지 시스템이지만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건 철저히 시장의 영역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이나 개별 부처의 개입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이사장이나 공사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되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일 계기가 된다. 독립된 공사는 지금의 준정부기관이 아닌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보수·예산 등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공사 사장, ‘낙하산 인사’ 막게 청문회 해야 다만 투자 실패와 배임 행위에 대한 책임은 지금보다 엄히 물어야 한다. 운용위원회나 관련 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법을 위반해 손해를 입히면 강력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자는 얘기다. 복지부 장관뿐 아니라 일정 수 이상의 가입자에게 청구권을 부여해 국민에 의한 직접 견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대기업에 이런저런 규제를 새로 부과하는 것보다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투자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지배구조 개선에 훨씬 효율적”이라며 “국민연금이 일정 규모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면 곧바로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투명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현철 논설위원 tigerace@joongang.co.kr

    2017.05.03 01:00

  • [리셋 코리아] 국민연금, 민간에 투자 위탁 땐 의결권까지 맡길 필요

    [리셋 코리아] 국민연금, 민간에 투자 위탁 땐 의결권까지 맡길 필요

    기업 경영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연금 규모와 주식 투자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285개에 달한다. 5년 전과 견줘 64개(28.96%) 늘었다. 이 중 지분율이 10% 이상인 곳도 76개에 달한다. 10대 그룹만 봐도 상장사 10곳 중 7곳의 국민연금 지분율이 5%를 넘는다. 이미 국민연금의 찬반에 따라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좌우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재계에서 “국민연금 투자가 자칫 연금사회주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기우에 가깝다. 대기업 총수 개인의 지분이 적더라도 계열사가 출자한 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합하면 국민연금 지분을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앞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적립액이 급속히 증가하고 현재 18.4%인 국내 증시 투자 비중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고 해외 투자나 채권 투자를 크게 늘리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561조 국민연금 기금, 공사로 분리해 독립 운용하자  이를 피할 대안은 ‘신탁형 외부 위탁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증시 투자자금의 절반을 기금운용본부를 통해 직접 운용한다. 나머지 절반은 자산운용사 등 외부 기관투자가에 일임 투자 방식으로 맡기고 있다. 알아서 투자하도록 하되 사후 수익률을 평가해 운용사를 교체한다. 하지만 의결권은 여전히 국민연금의 몫이다. 누가 자금을 굴리든 결정적일 때 기업과 시장이 바라보는 건 국민연금이 될 수밖에 없다. ‘신탁형 투자’는 의결권까지 아예 운용사에 맡기는 것이다. 일본 연기금들이 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연기금 역시 일임·자문 등 투자 형식과 상관없이 운용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다. 이러면 외부에 위탁하는 비율만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부담이 덜어진다. 보다 합리적인 투자도 가능해진다. 돈을 맡긴 국민연금보다 운용사가 투자 회사를 더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신탁형 투자는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자연스레 없애면서 국민연금과 운용사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일임 투자 때 의결권까지 맡길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현철 논설위원

    2017.05.03 01:00

  • [리셋 코리아] “지방분권 강화하겠다” 대선후보들 한목소리

    [리셋 코리아] “지방분권 강화하겠다” 대선후보들 한목소리

     ━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대선에 출마한 주요 5당 후보들은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며 10대 공약과 정책공약집을 통해 지방분권 공약을 발표했다. 주요 후보가 모두 지방분권을 공약한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앙 권한 지방 이양 및 자치 역량 강화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 등을 담았다. 문 후보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재난·안전·일자리 … 생활밀착 업무, 지자체로 빨리 넘기자 [리셋 코리아] 오염사고 나도 감독권 없고, 청년수당도 정부서 막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세종시 행정수도 지정 ▶중앙·광역·기초 3단계 구조를 중앙·지방 2단계로 변경 ▶국가 사무 10% 이상 지방 이양 등의 공약을 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헌법에 ‘지방정부’를 명시하고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세와 지방세 불균형 개선, 교부세 제도 개선을 통해 지방정부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지방분권형 개헌안’을 발의,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방의회 인사·재정 독립과 단체장의 관권선거 적발 시 가중처벌도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자치조직권·입법권 강화, 국가 사무 이양, 광역·기초 단위 자치경찰제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를 통한 국가 균형발전 심의 의결 등도 추진키로 했다. 특별취재팀=염태정·신진호·최모란 기자, 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yonnie@joongang.co.kr

