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뷰티업] 남자들은 정말 여친 민낯을 좋아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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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개봉한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는 우연한 사고로 여자의 속마음을 모두 읽을 수 있게 된 남자 이야기다. 주연은 영화배우 멜 깁슨이 맡았다. 영화에서 광고회사 중역인 멜 깁슨은 모두가 예상하던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다. 그가 꿈꿨던 자리엔 외부에서 영입된 여성 상사가 부임한다.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광고 기획이 필요했던 회사의 조치였다. 여자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얻기 전까지, 멜 깁슨은 여성 심리 파악을 위해 고군분투했었다. 스타킹을 신는 건 기본이요, 수분 함유 립스틱을 바르고 마스카라까지 칠해 가며 애를 썼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아 헤매기 일쑤였다. 물론 초능력을 얻은 뒤론 이런 노력 없이도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되고….

 이 영화처럼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예나 지금이나 둘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어느 때고 대중의 관심사다. 둘이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설명하는 개그 프로그램, 드라마는 많다. 그러나 그냥 서로 다르다는 사실에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남과 여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성숙한 만남을 할 수 있을지가 사람들의 진짜 관심사가 아닐까. 연애든 결혼이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하고 화합하며 살기 위해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서로가 원하는 바를 속속들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 더 정확하게 말해 ‘메이크업’에 관해서라면 남녀의 관점 차이는 극명하다. 여자들은 ‘민낯은 결코 남자 친구(남편)에게만은 보여 주고 싶지 않다’고 하고, 남자들은 ‘민낯이 예쁜 여자 친구(아내)가 최고’라고 말한다. 남성은 ‘화장 짙게 한 여자는 별로’라고 투덜대는데, 여성은 ‘화장 안 한 얼굴을 상대가 못 알아볼 것’이라고 하면서도 화장을 한다. 타협점은 뭘까. 잡지 ‘코스모폴리탄’에서 한 독자가 올린 질문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를 가정한 질문이다. ‘샤워를 하고, 얼굴 화장을 전혀 안 한 상태여도 괜찮나요. 아니면 기본 화장이라도 해야 하나요?’ 그 잡지 편집자의 답은 ‘샤워 후에도 얼굴에 기본 화장은 해야 한다’였다. 결국 남자가 원하는 건 ‘민낯 같은 얼굴이지, 진짜 민낯은 아니다’는 거다. 고개를 갸웃할 수도, 끄덕일 수도 있는 결론이다. 남자의 진심은 뭘까. 솔로몬의 지혜를 빌리더라도 명쾌한 해답을 얻긴 어려울 것 같다. 결국 남과 여는 다른 행성에서 왔다지 않은가.

▶ 오늘 밤 11시 JTBC 뷰티버라이어티 ‘뷰티업’에선 새 코너 ‘코스모픽’이 공개된다. ‘민낯에 관한 남녀의 불편한 진실’ ‘남자를 유혹하는 최상의 피부 비결’에 대해 유쾌하고 발랄한 수다가 펼쳐지는 코너다. MC 장신영, 개그우먼 장도연 등이 여성들을 대변해 ‘진짜 남자들의 속마음’을 파헤치고 그들의 마음을 공략할 ‘장밋빛 민낯 피부 연출법’을 배워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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