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3대 악재] 현대투신증권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과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는 정부 발표로 현대투신이라는 시한폭탄이 해체되는 듯했다가 하루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AIG가 현대증권이 발행하는 신주 가격(8천9백40원)을 문제삼으며 계약 자체를 깰 수도 있다고 딴죽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10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받은 한국.대한투신과 달리 현대투신은 주인이 있는 회사라서 공적자금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해 AIG 주도 컨소시엄과 외자유치 계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투신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AIG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했고, 올 1월부터 정부와 AIG의 협상이 시작됐다.

정부가 당초 입장을 바꿔 AIG와의 협상에 나선 것은 15조원 규모의 현대투신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투신업계의 환매사태가 재연되면서 금융시장이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양해각서 체결 발표 하루 만에 달라진 AIG의 요구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노무라증권측은 "한국 정부가 현대증권 신주 발행가가 7천원이 돼야 한다는 AIG의 요구를 협상수단으로 보고 있는데 AIG가 실제 협상을 그만 둘 수도 있다고 본다" 고 진단했다.

정부로선 MOU를 바탕으로 본계약을 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AIG의 요구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카드로 보고 있다.

AIG는 10% 이상 할인할 수 없도록 한 관련규정을 어기면서 값을 깎자고 요구해 몸값을 높인 형국이다. 정부 말대로 신주 발행가격 8천9백40원이 현대와 AIG 사이에 합의된 것이라면 AIG는 언론 발표문 하나로 협상카드를 하나 더 챙긴 셈이다.

신주 발행가격을 어떻게 하든 그 차이가 1천억원인데, 이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시장에는 수천억원 내지 수조원의 충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등 대안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AIG가 정부와 본계약을 하고 현대투신 등에 실제로 돈을 넣어야 해결된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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