    2017.05.02 01:46

  • [리셋 코리아] 재난·안전·일자리 … 생활밀착 업무, 지자체로 빨리 넘기자

    [리셋 코리아] 재난·안전·일자리 … 생활밀착 업무, 지자체로 빨리 넘기자

     ━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난달 말 지방분권 실현을 촉구하는 충북도의회 의원들. [사진 충북도의회]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지방자치분과 위원들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선 중앙정부에 편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경쟁력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력 대선후보들의 자치 발전, 지방분권 공약은 추상적이거나 다른 개발·복지공약보다 후순위다. 위원들은 대선후보들의 지방자치 인식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위원들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분권형 개헌, 행정체제 개편과 연계한 지방 재정자립도 향상, 생활밀착형 국가 사무의 신속한 지방 이양, 국회의 적극적 역할을 제안했다. 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장인 권경석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정책자문위원장은 “지금 우리의 지방자치는 집행의 주체가 아닌 중앙의 위임을 받아 처리하는 수단에 불과한 허울뿐인 자치”라며 “이를 실질적 자치로 바꿔야 주민 생활이 편리해지고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만6000개의 행정 사무 중 지방의 자치 사무는 27%인 1만2400개에 불과하다”며 “생활밀착형 사무를 신속히 이양해 지방 사무 비중을 40% 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분권형 개헌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헌법의 지방자치 규정이 미흡하고 자치입법권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준현(지방자치법학회장)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에 ‘법령의 범위 안에서’(117조) 조례 제정 등 자치입법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며 “시행령을 빼서 법령이 아니라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지방분권 강화하겠다” 대선후보들 한목소리 [리셋 코리아] 오염사고 나도 감독권 없고, 청년수당도 정부서 막아  지방세 비중 무조건 높이는 건 신중해야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2009년 53.6%에서 2015년 50.6%로 낮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세금의 지방세 비율은 20% 정도다. 지방세 비중이 40%가 넘는 미국·독일·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지방세 비중을 무조건 높이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위원들은 지적했다. 이성근 영남대 지역·복지행정학과 교수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대 2 정도인데 지출은 중앙이 40%, 지방이 60%”라며 “지자체들의 자체적인 재원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합리적 수준의 배분은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다. 지방세 비중 확대가 빈익빈부익부라는 부작용을 만들 수도 있어서다. 서울 강남구 등 부자 동네는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지만 가난한 지역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 임승빈(지방자치학회장)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획일화된 행정·조세체계보단 지역 특성에 따른 자유로운 행정 권한을 주면 자연스럽게 메트로폴리스(거대도시) 중심의 행정구역 개편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도 이에 맞춰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정부가 인구·지역 특성 등을 반영하지 않고 지자체들에 똑같은 조건을 적용하면서 지역의 자율·창의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수원시는 125만 인구가 사는 대도시지만 경기도 산하 기초자치단체라는 이유로 117만 인구의 울산광역시보다 국회의원은 물론 공무원 수도 절반이다. 재난이나 안전·교육 등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까지 중앙정부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난 문제도 안전 컨트롤타워가 중앙에만 존재할 뿐 피해를 본 지역과는 제대로 연계돼 있지 않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 생활밀착형 업무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국회와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생활밀착형 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기 위한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은 2004년부터 구체화됐지만 지지부진하다. 권영주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역대 정부마다 지방자치를 강화하겠다며 각종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권력이 중앙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정부의 의지도 약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신윤창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헌법엔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을 법으로 위임한다고 하는데 관련 법을 만들어 주지 않으니 지방자치단체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는 사실상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염태정·신진호·최모란 기자, 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yonnie@joongang.co.kr

