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업체, 부시 홀대에 섭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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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통령선거때 앨 고어 민주당후보에게 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을 모아줬는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7일 텍사스의 컴퓨터 재벌 마이클 델 등 정보통신(IT)업계 지도자들이 취임 8개월째를 맞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홀대에 대해 이런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정책 옵서버들과 업계 간부들은 석유회사 출신의 부시 대통령이 과연 미 경제침체의 한 요인인 테크놀로지산업 경기부양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인지에 의문을갖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제외하면 실리콘 밸리에 거의 관심을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가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도 고어 전 부통령이 재임기간중 테크놀로지 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것과 비교하면 마치 초연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체니 부통령이 이끄는 에너지특별대책팀은 에너지업체 간부들로부터 자문을 구함으로써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지만 정작 어려운 IT업계의 고충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후 테크놀로지 간부들과 네차례 회동했다고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과 로비스트들은 수십개의 닷컴기업과 인터넷 고속접속 서비스업체들이 도산한 마당엔 테크놀로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으로 믿고 있다.

IT업계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6월26일에서야 존 마버거 3세를 백악관 자문기구인 과학기술국 책임자로 임명했을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부시가 취임 이틀만에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에 마이클 파월을 임명했지만 공화당측 위원 지명자인 케빈 마틴이 백악관의 서류작업 실수로 파월 곁을 떠남으로써 지난달까지 5인 위원중 공화당지지 다수를 확보하지 못해 통신경쟁력 강화와 같은 주요 테크놀로지 문제에 대한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핼 배리언 정보관리학장은 "현재 부시는 테크놀로지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부시 팀안에 테크놀로지 옹호자가 있다곤 보지 않는다. 부시 자신의 배경이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의 행정부도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정책연구소(PPI)의 앳킨슨은 "누구도 행정부가 모든 테크놀로지 문제에 관여할 것으론 기대하지 않지만 부시 사람들이 유세중 테크놀로지에 관해 말하는 것과지금 말하는 것을 비교하면 유세 발언은 거의 `유인상술''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8개월간 교육.세금.무역 등 사회경제정책에 비중을 뒀으나 인터넷상거래 과세와 지적재산권.프라이버시.컴퓨터보안.반독점(마이크로소프트소송)과 같은 굵직한 현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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