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 인수합병에 눈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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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콘 네트웍스는 반도체 온라인 판매회사다. 지난해 50여억원을 팔아 온라인 판매실적 1위였다. 홍콩에 별도의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기관에서 10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건실한 편이다.

파워컴은 반도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업체다. 자산 60억원으로 온라인 판매실적은 국내 2위. 이들 두 회사는 오는 11월 합병키로 합의하고 최근 일단 사무실을 합쳤다.

왜였나?

두 회사 모두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당장은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었다. 시너지 효과를 노려서였다. 어차피 독자적인 상장은 두 회사 모두 힘겹다. 그래서 덩치를 키워 상장을 추진해 보자는 것이다.

홍콩의 부동산 재벌 SHK그룹이 지난 4월 반도체 B2B 회사를 차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는 자본금만도 무려 1천6백억원이나 돼 세미콘과 파워컴은 위기 의식을 느꼈다.

이들 두 회사는 홍콩의 SHK에 필적하는 한국의 반도체 온라인 판매회사로 키워보겠다는 각오다.

IT(정보기술)업계가 M&A(인수합병)에 눈을 돌리고 있다. 불황으로 신규투자 유치가 어려워 새 사업 참여 여력은 없다. 그럴만한 수익모델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지난 6월 인터넷 벤처기업 임원 2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30%가 ''기업을 매각할 의사가 있다'' 고 답했다. 또 45%는 ''다른 기업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 고 답했다.

불황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회사들이 M&A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장 위기를 맞은 회사들만 여기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 앞서 밝힌 두 회사의 경우가 그렇다.

이런 회사도 그러나 성장이 둔화하고 IT불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할 수 없게 되자 M&A로 돌파구를 찾아나선 것이다.

인터넷 홈쇼핑업체인 웹누리와 아울렛홈쇼핑도 이런 경우다. 이들 두 회사는 지난 6월말 합병했다. 웹누리는 한국통신의 인터넷쇼핑몰 바이엔조이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자체 쇼핑몰 고투바이를 운영해 왔다.

아울렛홈쇼핑은 하루 1억원의 매상을 올리고 있으며 인터넷 쇼핑업체 중 빅5에 드는 기업이다.

한 경영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M&A 관련 상담건수가 4월 9건, 5월 12건, 6월 17건으로 늘어났다" 고 말했다.

기업주가 자신의 보유주식 전부를 팔겠다고 온라인 상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업계의 움직임 때문인지 기업을 사고 파는 거래를 중개하는 상거래 사이트도 생겨났다. 사이트마켓.세일즈웹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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