    2017.05.02 01:44

  • [리셋 코리아] 오염사고 나도 감독권 없고, 청년수당도 정부서 막아

    지난해 6월 4일 충남 금산군 군북면의 반도체용 화학제품 제조공장에서 400㎏가량의 불산이 유출됐다. 긴급히 대피한 공장 주변 주민 100여 명은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며칠을 지냈다. 40여 명은 병원 치료도 받았다. 불산은 화상과 호흡기질환 등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다. 이 공장에서는 2013년부터 네 차례나 불산이 유출됐지만 금산군은 공장의 연간 불산 취급량 정도만 알고 있었다. 관리·감독과 인허가권이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에 있기 때문이다. 길성용 금산군 환경과장은 1일 “언제 불산이 유출될지 모르는데 군청에서 직접 공장을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과 밀접한 사안들은 시·군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어디서 업무를 맡든 장단점이 있다”며 “자치단체로 업무를 이양할 경우 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 현장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일상적 문제까지 모두 관할하면서 신속한 대응과 현장 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권한을 둘러싼 정부와 자치단체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청년수당과 누리과정 예산 문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문제로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미취업 청년 2831명에게 청년수당 50만원을 지급했다. 최대 6개월간 지급하려던 청년수당은 시행 한 달 만에 중단됐다. 보건복지부가 청년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사회보장기본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직권 취소 처분을 내려서다.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재난·안전·일자리 … 생활밀착 업무, 지자체로 빨리 넘기자 [리셋 코리아] “지방분권 강화하겠다” 대선후보들 한목소리  서울시는 7월부터 다시 청년수당 사업(청년활동 지원사업)을 하기로 했다. 2일부터 신청자를 접수, 심사를 통해 5000명을 선발한다. 이들에게는 매달 5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8월 복지부의 직권 취소로 수당을 받지 못한 대상자 2831명은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은 복지부가 올해에 한해 동의했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해 내린 직권 취소는 여전히 철회되지 않고 있다. 성남시는 청년배당을 놓고 정부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복지부가 청년배당정책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2015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1월부터 기본소득 개념을 적용,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분기별로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25만원 상당)를 지급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제26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중략)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와 성남시는 ‘청년수당 지급은 자치단체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인데 중앙정부가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누리과정을 둘러싼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비용 분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의 권한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매년 반복된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으로 교육·보육과정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2012년 도입됐다. 하지만 정부가 비용을 시·도 교육청(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넘겨 ‘3~6개월짜리 임시 예산’이 편성되는 등 매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고보조금 사업을 둘러싼 갈등도 있다. 복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고보조금 사업 규모는 2006년 26조152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7조1300억원으로 세 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 중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예산은 2006년 7조3885억원에서 지난해 24조273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담 비율로 환산하면 30%에서 36.2%로 늘어났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는 “마른 수건도 짜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국가보조금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일정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사업인 셈이다. 강병수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재원(돈)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시행하려면 자치단체 간 격차를 줄이는 방안과 권한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염태정·신진호·최모란 기자, 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yonnie@joongang.co.kr

