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놀이동산의 환상, 이제 되돌아보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진

구로공단 쪽방촌에 사는 열다섯 승협이의 꿈은 놀이동산에 가는 것이다. 1980년대 개발 광풍과 맞물려 서울 도심에 문을 연 ‘동양 최고의 놀이파크’ 원더랜드는 꿈과 환상의 세계다. 이곳에 가면 궁핍하고 비루한 삶이 잊혀질 것 같았다. 『원더랜드 대모험』(비룡소)은 공짜 입장권을 얻은 승협이가 원더랜드에 가게 되지만 실은 ‘별것 아니었음’을 깨달으면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청소년문학상인 제6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다.

 등단과 함께 첫 책을 내게 된 이진(30) 작가는 20일 “환상을 품고 있던 것이 실제 겪어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가는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는 자신이 속한 2030세대를 ‘보이지 않는 허상에 집착하고, 그 허상 때문에 미래에 대한 걱정을 품고 사는 세대’라고 정의했다. 그런 지난한 세월을 통과해낸 저자가 요즘 청소년들에게 “지나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소설은 군사정권 시절인 80년대 특유의 부조리한 풍경을 꼼꼼하게 묘사했다. 공장노동자인 승협의 부모를 통해 노동인권의 실태를 그렸고,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여동생을 설정해 수술비를 지원하는 공익재단마저도 정권의 비리에 악용되고 있음을 들춰냈다.

 ‘강남 토박이’인 저자는 80년대 서울을 재현하기 위해 당시 신문과 잡지, 논문을 탐독했다. 원더랜드의 실제모델인 ‘L랜드’의 개장 광고와 사보까지 찾아 읽었다.

 그는 경희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광고회사·온라인 게임회사 등에서 일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쓴 첫 장편으로 수상을 하게 됐다. “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성장소설에 관심이 많아요. 평균보다 엇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