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두루넷, 파워콤인수 신경전 가열

중앙일보

입력

파워콤 전략적 지분매각 입찰에 참여한 하나로통신과 두루넷간에 자사에 유리한 여론형성을 위한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양사는 파워콤 인수에 조단위의 자금이 소요되는 점을감안, 자금조달 능력이 상대측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SB)를 아전인수격으로 자사진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하나로통신측은 지난 10일 파워콤 투자의향서를 접수하면서 "소프트뱅크가 하나로통신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을 요청해왔다"며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컨소시엄의 리딩컴퍼니 자리를 요구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하나로통신은 파워콤 인수후 지속적으로 통신사업을 할 계획이지만 투자수익이 목적인 소프트뱅크는 적정 투자수익을 내면 주식을 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리딩컴퍼니의 자리를 내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는 사실상 두루넷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두루넷에 추가로 투자할 이유가 없다"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소프트뱅크를 자사의 컨소시엄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로통신의 이같은 여론몰이를 지켜보던 두루넷은 상황이 갈수록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10일 오후 급히 파워콤 입찰과 관련한 소프트뱅크의 입장을 담은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두루넷은 이 자료에서 자사의 비상근 이사인 소프트뱅크의 데이비드 리( DavidLee)의 말을 인용, "소프트뱅크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파워콤의 전략적 제휴 지분 입찰시 두루넷을 제외한 타 컨소시엄과 연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리는 이어 "(소프트뱅크는) 파워콤의 지분인수에 많은 관심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입찰가격이 적정선에서 형성되면 두루넷과 공동으로 파워콤 인수를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가 하나로통신측의 주장을 부인하고 두루넷의 손을 들어준 것이 공식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측은 "소프트뱅크가 파워콤 인수를 위해 먼저 제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소프트뱅크측은 리딩컴퍼니 요구가 거절당하자 두루넷쪽으로 합류한 것 같다"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로통신측은 "소프트뱅크가 아닌 외국업체 3∼4개사로부터 파워콤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참여의사를 받고 현재 지분율에 관해 협상중이기 때문에 소프트뱅크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양사는 소프트뱅크 끌어들이기외에도 자사가 파워콤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논쟁을 벌이고 있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드림라인의 초고속인터넷 사업부문과 SK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실크로드'' 인수전에서도 경쟁상대로 만나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가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부의 통신시장 3자구도 개편방침에 따라 한국통신, SK텔레콤에 이은 제3통신사업자군(群) 형성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워콤이나 드림라인, 싱크로드 등을 인수함으로써 `몸집 불리기''를 통해 자칫 경쟁사에 피인수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그 여세를 몰아 경쟁사 흡수합병을 통해 한통에 버금가는 강력한 유선업체로 부상, 제3통신사업자의 핵심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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