    2017.05.02 01:27

  • [리셋 코리아] 유커 안 와도 끄떡없다, 127개국 관광객이 찾은 남이섬

    [리셋 코리아] 유커 안 와도 끄떡없다, 127개국 관광객이 찾은 남이섬

    강원도 춘천 남이섬은 한류 관광 1번지다. 2004년 4월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첫 방영된 이후 2004·2005년 남이섬을 방문한 일본인은 각 10만 명이 넘었다. 지금은 어떨까. 지난해 남이섬을 방문한 외국인 130만3903명 가운데 일본인은 불과 5517명이었다. 여느 국내 관광지처럼 중국인(34만2870명)이 가장 많았다. 그럼 남이섬도 올봄 ‘사드 후폭풍’에 시달릴까. 올 1분기 상황을 보자. 지난해 1분기 중국인 입장객은 7만8820명이었고 올해는 같은 기간 4만3704명이었다. 1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3월 한 달에만 2만8657명에서 8031명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남이섬도 사드 후폭풍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입장객은 지난해 26만5174명에서 올해 26만5740명으로 조금이나마 늘었다. ‘욘사마’ 열풍이 지나가도, 유커가 사라져도 남이섬은 10년 넘게 건재하다. 남이섬 매직의 비결은 뭘까.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DMZ, 5·18 아픈 역사 … '블랙 투어리즘' 관광자원으로 관광업계와 당국 모두 유커만 기다리던 2011년, 남이섬은 이슬람 기도실을 열었다. 지난달에는 기도실을 확장했다. 남녀 기도실을 따로 뒀고 샤워시설도 갖췄다. 전체 면적은 약 260㎡(80평)로, 동시에 1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다. 그래도 기도실 앞에 줄이 선다. 기도실 아래 층엔 아시안 레스토랑 ‘동문’이 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공식 인정한 할랄 음식점이다. 레저기업 첫 번째 인증이다. 주방에 무슬림이 있어야 한다는 권고에 따라 직원 2명이 무슬림이 됐다. 기도를 마친 무슬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식당에 들어간다. 중국인은 단체가 80%지만 동남아는 70%가 개별 자유여행이다. 패키지는 보통 두 시간 섬에 머무는 반면 자유여행의 평균 체류시간은 3~4시간이다. 기도실과 할랄 식당은 남이섬이 이슬람 문화를 적극 수용한 대표적 사례다. 남이섬은 전 세계 문화를 포용한다. 이를테면 대만 국기를 내건다. 중국과 수교한 한국에서 자국기를 발견한 대만인은 감격한다. 태국의 송끄란 축제가 열리는 4월에는 태국으로 변신한다. 올 1분기 대만과 태국 입장객은 각각 4만8025명과 4만8795명으로 중국인보다 많았다. 남이섬에서는 해마다 국제행사 100여 개가 열린다. 주한 대사관·문화원, 각종 국제단체와 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다음달 열리는 세계책나라축제에는 89개국이 참가한다. 남이섬 리플릿은 7개 언어(한글·중국어·일어·영어·태국어·말레이인니어·베트남어)로 돼 있고, 지난해 남이섬을 방문한 국가는 127개국이었다. 민경혁 부사장의 설명이다. “남이섬은 할인과 광고가 없습니다. 그래도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입소문 덕분입니다. 해외 문화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남이섬은 문화를 팔고 추억을 팝니다.” ◆특별취재팀=박정호 문화전문기자, 손민호 기자, 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jhlogos@joongang.co.kr

