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자에게 딱맞는 만화 '스노우캣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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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불 꺼지기 전까지의 시간이 어색할지 몰라. 하지만 곧 익숙해질거야" ( '혼자서 영화보기' )

"어쩌면 타고난 '혼자 놀기 염색체' 라는 것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 '타고난 혼자 놀기' )

혼자있고 싶지만 막상 혼자가 되면 어색하고 불안한 사람들에게 권윤주의 『스노우캣의 혼자 놀기』(열린책들.5천8백원) 를 읽어보길 권한다.

스노우캣은 '군중 속의 고독' 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나름대로 '홀로서기' 를 터득한 특이한 고양이다.

선 몇개로 쓱쓱 그린, 눈만 빠꼼한 스노우캣. 엄마에게 혼날 때면 구멍을 두개 뚫은 상자를 뒤집어쓰고, 다른 고양이가 "친구들이 나를 따돌리는 것 같아" 라고 호소하면 자기 것과 똑같은 상자 한개를 뒤집어쓰라며 건네준다.

50개의 카툰에서 보여주는 그의 엉뚱한 '처세술' 은 그러고는 싶지만 용기를 못내는 이들의 갈증을 대신 해소해주는 매력이 있다.

『스노우캣의…』는 1998년초 권씨의 홈페이지(http://www.snowcat.co.kr)에서 '쿨캣' 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연재를 시작했다.

일기 형식으로 그날 그날 올리는 이 작은 고양이의 '혼자 놀기' 는 네티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인기를 누렸다. "그 고양이 어쩜 그렇게 귀여워" 부터 "나도 혼자 있고 싶어" 까지 반응도 다양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작가는 작품 속 고양이와 많이 닮았다. 아닌게 아니라 " '스노우캣' 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내 경험에서 나온 것" 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뷰도 e-메일로만 하며 사진 찍히는 것도 꺼린다.

"어렸을 때부터 낯을 많이 가려 남들 앞에 잘 나서지 않았다" 는 그녀는 "독립적인 자아가 강해 보이기 때문" 에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고냥' 의 다양한 포즈를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취미다.

"혼자 놀면 좋은 대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형식적인 규율이나 예의를 지켜야 할 필요가 없어 좋다" 는 그녀.

캐릭터 상품을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와도 "상품을 만들려면 캐릭터에 철학이 담겨야 하는데 아직은 자신 없다" 며 고사하고 있다.

'스노우캣의 영화일기' 가 현재 영화잡지 『FILM 2.0』에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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