    2017.04.28 02:17

  • [리셋 코리아] DMZ, 5·18 아픈 역사 … ‘블랙 투어리즘’ 관광자원으로

    [리셋 코리아] DMZ, 5·18 아픈 역사 … ‘블랙 투어리즘’ 관광자원으로

     ━ 관광산업 체질 바꾸자   지난 13일 경기도 파주 제3땅굴을 견학한 외국인 DMZ 관광객들. [사진 코스모진] “중국인이 작년보다 최대 90% 줄었어요. 아무리 일본·동남아에서 메운다고 해도 작년의 절반이나 채울까 걱정입니다.” 지난 1월만 해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遊客)으로 가득했던 한 테마파크 관계자의 토로다. 지난달 15일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한 이후 국내 관광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유커 전문여행사는 개점 휴업 상태고,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0% 줄었다. 자료:문체부·남이섬   관련기사 [리셋 코리아] 유커 안 와도 끄떡없다, 127개국 관광객이 찾은 남이섬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1724만1823명) 중 중국인(806만7722명)이 절반 가까이(46.7%) 됐다. 그런데 중국인 관광객이 3월 한 달 동안 전년 대비 40%나 빠지면서 국내 관광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중국 시장에 의존하던 관광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자료:문체부·남이섬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문화분과 위원들도 “관광산업 정상화를 위한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문제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시장을 재정비하고 시스템을 회복하는 기회”라고 했다. 중앙일보 온라인 여론 수렴 사이트 시민마이크(peoplemic.com)에 올라온 의견도 다르지 않다. ‘중국 관광객 감소가 한국 관광산업의 위기일까’라는 질문에 ‘지나친 중국 의존을 탈피할 기회’라고 답한 시민이 87%를 기록했다.  자료:문체부·남이섬 경계할 점도 있다. 중국인이 빠진 자리를 동남아인으로 채우겠다는 정부 대책에는 문화 콘텐트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문화분과 위원들은 쇼핑 위주의 유커 대상 저가상품을 동남아 대상 저가상품으로 대체하는 돌려막기를 피하려면 문화 콘텐트를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문화 인프라 구축을 통한 관광의 안정적 성장이다. 실행과제1. 네거티브 헤리티지 활성화하자 우리나라는 자연·문화자원이 빈약하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세계 유일의 관광자원이 있다. 냉전의 현장인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다. 통계를 보면 DMZ 방문객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늘 많다. 우리에겐 아픈 역사가 외국인에게는 귀한 볼거리가 된다. 전문용어로 ‘네거티브 헤리티지(Negative Heritage)’라 부르고, 관련 관광산업을 ‘블랙 투어리즘’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한다. 김종민(전 문화관광부 장관) 문화분과장은 “역사의 네거티브도 우리 것으로 소화해 문화관광 콘텐트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경기도 의정부시는 관광 도시가 아니다. 군사 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 16년째 음악극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의정부의 대표 음식이 부대찌개입니다.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 새로운 음식이 됐죠. 음악극도 음악과 드라마가 어울린 장르입니다.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예술로 승화하려는 데 축제의 가장 큰 뜻이 있습니다.” 4년째 축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관광학자가 지방 도시의 예술 축제를 이끈다는 점에서 문화관광 축제의 의의가 있다.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아시아문화전당도 아픈 현대사를 문화예술로 승화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제주도에 120여 개가 남아 있는 일본군 갱도 진지와 전북 군산과 전남 목포 등의 근대문화유산은 일제강점기 흔적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사례다. 부산에도 영도다리·초량동·감천동 등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유산이 수두룩하다. 실행과제2. 안방 시장부터 다지자 지난달 15일 이후 롯데그룹이 본 관광산업(면세점·호텔·테마파크 등) 피해액은 약 2500억원으로 집계된다. 롯데의 피해가 유독 큰 것은 관광상품이 유커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시장을 다변화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관광산업 규모는 63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관광산업은 인바운드(외국인 국내 관광), 아웃바운드(한국인 해외 관광), 인트라바운드(한국인 국내 관광)로 구분되는데 의외로 인트라바운드 시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앞장서 중국인 단체에 각종 편의를 제공했지만 사실 최선의 정책은 국민의 국내 관광 활성화였다. 김대관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장은 “정부와 업계 모두 외국인 유치에 신경을 썼을 뿐 국내 관광에 대한 산업적 고민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문화 콘텐트를 활용한 국내관광의 성공 사례가 대구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다. 2011년 문체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서 비롯됐다. 쇠락한 방천시장을 살리기 위해 작가 27명이 골목 담장에 그림을 그렸다. 시장 골목이 하루 평균 1000명이 찾는 대구 최고의 명소로 거듭나자 관광 당국과 지자체가 인프라를 추가했다. 문체부는 시티투어 버스 ‘김광석 음악버스’ 운행을 시작했고, 대구 중구청은 옛 양로원 건물을 개조해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개장할 예정이다. 코레일의 ‘내일로’(만 25세 이하 기차 자유여행권) 여행자 대부분이 대구를 들르는 이유도 김광석 거리 인증샷 때문이다. 실행과제3. 우리 것을 젊고 매력적으로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며 “우리의 진짜 문화가 있어야 관광이 되살아난다”며 “우리 문화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젊은 콘텐트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적인 문화를 젊은 층이 즐기는 매력적 자원으로 만들자는 의견이다. 한류 활용 디지털 콘텐트는 이미 관광산업에서 적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서울 삼성동의 ‘SMTOWN@coexartium’은 한류 스타의 홀로그램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지난해만 115만 명이 방문했다. 매일 홀로그램 콘서트가 열리는데, 동방신기 공연의 경우 일본인 관객 비중이 94%나 된다. 서울 을지로 롯데피트인에서는 ‘K-Live’ 공연이 펼쳐진다. 빅뱅·싸이·GOT7 등 K팝 스타의 홀로그램 콘서트 현장이다. K-Live 측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체험 시설도 인기가 많다”며 “외국인 관객은 대부분 SNS나 온라인 여행사로 예약한 개별 여행자”라고 설명했다. 한국적인 것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한 사례가 한복 체험이다. 서울의 경복궁·북촌, 전주 한옥마을 등은 한복을 입고 찍은 인증샷을 SNS에 올리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복 체험 여행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한옥마을에만 50곳이 넘는 대여점이 성업 중이며, 한복이나 옛날 교복·교련복을 입고 인증샷을 남기는 젊은 층의 ‘코스튬 투어(Costume Tour)’ 문화가 전국의 관광지도를 바꾸고 있다.   ◆특별취재팀=박정호 문화전문기자, 손민호 기자, 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jhlogos@joongang.co.kr

    2017.04.28 02:16

  • [리셋 코리아] “중국도 대북제재 동참 임박” 설득에 대화파 1명, 제재로

    [리셋 코리아] “중국도 대북제재 동참 임박” 설득에 대화파 1명, 제재로

     ━ 2017 이슈 배틀 ② 새 정부 대북정책 제재냐 대화냐 한국인은 흔히 ‘다름’과 ‘틀림’을 혼용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가 아니라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진영논리가 판치는 까닭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선 국가 개혁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중앙일보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코리아’의 하나로 ‘2017 이슈 배틀’ 시리즈를 시작한다. 가장 첨예한 이슈를 골라 ‘틀림’이 아닌 ‘다름’의 토론 현장을 배틀 형식으로 생중계한다. 두 번째 주제는 ‘새 정부 대북정책’이다.  ━ 1 Round  한반도 ‘4월 위기설’에도9명 중 5명 “대화 재개하자” ◆사전투표=4월의 한반도엔 전운이 감돈다. 미국과 중국의 동반 압박에도 북한은 핵실험 카드를 놓지 않고 있다. 리더십 실종 상태인 한국은 주도권을 잃은 채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이 한국을 빼놓고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때야 할까? 북한의 태도에 더 강경한 제재로 맞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 사회 지성 10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김정은은 큰 실수를 하고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연일 경고장을 날리던 4월 14일. ‘2017 이슈 배틀’ 두 번째 토론이 열렸다. 북한이 핵실험 강행을 재차 공언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었음에도 판정단의 사전투표 결과는 의외였다. 이날 주제인 ‘새 정부, 대북정책 어떻게 해야 하나?’를 놓고 판정단은 사전투표에서 4명이 제재 국면 유지, 5명은 대화 재개를 택했다. 판정단에서도 ‘의외의 결과’라는 평이 나왔다.  ━ 2 Round “개성공단 폐쇄로 북 항복했나”두 명이 더 대화로 돌아서 ◆전문가 의견 청취=제재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햇볕정책 무용론’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영호 교수는 "진보정권 10년 동안 북한에 거액의 현금을 지원하면서 북한 스스로 개혁을 해야겠다는 인센티브마저 없애 버렸다”고 지적했다. " 대화는 대북한 억지가 제대로 이뤄진 상태에서나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와 대화를 하는 건 상대방의 잘못을 정확히 지적하고 인식시키려는 목적이다. 대표적으로 핵 개발이다.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에 입장을 같이하는 지금 상황에서 대화 재개는 시기상조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정책대변인을 맡고 있음)가 반박에 나섰다. 김근식 교수는 "보수정권 10년의 제재로 ‘심화된 단절’ 빼고 대체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놓은 햇볕정책 첫 번째 원칙은 튼튼한 안보와 무력도발 불응이었다. 무조건 퍼주자는 게 아니다. 햇볕정책은 관여(Engagement)의 의미로, 단순한 유화(Appeasement)정책과 다르다. 끊임없이 관계를 만들어가고, 이를 통해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목표다. 제재만능주의는 한계가 명확하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줘야지 대화를 끊어선 안 된다. 현 정부에서 개성공단까지 닫았는데 북한이 항복했나? 제재는 협상장으로 나오게 만드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김영호 교수가 재차 반론에 나섰다. 강력한 제재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냉전 초기 대소련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에선 ‘얄타전통’과 ‘리가전통’이 대립했다. 얄타전통은 히틀러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든 미국과 소련의 연합전선이 전쟁 이후에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었고, 리가전통은 소련의 전체주의적 특성상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논쟁 끝에 트루먼 대통령은 후자를 택했고, 이후 1989년 냉전이 끝날 때까지 미국은 9개의 행정부가 일관되게 정책 방향을 유지했다. 장기간의 봉쇄를 통해 미국은 냉전의 평화적 종식을 이끌어 냈다.” 이에 대해 김근식 교수는 "몸살 감기에 걸렸을 때 다양한 처방이 필요하듯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사적 억지, 외교와 협상, 제재와 압박, 북한 민주화와 정권교체 등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이 긴 싸움 속에 상황을 유지하고, 악화를 막는 전략적 관리 차원에서도 대화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응수했다. 두 명의 전문가가 자리를 떴다. 두 번째 투표에선 두 명의 판정단이 생각을 바꿨다. 제재 국면 유지를 지지했던 판정단②와 ④가 대화 재개로 돌아섰다. 두 사람은 "사실상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한 마당에 그간의 제재가 어떤 효과를 거뒀느냐는 지적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 3 Round “미국, 압박상황 … 새 대통령도 강공전략을”“남북대화 창구가 없으니 코리아 패싱된 것 ” ◆집중토론=토론의 출발점은 양측의 주장이 아닌 ‘자조론’이었다. "코리아 패싱에 온 국민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제재든 대화든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한국이 빠졌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북한이 우리를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는지조차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진짜 반성해야 할 건 실효성 있는 대북 정책을 펼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 혼란기에 초유의 리더십 부재 상태를 만들어 놓은 점이다.” 판정단⑦의 말에 대다수 판정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대화가 필요하다. 제재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대방이 나에게 의존적이어야 한다. 관계가 얽히고, 오랫동안 지속돼서 의존도가 강해지면 그걸 끊을 때 아픈 거다. MB정부 이후 남북 관계는 사실상 끊겼다. 그러니 제재를 해도 별 효과가 없는 거다.” "위협의 상시화 탓이겠지만 한국은 핵에 대해 너무 둔감하다. 하나라도 서울 상공에 떨어진다고 생각해보라. 강 건너 불 아니고 발등의 불이다. 이 판국에 대화를 하자는 건 너무 한가한 소리 아닌가? 국제 공조를 통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재해 나가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북한이 가진 저 위험한 장난감을 없애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빼앗아 오는 방법이다. 전쟁을 불사해야 하니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스스로 내놓게 하는 거다. 죽을 정도로 아파야 내놓을 텐데 중국이 버티는 한 국제 제재는 한계가 있다. 핵 개발이 사실상 끝났다는 게 그 근거 아닌가? 셋째, 거래를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젠 돈 주고 사기에도 늦었다. 김근식 교수의 말대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최소한 대화의 물꼬는 터야 하는 것 아닌가?” 대화 유지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판정단③이 역공에 나섰다. "최근 20년간 대화와 제재를 반복해왔다. 장기적이라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략을 바꾸니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햇볕정책 10년밖에 못했다고 하는데 제재 카드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방인 미국이 유례없이 강력한 압박을 천명한 상황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지금은 강공 전략을 써야 북한이 꼬리를 내린다.” "대화한다고 지금 하는 제재를 중단하자는 얘기가 아니지 않나? 제재만능주의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금강산 관광도 버리고, 개성공단도 닫았다. 이젠 쓸 카드도 없다. 판정단⑦의 얘기처럼 우리가 왜 지금 ‘왕따’가 됐는지 생각해보라. 대화의 창구마저 없으니 ‘힘 없는 나라’ 취급하는 게 아닌가? 강대국은 강대국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생존 전략이라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대화 재개 쪽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사회자가 ‘차기 대통령은 출범 초기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개성공단 재개, 5·24조치 해제를 제안해야 하는가’라는 즉석 질문을 던졌다. 9명 중 6명이 반대했다. 대부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었다. 판정단④는 "서둘러 내놓은 대선 공약을 매만지고, 구체적인 설계도부터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에 걸친 토론이 끝나고 최종 투표가 시작됐다. 대화 재개를 택했던 판정단⑥은 입장을 바꿔 제재 국면 유지로 돌아섰다. 나머지는 이전 선택과 같았다. 판정단⑥의 생각을 바꾼 건 판정단①의 이 한마디였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카운터 파트너로 중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중국도 마냥 거절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 북한은 이전과는 크게 다른 고통을 받을 것이다. 지금은 미국과 함께 더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교수 9인, 3단계 토론 … 타협점 찾는 실험 「‘이슈 배틀’ 어떻게 진행하나 ※ 사회자는 투표 불참 ‘2017 이슈 배틀’은 치열한 토론 배틀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드러내 가되 합의도 모색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이를 위해 소속 대학과 전공·연령대가 다양한 10명의 교수로 판정단을 구성했다.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한 명의 교수가 사회를 맡고, 나머지 9명이 판정단으로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은 3라운드로 이뤄진다. 1라운드는 평소 판정단의 생각을 드러낸다. 2라운드에선 첨예하게 대립된 이슈를 대변할 각 진영의 전문가 설명을 듣고 판정단이 다시 입장을 정리한다. 3라운드에선 판정단이 스스로 참여해 토론해 보고 최종 입장을 정한다. 라운드마다 입장을 바꾼 판정단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밝힌다. 배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첨예한 이슈를 둘러싼 서로 다른 논리와 이해타산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다르고 타협점은 어디인가’를 찾아가게 된다. ‘2017 이슈 배틀’은 중앙일보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안민정책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SSK 네트워킹지원사업단이 주관한다. 1976년 설립된 한국사회과학협의회(회장 이진규)는 한국 사회과학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사회과학분야의 15개 학회가 참여하고 있다. 융합적 시각에서 학제 간 연구를 활성화하고, 시대적 현안에 대해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박우규)은 1997년 공동체 자유주의를 기치로 만든 학자들의 모임이다. 매주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안민정책연구원을 통해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SSK네트워킹지원사업단(단장 김종길)은 한국연구재단이 세계 수준의 연구 집단 육성을 목표로 실시하는 SSK(한국사회과학연구) 사업의 성과를 홍보하고, 연구자 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2017.04.27 02:54

  • [대선 4차 TV토론] 상호 비방 줄었지만 … 최대 현안 북핵엔 답답한 공방

    [대선 4차 TV토론] 상호 비방 줄었지만 … 최대 현안 북핵엔 답답한 공방

    중앙일보·JTBC·한국정당학회가 주최한 지난 25일 대선후보 초청 토론이 지난 세 번의 토론보다 훨씬 나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위원 13명은 진행자의 적절한 개입과 방청객의 참여 등이 토론을 정책에 집중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위원들은 그러나 안보 부문 논의에서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과거 정부의 공과에 대한 논쟁으로 흐른 것과 사회적 현안에 대해 효과적으로 토론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라고 지적했다. ◆“후보들, 방청객 의식해 토론”=중앙일보·JTBC와 대선 토론회를 공동 주관한 한국정치학회 연구이사 자격으로 현장에서 토론회를 본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들이 발언할 때 서로의 뒤에 앉아 있는 방청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 배치였다”며 “이로 인해 상대 후보 비방보다는 정책 설명으로 귀결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호 여시재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토론은 이전 토론보다는 짜임새가 있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원탁으로 토론장도 바꾸고 참관인도 참석하게 해 국민의 눈을 의식하고 토론하도록 하는 세팅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내각 구성의 원칙과 함께하고 싶은 1명 추천, 닮고 싶은 리더십 등 주제를 다양하게 배치해 긴장 국면과 이완 국면이 자연스럽게 오가며 후보와 국민이 토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서로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검증이 적절히 이루어졌다”고 호평했다. 이 교수는 “이번 토론을 계기로 스탠딩 토론회가 과연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토론회 방식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후보가 토론 잘해”=13명의 위원 중 8명이 후보별 평가를 했다. 그 결과 7명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 가장 토론을 잘한 것으로 꼽혔다. 이어 각각 4명과 3명으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뒤를 이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심 후보는 노동시장과 관련한 현재의 실태와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후보는 상대 후보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집요하게 질문했고, 칼퇴근법, 돌발노동 금지 등의 공약에 대해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동의를 이끌어냈다”고 호평했다. 그는 “문 후보는 과거 일자리 정책 실패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적절하며, 이에 기반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전략을 제시했지만 재원 조달 방법이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전략, 특히 창업 벤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나 구체적 방법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일자리 창출 전략이 없고 시종일관 노조 청산만을 주장했다”고 평가했다. ◆“비전 제시 못해”=이명호 선임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자신이 이런 정책을 준비했다는 주장을 넘어 시대의 도전을 말하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면서 함께하자고 희망을 주는 후보자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은 “북한 핵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급박한데도 외교안보 분야 토론은 충분하지 않았다. 국민은 북핵 문제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을 원했는데 정책 토론은 없이 폭로와 비난 등으로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평가에 참여한 리셋 코리아 위원 「●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김윤이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 김진형 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 김태완 미래교육연구원 원장●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손영동 한양대 융합국방학과 초빙교수● 마용철 공공제안연구소 소장●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이사● 이명호 여시재 선임연구위원●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태용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가나다순」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2017.04.27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